행복한 장터 구수한 아라리 가락 들으며 정(情)과 인심
행복한 장터 구수한 아라리 가락 들으며 정(情)과 인심
발길 닿는 대로 걸었을 뿐인데 가도 가도 첩첩산중이다. ‘태곳적 원시 자연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겹겹으로 둘러싸인 산골짜기와 그 사이로
휘돌아 가는 계곡의 풍광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이곳이 바로 강원도 정선. 정선군에는 느긋한 휴식과 함께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5일장이 있다.
전통 시골장 특유의 소박한 멋과 맛, 그리고 정(情)과 인심이 한데 어우러진 ‘정선 5일장’으로 가보자.
백두대간이 지나는 정선에는 가리왕산, 노추산, 민둥산, 함백산, 두위봉, 백운산 등 명산이 많다.
정선에 왔다면 동화 같은 신비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조양산’에 꼭 들러보자. 조양산은 정선읍의 안산(案山)으로
그 모양이 꼭 상투처럼 생겼다하여 ‘상투봉’이라고도 부른다. 조양산은 오래전부터 정선읍민들이 산책 삼아 오르내리던 동네 산이다.
정선 시내에서 한 시간 반 남짓 등산로를 따라 성불사 송림을 헤치고 오르면 금세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에 서면, 읍소재지 봉양리와 북실리, 애산리가 발아래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새의 둥지 안에 앉은 듯, 아늑한 느낌과 동화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양산이 유명한 것은 그 산자락 아래 ‘정선 5일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1966년부터 이어온 정선 5일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시골 장이다.
조양산에서 정선의 청정 자연을 만끽했다면 다음은 정선 5일장으로 향하자.
날짜 끝자리, 2와 7일 들어가는 날이면 정선에는 5일장이 들어선다. 말 그대로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이자, 마을의 잔치 날이다
정선군 정선읍에서 열리는 정선 5일장에서는 취나물과 곤드레 나물과 같은 각종 산나물과 약초, 그리고 감자와 황기,
더덕, 칡과 같은 이 지역의 농산물과 특산물을 두루 구경할 수 있다.
더구나 이것들이 본격적으로 장터에 쏟아져 나오는 시기가 5월부터이니, 지금 정선에 가면 시골장의 소박한 멋과 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시골 장터에 가본 적이 있는가.
그 지역에서 나는 온갖 나물과 채소, 곡물 등 제철에 나는 특산물들이 저마다 “나 좀 쳐다보시오!”하며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다양한 모양새와 향긋한 냄새로 외지인들의 발길을 붙잡는 것이다. 좌판에 펼쳐 놓은 온갖 특산물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제법 있다.
그러다가 좌판에 앉아 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등을 보면서 마음이 애잔해 지며, 어느 새 장터에서 흥정하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사람 냄새’나는 충만한 생동감을 느낀다.
정선 5일장이 열리는 날짜에 맞춰 정선을 찾는 이유는, 이 5일장에서 가장 ‘정선’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나라 두메산골의 대명사인 정선에는 첩첩히 둘러싸인 산 때문에 논농사를 지을 수 없어 쌀이 귀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에 나는 나물을 구해 허기를 달랬다.
산언저리에 흔하게 자란 풀을 따다가 쌀을 조금 섞어 끓인 죽을 먹었는데, 이것이 ‘곤드레’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꼭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하는 사람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또한 장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이다. 여행지에 와서 식당이 어디 있는 지 수고스럽게 찾지 말자.
5일장에 오면 모든 게 한 번에 해결된다. 장터도 구경하고 정선의 다양한 먹거리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정선 5일장 인근 먹자골목 식당에서는 곤드레밥,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메밀국죽, 황기 족발, 황기 막국수 등 정선 특유의 먹거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콧등치기는 메밀로 만든 국수로, 입으로 빨아들일 때 딱딱한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도 재미있는 이 콧등치기 국수와 옥수수 막걸리를 곁들이니, ‘이런 맛에 사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잃었던 활기와 생동감이 솟는다.
정선에 직접 와서 먹는 ‘정선의 맛’이라 그런지, 더 입안에 착착 감기면서 맛있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이곳 정선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맛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