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집에서

큰나무집에서 난 큰밥심

큰나무집에서 난 큰밥심

큰나무집에서 난 큰밥심

대한민국 근대사의 중심지 대구

점심시간, 도시인은 바쁘다. 음식점으로 느긋하게 걷지 않는다.

사람이 몰리기 전에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행여나 줄을 서야 되면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가까운 옆집 또는 그 옆집으로 들어간다.

음식이 나오기 무섭게 입으로 가져가는 사람들. 씹는 둥 마는 둥 넘겨대는 통에 입안은 빌 새가 없다.

이렇게 급하게 먹으니 음식의 양념, 센 맛, 자극적인 맛만 남는다.

음식 재료의 각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씹음, 음미할 시간이 부족한 바쁜 도시인의 식습관 때문이다.

기분 좋은, 몸에 좋은, 맛있는 여행을 하러 대구 달성군 가창면으로 향했다.

대구 신천대로를 통해 도심을 통과. 달성군으로 넘어가면서 하나 둘 자연의 모습이 늘어간다.

논과 밭, 작은 냇가와 동산, 드문드문한 거리를 사이에 둔 레스토랑과 휴양지 등 도심 외곽의 풍경이다.

곧 가창면에 이르고 ‘우록리 방면’ 안내판을 따라 샛길로 접어든다.

목적지인 큰나무집(대표. 조갑연)이 가깝다. 이 음식점은 ‘궁중백숙’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최근 내놓은 ‘사찰밥상’으로 또 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템플스테이를 찾는 이가 늘고, 육류를 제외한 식단의 장점이 전문가를 통해 전해지면서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사찰음식이라 하면, 스님이 먹는 음식으로 고기,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무릇)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즐겨 먹기에는 다소 밋밋하고,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에 사찰음식의 좋은 점을 반영하면서 대중적으로 친숙한 음식을 지자체와 식당이 함께 만드는 시도가 여럿 보인다.

그 결과물 또한 드러나는 가운데, 큰나무집의 주인장 조갑연 씨는 “자극적인 양념과 육류를 과도하게 즐기는 풍토에서 벗어나

좀 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음식을 만들고 내어드릴 수 있어서 선뜻 참여했다”라며 사찰밥상을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조 씨의 밥에 관한 철학은 확고하다. 그녀는 사찰음식을 다루기 전에 밥부터 이야기해야 된다며 운을 띄웠다.

“한국인 힘은 밥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밥심이라는 말도 그렇고요.

이렇게 중요한 밥을 편하게, 자주 먹는 곳이 집이니까 손님이 편하게,

부담 없이 들려서 먹을 수 있는 밥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이어서 조 씨는 “‘친정집에서 먹는 밥’처럼 정성 가득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밥상을 대접하고 싶어요” 그렇다.

어머니가 차린 밥상은 어떤 밥상도 대신할 수 없는 것. 그런 밥상을 염두하며 구상한 밥상 위에 사찰음식의 좋은 점을

살린 조 씨만의 특별함이 큰나무집의 ‘사찰밥상’인 것이다. “배고플텐데 인터뷰는 일단 드시고 더 하시죠”라며 대답할 여지도 없이 자리를 비켜준다.

상다리가 부러져라 나오는 한정식 자리에서 첫 느낌은 푸짐함이지만 쉽게 젓가락 갈 길이 보이지 않았던 어색함.

구성과 양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코스형 한정식은 후반부로 갈수록 먹는 자체가 곤욕이다.

불편했던 한정식과 달리 사찰밥상은 적당한 반찬 가짓수와 먼저 먹기 좋은, 나중에 먹기 좋은 반찬으로 구분이 쉽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예쁜 그릇에 반찬이 예쁘게 담겼다.

큰나무집에서 가장 먼저 별미로 떠올랐다는 호박죽. 손수 호박을 손질해 만들어 풍미가 깊다.

손이 많이 가지만 ‘우리 집 자랑을 만든다’ 생각하면 이처럼 보람있는 요리도 없다고 한다.

찰진 달달함이 입속을 가득 채운 후 식도를 지나면서 단숨에 입맛을 끌어올린다. 호박잎, 양배추, 케일 등 쌈

꺼리가 여럿 준비돼 있어 취향에 따라 손에 한 잎 놓고 밥을 반 숟가락 얹는다.

그 위에 청국장의 두부와 강된장 약간 덜어 쌈을 완성, 한입에 우물우물 씹으니 특별할 것 없는 친숙한 그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기 대신 버섯을 많이 넣은 잡채를 크게 한 젓가락 집어 씹는데 고기가 없다는

허전함보다 쫄깃한 버섯의 식감이 맛을 더하고 간도 밋밋한 기별이 없으니, 잡채에 고기가 없어도 괜찮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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