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에 찍어 먹는 쫀득쫀득한 곱창 구리 돌다리길 곱창골목
초장에 찍어 먹는 쫀득쫀득한 곱창 구리 돌다리길 곱창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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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수택동 구리시장 곱창골목은 일명 ‘돌다리길 곱창골목’으로 불린다.
시장을 지나 돌다리길 뒤편으로 내려서면 초입부터 고소한 냄새가 자욱하다.
10여 개 곱창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곱창골목은 대낮부터 “지글지글” 곱창 굽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돌다리길 곱창골목에 곱창집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구리시장 내 포장마차에서 곱창을 팔던 상인들이 하나둘 골목에 가게를 열기 시작하면서 곱창골목이 형성됐다.
‘원조 유박사 곱창’ 외에도 ‘보배곱창’, ‘이모네’ 등이 이곳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식당들이다.
다른 맛집 거리와 견주면 이곳 곱창골목은 서민들의 향취가 가득하다.
손님들은 시간대에 따라 제각각이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 저녁시간에는 직장인들이 소주 한잔에 곱창 안주를 즐기러 식당 문을 두드린다.
특히 이곳 곱창집들은 인근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학생들이 찾으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양을 더 얹어주기도 한다.
곱창집들 중 맏형 격인 ‘원조 유박사 곱창’의 사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 주인장이 곱창볶음을 시작한 게 1987년의 일이다.
막 시집 온 새댁은 구리시장 안에 포장마차를 꾸렸고, 그때 안주로 내던 것이 곱창이었다.
깻잎, 양배추 등 야채와 함께 내놓은 곱창볶음은 당시 여성들에게 유독 인기가 좋았다.
그때의 명맥을 이어 요즘도 이 식당에서는 야채곱창을 주메뉴로 자랑한다.
그 당시는 곱창도 일일이 가위로 잘라내던 시절이었다.
곱창을 손질하다 보면 손가락이 퉁퉁 부어오르기 다반사였고, 밀가루 반죽을 넣어 곱창을 씻어내면 기름기 때문에 하수구가 막히기 일쑤였다.
요즘 곱창 장사는 그래도 수월한 편이다. 곱창도 잘라놓은 상태로 들어오고 수압으로 속을 씻어내니 그만큼 간편해진 셈이다.
포장마차에서 곱창 장사를 시작했던 주인장은 1992년에 본격적으로 곱창 전문 식당을 열었다.
이곳 곱창골목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01년이다.
인근 ‘보배곱창’과 ‘이모네’ 역시 2001년부터 함께 골목을 지켜온 식당들이다.
골목이 유명세를 타면서 다른 식당들이 옹기종기 들어서서 돌다리골 곱창골목이 지금과 같은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이곳 곱창집들은 몇 가지 맛의 비결을 갖고 있다.
일단 신선한 곱창을 준비하는 게 포인트다.
식당에서는 하루 두 차례 곱창을 들여와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곱창은 쫀득쫀득해질 때까지 바싹 굽고, 구울 때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소주를 약간 붓는다.
들기름을 약간 섞어주는 것도 곱창의 노릿한 냄새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다 익은 곱창은 초장에 찍어 상추에 싸 먹는다.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은 다른 지역 곱창 가게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포장마차 시절 손님들이 초장에 찍어 먹고 맛있어 하는 모습을 보고 정착시킨 뒤 이곳 곱창골목 대부분의 식당에서 곱창과 초장을 함께 먹는 게 유행이 됐다.
포장마차에서 곱창골목까지 20여 년 넘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단골손님들의 성향도 제각각이다.
학생 때 단골이었던 곱창 마니아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지방에서도 일부러 올라오고, 유학 갔다 돌아온 아이들에게 이곳 곱창을 사다주는 학부모들도 있단다.
“학생 때 왔던 친구들이 이곳에서 연애하고 나중에 애를 안고 찾아왔을 때가 가장 보람 있죠. 나도 곱창 장사로 큰딸을 대학까지 보냈으니까요.
아이를 집에 두고 남편과 함께 밤을 번갈아 새며 장사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해요.”
‘유박사 곱창’ 주인장의 추억처럼, 구불구불한 곱창 안에는 맛뿐 아니라 숱한 사연과 애환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