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삼부연폭포 숱한 전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다
철원 삼부연폭포 숱한 전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다
철원 갈말읍의 삼부연폭포는 느닷없다.
유명 폭포들이 대부분 산세 좋은 계곡에 기대 있는 것과 달리 불현듯 장관을 드러낸다.
읍내에서 명성산 방향으로 2.5km 달리면 길가에 삼부연폭포가 있다.
폭포를 만나는 데는 본래 ‘워밍업’이 필요하다.
산줄기를 끊임없이 오르고,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몇 차례 닦아내는 정성이 절경을 알현하는 감동에 대한 필요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삼부연폭포는 예외다.
북쪽으로 철조망이 막힌 길을 달려왔으니 폭포를 만나는 수고쯤은 덜어주려는 배려인가 싶다.
느닷없이 만나는 폭포지만 그 첫인상은 짜릿하다. 산세 좋은 고장의 폭포 줄기와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폭포수는 사계절 마르지 않고 쏟아져 내린다고 한다.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메마른 계절인데도 폭포가 만들어내는 ‘사운드’가 예사롭지 않다.
이 웅장한 폭포에서 KBS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의 명장면이 촬영됐다. 〈대왕의 꿈〉은 삼국통일을 이룩한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폭포에서는 비밀조직 귀문단의 비형랑과 길달이 용호상박의 혈투를 벌인 격투 신을 찍었다.
폭포의 사연을 되짚어보면 사극의 촬영 장소로 제격이다.
폭포의 물줄기는 명성산과 맞닿아 있다.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의 별칭은 ‘울음산’이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향하다가 이곳에서 설움을 토해냈다고도 하고,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도망치다 이곳에서 울었다는 사연도 전해 내려온다.
궁예의 아픔을 전하듯 억새밭 가운데 궁예가 마셨다는 궁예약수터도 있다.
울음산의 울음과 사연은 삼부연폭포에서 더욱 깊어진다.
궁예가 철원에 도읍을 정할 당시, 도를 닦던 이무기 세 마리가 폭포의 바위를 뚫고 용으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때 생긴 바위 구덩이 세 개가 가마솥을 닮아 ‘삼부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조선 숙종 때 삼연 김창흡이 이곳에 은거한 것을 기려 삼부연으로 불린다는 주장도 있다.
사연이야 어찌 됐든 20m 높이의 웅장한 폭포수는 절벽에서 몸을 비틀며 세 번 꺾여 떨어진다.
유심히 살펴보면 물이 고인 구덩이도 세 개다. 이 구덩이는 위부터 노귀탕, 솥탕, 가마탕으로 불린다.
용 세 마리에 얽인 전설처럼 삼부연폭포 옆 동굴 터널 이름이 또 오룡굴이다.
이곳을 지나면 용화저수지도 있다. 정제되지 않은 오룡굴은 폭포의 운치를 더한다.
폭포 앞에는 ‘부연사’라는 암자가 폭포수를 내려다보고 서 있다.
암자 입구에는 행복한 절이라는 팻말이 있지만, 커다란 백구 한 마리가 지키고 있어 일반인이 마음 놓고 드나들기는 힘들다.
오룡굴을 지나다 보면 먼발치에서나마 절벽 위에 매달린 절터를 엿볼 수 있다.
수려한 폭포에 사연이 구구절절 넘쳐나니 〈대왕의 꿈〉 외에도 여러 차례 카메라를 유혹했다.
삼부연폭포는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에 등장하며 그 이름을 알렸고,
11월 말 방송 예정인 KBS 수목드라마 〈전우치〉의 녹화도 이곳에서 마쳤다.
배우 차태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전우치〉에서 삼부연폭포의 절경을 다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삼부연폭포는 ‘철원8경’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이 이곳을 지나다가 진경산수화를 그렸다는 전설 역시 폭포와 함께 내려오는 이야기다.
물이 어우러진 철원의 절경은 삼부연폭포가 전부는 아니다.
삼부연폭포를 능가하는 경치를 꼽으라면 고석정이 있다.
고석정은 철원을 가로지르는 한탄강이 만들어낸 최고의 관광지다.
현무암 계곡이 늘어선 강 한가운데 10여 m 솟은 기암봉이 있고, 그 옆에 정자가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