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정식 한옥의 따사로움이 깃든 푸짐한 맛
전주 한정식 한옥의 따사로움이 깃든 푸짐한 맛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불심으로 새기고 지혜로 보존하다
고향의 의미를 되새기는 설날 여행이라면 전북 전주가 제격이다. 따사로운 한옥 골목에 전통의 맛이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 어머니의 정성까지 느껴지는 한식의 진수를 전주에서 맛볼 수 있다.
전주 여행은 허리띠부터 풀고 시작한다. ‘맛의 본고장’을 꼽으라면 전주를 빼놓을 수 없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피순대, 막걸리, 백반, 한정식 1박 2일 여행에 무엇을 먹을까만 손꼽아도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전주의 맛은 먹는 맛에 그치지 않는다.
음식 그릇 위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오래된 한옥의 사연과 세월이 묻어나는 골목, 시장이 어우러진다.
입과 코가 즐겁고, 눈과 귀까지 행복한 오감 여행이다.
설날 즈음에 가족과 함께 전주를 찾는다면 품격 있게 한정식집 문을 두드려도 좋다.
전주의 전통 음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유명한 콩나물밥과 비빔밥이고, 다른 하나는 백반과 한정식이다.
콩나물밥과 비빔밥이 장터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백반과 한정식은 집안의 여인들이 만드는 가정식 밥상에 기초를 둔다.
제대로 된 한정식 한 상이면 웬만한 집의 설날 음식을 쉽게 뛰어넘는다.
30여 가지 반찬이 상다리가 부러지게 나오는데, 어느 식당에서 한정식을 주문해도 ‘백반 큰상’에 견주는 정성과 양을 자랑한다.
전주 시내 곳곳에는 전통을 자랑하는 한정식집들이 있다. 한옥마을에만 가도 한정식 간판을 내건 집들을 골목마다 만날 수 있다.
전주시청 홈페이지에 등록된 한정식집이 ‘한벽루’ ‘궁’ 등 16곳에 달한다.
전주 한정식은 지리적·문화적 배경이 담겨 있어 음미하는 맛이 더 깊다.
예전에 전주 읍내장은 남원 읍내장과 더불어 전라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자연스럽게 각 지방의 좋은 재료들이 전주로 몰렸다.
서해의 신선한 해산물과 기름진 평야에서 생산된 곡식, 산간지대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을 모두 전주에서 맛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전주를 감고 흐르는 전주천은 수질이 좋아, 이 일대에서 나는 곡류와 채소류 역시 훌륭한 재료가 됐다.
윤택한 식생활에 전주 부녀자들의 음식 솜씨와 정성까지 더해져 전주식 백반이 완성된 맛을 갖추게 된다.
전주의 부유한 토착 세력이던 향리들의 입을 즐겁게 한 백반 큰상은 상업화 과정을 거치며 한정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한정식 상에는 식당 개성에 따라 진기한 음식들이 올라온다.
바다, 강, 산, 들, 하늘에서 나오는 것들이 화려하게 깔린다. 신선로, 구절판 등 한정식의 지존 외에 ‘전주 10미(味)’로 꼽히는 음식을 추려보는 것도 흥미롭다.
전주 한정식의 단골 메뉴인 황포묵, 모래무지, 애호박, 게 등이 전주 10미에 속한다.
여기에 손맛이 깃든 명란젓, 새우젓, 오징어젓 등과 깊은 맛이 일품인 김치가 곁들여진다.
전주 한정식을 맛있게 먹는 데는 요령이 있다. 음식은 대부분 주문과 함께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므로 하루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또 한정식은 나오는 순서대로 찬 음식은 차게, 더운 음식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전주의 어느 한정식집이든 양이 푸짐하니 배부를 각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