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가득한 대안공간으로의 변신 대인예술시장
상상력 가득한 대안공간으로의 변신 대인예술시장
활기 잃은 재래시장이 상상력 가득한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상점 셔터에는 그림이 그려지고 문 닫은 점포에는 공방이 들어섰다.
좁은 골목 안쪽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 바로 대인예술시장이다.
많은 재래시장이 대안공간으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요즘, 대인예술시장은 그 본보기가 되어도 좋을 만큼 개성 넘치는 상상의 공간이다.
재래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예술가의 작업실
1959년 5월 공설시장으로 문을 연 이래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문전성시를
이루던 대인시장은 양동시장과 더불어 광주의 2대 시장으로 꼽혔다.
그러나 시외버스터미널과 광주시청이 이전한 자리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문을 닫는 상점들이 늘어가고 인적이 뜸해졌지만 남은 시장 사람들은 여전히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전성기의 대인시장을 추억하는 상인들에게 시장은 곧 삶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최근 새로운 이웃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장 골목의 빈 공간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예술가들이 바로 그들이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진행된 ‘복덕방프로젝트’를 통해 작업 공간을 찾는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대인시장에 모여들었다.
400여 명의 상인들과 100여 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살게 되면서 변화가 일었다.
인적이 적어 그늘졌던 공간에 작가의 손길이 닿기 시작한 것이다.
정기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파는 예술야시장이 열리고 갤러리가 들어섰다.
이름도 ‘대인예술시장’으로 바꿔 불리게 되었다.
구경삼아 시장을 찾은 여행자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시장통을 돌다가 문득
예술가들의 열린 작업실을 만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작가의 손길이 닿은 시장을 만나다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적 공간이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의 공간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시장에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빈 벽에 야구선수를 그리고, 빈 상점의 셔터에 역도선수 장미란을 그려 넣었다.
돼지머릿고기를 팔던 가게 문에는 귀여운 돼지인형을 입혀주었다.
시장을 돌며 리어카 행상을 하는 하문순 씨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벽화 덕분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5·18 때 대인시장 사람들이 버스터미널에 있던 시민군한테 주먹밥을 싸서 날랐거든. 나도 그때 주먹밥 많이 쌌지라.”
질 좋은 제철 과일과 채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아주머니의 리어카에는 ‘진희상회’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작가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는 상인들도 나타났다. 그림을 그리는 상인도 생기고, 골동품점을 연 상인도 있다.
건어물을 팔던 사장님은 자신의 가게 옆에 공간을 마련해 골동품 가게를 열었다.
기증받은 물건을 팔아 불우이웃을 돕는 ‘장깡’이다. 도움을 준 내역을 꼼꼼하게 기록해 누구라도 볼 수 있게 걸어두었다.
작은 도자기부터 생활소품까지, 값나가는 물건은 아니지만 좋은 일에 쓰일 날을 기다리며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다.
간판을 새로 만들고 상인들의 캐리커처를 거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시장 전체를 새로운 대안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한 평 갤러리’는 전시 기회를 찾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제공되는 공간으로, 매달 작가와 작품이 바뀐다.
작업실이 밀집해 있는 골목의 ‘미테-우그로’는 작가들의 쉼터가 되는 카페 ‘우그로’와 해외의 젊은 작가들을 초대해
전시회를 여는 갤러리 ‘우그로’, 그리고 작가들의 레지던스 공간인 ‘자자’를 운영하고 있다.
시장통 중심에는 여행자와 상인들에게 개방된 도서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친 다리를 쉬며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상인들에게 각종 공구를 대여해주고 안내센터의 역할도 하는 ‘다다익선’도 그 문이 활짝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