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호강하는 여행을 원한다면 이천
마음까지 호강하는 여행을 원한다면 이천
가을 냄새 솔솔 나는 도자기 쌀밥 농촌 체험 이천 체험 여행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하루 24시간을 꼬박 같이 보내는 우리 가족.
부부 모두 프리랜서에다가 최근 등원을 하지 않는 아이까지 합세해 세 식구가 늘 좁은 집 안에서 복작거린다.
“엄마! 놀이터 가고 싶어!”, “엄마, 친구네 놀러 싶어!”, “힝, 나 유치원 가고 싶은데∙∙∙.”
며칠째 갇혀 노는 게 답답했던지 연신 나갈 궁리만 하던 아이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내 중얼거렸다. “코로나 때문에 안 되겠지?”
세상이 원래 이랬다는 듯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아이의 모습이 애처롭다.
넘어져 피가 나면 반창고를 붙여주고, 기침, 콧물이 시작되면 감기약을 먹일 텐데∙∙∙,
뭉그러진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듬어 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길로 집을 벗어나 이천으로 향했다.
일단 출발은 했고, 이천으로 향하는 동안 ‘이천 가 볼만 한 곳’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화면을 쭉 내리다가 ‘예스파크’란 곳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테마파크 같은 텐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천에 위치한 도자예술마을이란다.
예스파크의 정확한 명칭은 藝’s Park. 이천을 대표하는 도자를 비롯해 조각, 회화, 공예, 사진, 음악 등을 작업하는 다수의 예술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기획 마을이다.
약 40만 m2(12만여 평)의 연면적에 가마 마을, 사부작 마을, 회랑 마을, 별 마을 등 4개의 작은 마을 외 별도의 카페 거리로 구성돼 있다.
2010년, 이천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공예와 민속 예술’ 분야로 선정됐고,
이후 전통과 창의를 넘어 글로벌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일환으로 2018년 4월에 이곳 예스파크가 개촌했다.
개촌 시기를 굳이 밝힌 이유는 아직 만 3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성화 면에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되는 곳임엔 틀림없다.
너른 대지 위에 200여 개의 공방이 가득하다.
이럴 경우 보통은 발길 닿는 대로 혹은 마음 가는 대로 둘러볼 것을 권하지만 예스파크에 대해서 만큼은 먼저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충분한 정보를 얻을 것을 추천한다.
아직 대표 홈페이지가 없어 온라인으로 상세한 정보 찾기가 어려울뿐더러 공방 오픈 여부도 개별적으로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 방문이 아닌 체험을 원할 경우 공방으로 미리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개중 필자가 다녀온 세 곳을 간단히 소개한다.
음악으로 정화되다, ‘카페 오르골’
카페 문을 열자마자 먼저 환호성을 지른 건 아이였던가, 나였던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오르골이 질서정연하게 진열된 모습에서 한 번, 다양한 오르골을 조심스레 돌려가면서 또 한 번∙∙∙.
사르르 마음이 녹아내렸다. 바이러스 가득한 세상에서 벗어나 맑고 청아한 오르골 세상이 꽤나 만족스럽다.
직접 음악을 고르고, 원하는 대로 마음껏 꾸밀 수 있다는 말에 아이는 모든 곡들을 찬찬히 들어본 후 ‘렛잇고’와
‘언더 더 씨’를 제치고 BTS의 ‘봄날’을 택했다. 네가 고른 그 곡의 제목이 ‘봄날’이란 사실을 알려주자 아이의 얼굴에도 봄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아이는 봄이 되어 나무에 물을 주러 가는 소녀를 상상하며 오르골을 꾸몄다. 작은 두 손에 봄 같은 희망을 움켜잡고 우리는 다음 공방으로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당나귀 조각상 때문인지 유독 눈에 띄는 갤러리 더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