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전람회 광주 경안천 분원리
따사로운 전람회 광주 경안천 분원리
초장에 찍어 먹는 쫀득쫀득한 곱창 구리 돌다리길 곱창골목
경안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모퉁이 마을들은 잠시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
수자원보호지역이 된 물 위로는 배와 사람이 나서지 않고, 양평까지 우회하는 337번 지방도는 차량마저 뜸하다.
경안천을 거스르는 길을 따라 퇴촌사거리를 지나면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이 고즈넉한 모습을 드러낸다.
광주8경에 속하는 습지생태공원은 겨울 산책이 색다르다. 하천변과 습지를 잇는 백색 탐방로가 2km가량 이어진다.
산책로 곳곳에는 생태공원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친절한 안내가 곁들여져 있다.
고라니와 철새들을 만날 수 있는 경안천변은 고니의 월동지이기도 하다.
탐조대로 이어지는 하천변은 가족들의 산책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곳곳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어 겨울날의 상념을 돕는다.
경안천 하류의 남종면 분원리로 들어서면 시간은 한 템포 더디게 흐른다.
주변 마을은 한적해도 그 안에 담긴 혼은 품격 높다. 분원리는 조선 왕실의 마지막 가마터가 있던 곳이다.
‘분원리’라는 마을 이름도 궁중의 음식을 관장하던 사옹원의 백자 분원에서 따온 지명이다.
궁궐에서 쓰는 그릇을 굽기 위해서는 좋은 흙과 땔감이 필요했고, 한강의 강줄기가 만나는 곳에 옛 가마터가 조성됐다.
분원백자자료관(031-766-8465, www.bunwon.or.kr)은 규모면에서는 광주의 경기도자박물관에 뒤처져도 들어선 사연만큼은 남다르다.
한적한 마을 뒤편 언덕에 자리한 자료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건물을 올렸다.
초등학교터에 매장된 조선시대 백자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따뜻한 배려다.
왕실의 그릇을 굽던 자리에 일제강점기 초등학교가 세워졌고, 2000년대 초반 발굴 작업을 통해 그 터가 드러났다.
재단장한 자료관은 철판으로 강건하게 둘러싸여 있다.
자료관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발굴된 백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사옹원 선정비들이 나란히 도열해 있다.
자료관 내부에는 발굴 당시 그대로의 백자를 전시하고 있다.
자료관에서는 스탬프를 찍어 엽서를 꾸밀 수 있으며, 사전에 예약하면 그릇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자그마한 공간이지만 해설을 곁들여주는 친절한 분위기도 정겹다.
자료관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겨울 풍경은 백자처럼 단아하다.
큰 고목 너머로 경안천과 팔당호가 고즈넉하게 어우러진다. 분원백자자료관은 연중무휴에 관람료까지 무료다.
분원리에서는 독특한 박물관 한 곳이 눈길을 끈다.
남종면사무소 뒤의 얼굴박물관(031-765-3522, www.visagej.org)은 얼굴을 소재로 세계 각국의 인형, 가면 등을 전시한 공간이다.
연극연출가가 설립한 이 박물관은 마당을 남도의 한옥과 석상들로 꾸몄고,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쉼터도 있다.
얼굴박물관은 전시품 교체를 위해 2월 12일까지 휴관한 뒤 13일부터 재개관에 들어간다.
월‧화요일은 휴무이며, 수‧목요일은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금요일부터 일요일은 항시 개관한다.
호젓한 전시관들은 물길 따라 계속된다. 경안천과 맞닿은 팔당호를 제대로 조망하려면 물환경전시관(031-8008-6937)으로 갈 일이다.
호텔을 개조한 건물 9층에 팔당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한편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면 소내섬, 족자도, 예봉산까지 아름다운 팔당의 전경이 방해 없이 펼쳐진다.
망원경도 비치돼 땅 위에서 놓치기 쉬운 강 위의 흔적들을 가깝게 관찰할 수 있다.
팔당호의 과거부터 이곳에 서식하는 동식물, 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과학적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