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으로 떠난 알찬 하루 여행 심훈기념관에서 우렁쌈장까지
당진으로 떠난 알찬 하루 여행 심훈기념관에서 우렁쌈장까지
화려한 슈퍼스타는 없지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는 그곳.
당진의 매력은 평범하면서도 독창적인 데 있다. 소설 《상록수》가 태어났고, 일출과 일몰이 한 땅에 나고 진다.
방조제를 따라 포구 풍경이 줄을 잇고, 해풍과 황토의 합작으로 자란 별미들이 기다린다.
게다가 경기도 평택에서 서해대교를 건너면 곧바로 당진 땅이다.
서울에서 고작 1시간 남짓이니 알토란 같은 당진을 하루에 누벼보자.
행담도를 건너 당진으로 들어서면 가장 가까운 곳이 필경사다.
서울에서 1시간 반이면 닿는 곳이니 부지런만 떨면 10시 전에 도착이 가능하다.
필경사는 얼핏 이름만 들어서는 절이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곳은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했던 집이다. 그는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와 손수 집을 짓고 필경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밭을 가는 농부의 마음으로 붓을 잡는다는 뜻을 담았다.
일제의 수탈로 피폐해가는 농촌을 살리려는 마음으로 집필한 《상록수》는 전국 청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게 된다. 마을 일대와 당진의 포구들이 《상록수》의 무대가 되었다.
심훈의 추모일인 지난 9월 16일, 필경사 옆에 심훈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바닥에 새겨진 친필이 그의 영혼처럼 반긴다.
“높은 곳에 올라 이 땅을 굽어보니 큰 봉우리와 작은 뫼 뿌리의 어여쁨이여”, 그의 시 <나의 강산이여> 앞부분이다.
전시관에는 친족들이 소중하게 지켜온 육필 원고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3.1운동 가담으로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던 시절에 쓴 ‘어머니께 올리는 글월’ 등 수백 편의 원고 사본과 그가 사용했던 책상, 손때 묻은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집 《그날이 오면》의 검열본이다.
현재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이 시의 원고에는 빨간 펜으로 원고를 난도질한 일제의 검열 기록이 선명하게 남아 당시의 억압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날이 오면》은 1932년 조선총독부의 검열로 결국 출판이 좌절되었고, 그가 죽은 뒤인 1949년에 간행되었다.
심훈의 작품과 민족정신에 젖어 있는 사이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필경사에서 5분 거리에 조희숙의 “상록수밥상”이 있다.
명소 옆에 근사한 밥집이 있다는 건 여행자에게 행운이다. 당진의 해풍과 황토에서 자란 것으로 차려내는 상록수밥상은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농가맛집이다.
늙은 호박으로 담근 호박지, 장구항에서 잡은 실치, 쌀가루로 튀겨 더 바삭하고 고소한 두릅튀김, 들깨를 갈아서 된장과 김치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낸 깻묵장,
서울에서 자란 조희숙 사장이 친정어머니한테서 배운 북어찜에다가 불고기,
꽃게, 굴젓 등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진수성찬이 바로 상록수밥상이다.
상록수큰밥상은 차돌박이된장, 상록수밥상은 깻묵장이 주인공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 서해의 낭만에 빠져볼 시간이다.
상록수밥상에서 한진포구는 10분 거리다. 한진포구에서부터 바다를 따라 왜목마을까지 차를 몰아보자.
바다 풍경이 쭈욱 펼쳐지는 방조제 드라이브 길은 당진 9경에 속할 만큼 아름답고 인기가 높다.
왜목마을은 북쪽으로 목을 쭉 빼고 있는 당진 땅끝에 자리 잡아 마을 양쪽이 바다다.
덕분에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어 해가 바뀌는 때면 사람으로 넘쳐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한적한 포구의 멋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