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마저 덥히는 대구의 소문난 고깃집을 찾아서
마음마저 덥히는 대구의 소문난 고깃집을 찾아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끈한 불맛이 그리워진다. 옹기종기 불 앞에 모여앉아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이야기꽃을 피운다.
때론 혼자여도 상관없다. 불향 밴 고기 한 점 입안에서 살살 녹으면 언 마음이 사르르 풀린다.
반세기를 이어오는 원조 맛집부터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색 맛집까지, 대구의 추위를 녹이는 불맛 좋은 고깃집을 찾았다.
고기냄새 밴 윗도리를 걸치고 문을 나서면 추위는 저만치 사라지고 얼굴마다 훈훈한 미소가 번진다.
반세기를 지켜온 연탄석쇠불고기의 매력, 단골식당
대구 칠성시장에 가면 50년째 맛의 내공을 이어오는 집이 있다. 연탄석쇠불고기 원조 ‘단골식당’이다.
시장 안 족발골목에 들어서면 집 앞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만 보고도 단박에 이 집을 찾을 수 있다.
1960년대에 대여섯 식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작했던 연탄석쇠불고기는 하나둘씩 문을 닫고 이제 단골식당만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아담한 식당 안에 들어서면 자리에 앉기도 전부터 고소한 냄새에 군침이 돈다.
메뉴는 오직 석쇠돼지불고기정식뿐. 입구에 있는 연탄 화덕에서 불꽃쇼가 벌어지고 나면 시골 논두렁에 새참을 내오듯 둥근 쟁반 밥상이 대령한다.
김치에 상추겉절이, 깻잎과 풋고추 그리고 된장국이 전부이지만 시골 외할머니 밥상처럼 정겹다.
밥상의 주인공 석쇠불고기는 1인분에 200g이지만 눈대중과 인심으로 담아내 양이 넉넉하다.
고기부터 한 점 입에 넣으면 불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고소한 육즙이 혀를 촉촉하게 감싼다.
살살 녹아 부드럽게 넘어가는 고기 맛에 행복한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
고기 맛의 비법을 묻자 주인 할머니는 그저 고기가 좋으면 다 맛있다고 한다.
특별 양념을 쓰냐니까 손사래를 친다. 양념이라고 해봐야 50년 전 시작할 때 양념 그대로라고.
그저 간장, 소금,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 마늘 등 여남은 가지 기본 양념이 전부다.
큰 재래시장 안에 자리 잡고 있으니 좋은 재료를 마음껏 살 수 있다는 게 비법 아닌 비법이다.
석쇠불고기의 맛과 향은 역시 연탄 화력에 달렸다. 적당한 화력에 석쇠를 알맞게 돌려가며 고기를 익히는 실력이야말로 50년 세월에 단련된 살아 있는 노하우다.
불꽃이 일 때마다 기름기가 빠지고 고소한 육즙은 살려낸다.
적절히 밴 연탄불 향이 더해져 입맛과 함께 기운까지 돋궈준다. 영업시간 08:00~22:00.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 휴무. 석쇠돼지불고기정식 6,000원.
대구 시내 가장 핫한 거리인 동성로 삼덕소방소 맞은편에 청사초롱이 걸린 3층짜리 건물이 있다.
‘경성상회’라는 이름처럼 100년 세월을 되돌려 일제강점기 경성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다.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고종 황제가 입었던 곤룡포와 명성황후가 입었던 적의를 똑같이 만들어
전시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한옥의 들창과 탈 등 다양한 전통 인테리어가 예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28년째 외식사업을 하는 손관우 대표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경성갈비는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전통의 불고기 양념 맛을 재현한다.
양념은 일주일 전에 미리 만들어 숙성을 시켜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고기에 버무려낸다.
양념에 미리 숙성시킨 고기는 식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보완해서 경성갈비만의 맛을 탄생시켰다.
비록 미국산이지만 초이스급 이상의 고기만을 들여와 정성껏 만든 양념으로 맛을 내 저렴하게 판매한다.
부드러운 갈빗살과 맛깔스런 양념에 은은한 숯불 향이 더해진 고기 맛에 반해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손길이 바빠진다.
강원도 재래 방식으로 키운 촌돼지만을 취급해 삼겹살을 찾는 손님도 많다.
삼겹살 불판에 함께 나오는 치즈달걀과 간장떡볶이도 삼겹살 인기몰이에 한몫을 하는 조연들이다.
무와 꽃게 육수로 끓인 된장찌개와 음료는 무한 리필이다.
몇 그램(g)이 아니라 몇 근으로 파는 것은 양을 속이지 않는 전통의 상도까지 지키겠다는 경성상회의 양심이다.
영업시간 17:00~05:00. 연중무휴. 경성갈비 반근 1만 6,000원, 삼겹살 반근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