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의 흔적들 광주 전일빌딩245
518민주화운동의 흔적들 광주 전일빌딩245
광주는 한국 민주화 운동사 첫 줄에 가장 굵은 글씨로 올라갈 지역이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가 ‘5·18민주화운동’에 기대어 성장했기 때문이다.
1980년 5월 전국으로 비상계엄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광주시민과 학생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12·12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했던 신군부세력은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부대를 투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다.
특히 시위대가 집회를 열었던 옛 전남도청사와 분수대 주변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 기간에 광주의 여러 건물과 시설물들에는 시민항쟁의 흔적이 남았다.
이러한 곳들은 현재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전일빌딩245도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중 하나다. ‘245’는 5·18민주화운동 중 전일빌딩245를 겨냥해 헬리콥터에서 정조준 사격한 횟수를 의미한다.
한때 이 빌딩은 광주 지역 언론사와 방송국, 도서관 등이 운영될 만큼 전성기를 누렸으나 세월이 흘러 점차 쇠퇴해 2011년 건물을 매매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차장으로 이용하려 했지만, 건물 곳곳에서 5·18민주화운동 때 생긴 것으로 추정하는
다수의 탄흔이 발견되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진행된 국과수 현장 조사에서 모두 245개의 탄환이 확인되었고, 이는 헬리콥터 등 비행체에서 발사되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국과수 결론 이후 애초 주차장으로 쓰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이곳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건물 이름에 245라는 숫자가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그리고 2019년에는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재판 진행 중 국과수가 현장감식을 통해 25개의 탄흔을 추가 발견했다.
그러니까 현재 전일빌딩245에 박힌 총탄의 흔적은 모두 270개다.
탄흔은 건물 바깥에서부터 확인된다. 5·18민주광장 안에 있는 ‘민주의 종’이 설치된 종각 지붕 선 너머를 보면 전일빌딩245 외벽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 남은 총탄 자국 여러 개를 볼 수 있다. 국과수 발표대로라면 시민항쟁 기간 중 지금 전일빌딩245를
바라보는 위치의 공중 어딘가에 떠 있던 헬리콥터에서 건물 외벽을 향해 사격했다는 의미다.
전일빌딩245 실내로 들어가면 총탄 흔적을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지상 10층과 지하 1층 중 광주콘텐츠허브로 사용 중인 5~7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에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관람은 옥상에서부터 차례대로 내려오면서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옥상 이름은 ‘전일마루’다. 전망 덱에 오르면 멀리 무등산까지 보인다.
전일빌딩245보다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전개를 묵묵히 지켜봤을 이 지역 대표 명산이다.
전일빌딩245 공간 중 핵심은 10층과 9층에 운영 중인 ‘19800518’ 전시관이다. 10층으로 들어가자마자 벽과 천장에
설치된 <검은 하늘 그날:전일빌딩>(정영창 작가)과 <민주의 탄환>(이혜경 작가) 두 작품에 압도당한다.
흑백으로 전일빌딩245를 묘사한 그림과 건물 방향이 아닌 정반대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는 수많은 총알을 상징하는 설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