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산성에서 호수공원까지 평화누리길 고양 첫째길
행주산성에서 호수공원까지 평화누리길 고양 첫째길
김포에서 시작해 파주와 고양, 연천으로 이어지는 189km 코스 중 행주산성에서 일산 호수공원에 이르는 고양 첫째길은 산과 강, 도시와 농촌마을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길이다.
더불어 행주산성에서는 임진왜란의 아픈 역사를, 한강변 철책 구간에서는 한국전쟁의 상처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새 단장을 마치고 걷기 행사를 치른 평화누리길 고양 첫째길을 둘러보았다.
평화누리길 고양 첫째길은 행주산성에서 시작한다.
임진왜란 당시 바다의 이순신과 함께 혁혁한 무공을 세웠던 권율 장군이 열 배나 많은 왜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던 곳이다.
천혜의 요새인 행주산성을 둘러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쉬엄쉬엄 걸으면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고양 첫째길을 시작하기 전에 든든하게 배를 채워두는 일이다.
다행히 버스를 타고 행주산성입구에서 내려 길 하나만 건너면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행주산성의 터줏대감인 ‘원조국수집’.
이미 수십 년부터 행주산성을 찾는 사람들이 반드시 맛봐야 할 명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이라면 둘이 먹을 수 있을 만큼 푸짐한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6,000원에 판매한다.
맛이라면 이미 이곳을 다녀간 수십만 명의 손님들이 보증하는 바다.
하지만 길게 줄을 서서 국수 값을 미리 내고, 때로는 모르는 사람과 한 테이블을 써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주변에 있는 다른 국숫집을 이용해도 된다.
자, 그럼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평화누리길 걷기에 나서볼까?
우선 임진왜란의 격전지이자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행주산성부터.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행주산성 정문을 들어서면 늠름한 권율 장군 동상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권율 장군은 한산대첩, 진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히는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명장이다.
고작 3,000명의 군대로 3만의 왜군을 물리치는 대승을 거두었다.
당시 부녀자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날라서 승리에 결정적으로 공헌을 했고, 그로 인해 행주치마라는 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행주치마라는 말은 임진왜란 이전에 이미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행주대첩은 백성들까지 총동원된 장기간의 농성전이 아니라 군대끼리 단시간에 맞붙은 전투였다.
물론 임진왜란 전 기간에 걸쳐 조선의 백성들은 힘을 합해 왜군에 저항했지만, 행주대첩에서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권율 장군 동상을 지나 행주대첩비가 있는 산성의 정상에 서면 한강 너머 김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이 펼쳐진다.
행주산성에서 내려오면 평화누리길은 한강으로 이어진다. 길 곳곳에 표지판이 있고, 나무나 전봇대에 리본을 달아놓았기에 길을 헤맬 염려는 없다.
한강으로 향하는 작은 지방도 양옆에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있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운치가 있다.
메타세쿼이아길이 끝날 때쯤 눈앞이 확 트이면서 한강이 나타나는데, 고즈넉한 풍경 속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멀리 개화산과 올림픽대로, 계양산과 행주대교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다시 강을 따라 조금 걸으면 나비와 꽃,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색색의 메모지로 장식한 철조망이 나온다.
원래 이곳에 있던 철조망을 걷어내면서 일부를 남겨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