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평화생태공원 강 너머 북녘땅이 눈앞에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강 너머 북녘땅이 눈앞에
한강이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향하는 물줄기, 조강 유역에 애기봉 생태공원이 있다.
민통선 검문소를 지나고도 1km가 넘는 길을 더 달려 국토의 서북단 끝자락에 다다라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강 너머 북한 땅이 훤히 바라보이는 언덕 위, 노후화된 애기봉 전망대를 새롭게 단장해 2021년에 평화, 생태, 미래를 주제로 하는 생태공원으로 개장했다.
조강이라는 이름이 다소 낯설다.
김포와 강화로 이어지는 강줄기는 한강하구로만 알고 있었는데 불쑥 조강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조강은 북에서 흘러온 임진강과 한강이 관산포 인근에서 합쳐져 서해로 흐르는 강의 마지막 구간이다.
고려나 조선 시대에는 한양과 개성을 오가는 물길로 수많은 조운선이 드나들던 길목이었다 .
우리에게서 조강이라는 이름이 잊힌 것은 1953 년에 작성된 6.25 정전협정문에 조강 대신 한강하구라는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
애기봉은 원래 ‘쑥갓머리산’이라 불렀다.
애기봉이라는 이름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간 평안감사를 그리다 죽었다는 애기라는 기생의 설화가 전해지면서 붙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1966년에는 설화를 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애기의 한이 헤어진 이산가족의 한과 같다’라며 쓴 애기봉(愛妓峰) 휘호가 비석으로 세워졌다.
애기봉은 크리스마스트리로도 유명하다.
6.25 전쟁 직후 1953년, 한 병사가 평화를 기념하며 애기봉 소나무에 전등을 달아 켠 것에서 유래해 1971년부터는 높이 18m 철탑에 전등을 달아 연말이면 불빛을 밝혔다.
철탑은 철거됐지만, 크리스마스트리를 모티브로 지그재그 모양으로 만든 탐방로는 멀리서 바라볼 때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시킨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 먼저 만나는 곳이 평화생태전시관이다 . 전시관은 평화 , 생태 , 미래 세 가지 테마로 꾸몄다 .
1공간 평화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이 통창을 통해 현재 조강 하구와 우도, 개풍군의 일부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리창에는 8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창밖에 보이는 지형이 어디인지 알 수 있도록 표시돼있다.
2공간 생태에서는 조강 유역의 자연환경에 관한 전시물을 만난다.
남과 북의 땅 사이를 흐르는 조강은 6.25 정전 협정 이후 중립수역으로 지정돼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 때문에 116종에 이르는 조류와 삵, 모새달과 같은 희귀동식물의 서식지로 변모했다.
천장에서 길게 늘어진 LED 큐브는 불빛으로 조강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을 표현한다.
3공간 미래는 사방 벽면에 360도로 화려한 영상을 통해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이 담고 있는 의미를 표현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전시관 2층에 마련된 VR 체험관은 KTX개성VR열차를 타고 현실에서는 끊어진 철도를 달려 가상으로 개성 여행을 해볼 수 있다.
열차의 좌석에 앉아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고증을 통해 구현한 고려 시대 개경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가상 여행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월대와 남대문, 선죽교 등 유적지의 생생한 모습을 만난다.
전시관에서 흔들다리를 건너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모티브로 만든 탐방로를 지나면 조강전망대를 만난다.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평화의 종과 애기봉 표석, 그리고 실향민이 제사를 지내는 망배단이다.
평화의 종은 전구를 달아 크리스마스트리로 점등했던 애기봉 철탑과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수집된 탄피, 철거된 DMZ의 녹슨 철책을 녹여 만들었다.
전망대 야외 계단을 오르면 루프탑 154 다 . 강너머 북한땅을 볼 수 있도록 조성된 전망대다.
애기봉은 6.25 당시 격전을 벌였던 154고지로 우리나라 접경 지역에서 북한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중 최단 거리다.
강 건너 황해도 개풍군까지 직선거리로 1.4km에 불과하다. 1410m인 성산대교 길이 정도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파주와 임진강 물줄기와 관산포, 왼쪽은 유도와 쌍마고지가 보인다.
조강 가운데 떠 있는 유도는 1996년 홍수 때 북에서 떠내려온 황소가 우리 해병대에 의해 구출되었던 곳이다.
구출된 소는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평화의 소’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