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할 땐 서천의 숲과 바다로
위로가 필요할 땐 서천의 숲과 바다로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자연스럽게 숲이나 바다를 찾는다.
숲과 바다가 은근한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로가 필요할 때 서천으로 가자.
서천에 가면 애써 숲이나 바다를 선택할 필요 없이 우리에게 힘을 주는 숲과 바다를 한번에 누릴 수 있다.
키가 작아 안으로 더 단단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앞에 서면 바다 향이 콧속으로 훅 들어온다.
서해의 비릿한 내음과 끈적한 바닷바람이 동백 숲보다 먼저 여행자를 마중한다. 바다와 숲의 오묘한 조화다.
여느 바닷가에서는 흔히 솔숲이 방풍림을 조성하지만, 이곳 마량에는 동백나무 숲이 방풍림 역할을 대신한다.
동백나무는 엄동설한을 견디고 늦겨울부터 꽃을 피워 사랑도 받기도 하고, 소나무처럼 사철 푸른 기운으로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기도 한다.
여름 끄트머리부터 가을에는 동백꽃만큼이나 붉은 열매도 맺기도 한다.
겨울에 피는 한 떨기 순정같이 빨간 꽃도 그렇지만, 반들반들 윤기 나는 잎이 짙은 초록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신선한 활력을 준다.
이곳에서는 동백 숲과 더불어 그 앞으로 펼쳐진 소나무 군락까지 즐길 수 있다.
키 작은 동백나무와 달리 하늘로 곧게 뻗은 소나무 숲 곳곳에 바다를 벗해 쉬어 갈 수 있도록 벤치가 마련되었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도록 바다 쪽으로 살짝 길을 낸 전망대도 들러보자.
천연기념물 169호로 지정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가파른 해안을 따라 언덕에 동백 8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300~400년이나 된 나무들이지만 한결같이 작달막하다.
이 정도 수령이면 7m까지도 자라지만, 마량의 동백나무는 해풍을 견뎌내느라 안으로 더 단단하게 다져져 기껏해야 2~3m다.
키 작은 동백나무 숲 위로 정자도 있다. 동백정에 올라 바라보는 서해의 풍광이 장관이다.
해넘이가 유명한 서해답게 이곳 역시 이름을 알린 해넘이 포인트다.
여행자들은 하루의 수명을 다한 붉은 태양이 바다 밑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바라보며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꿈꾼다.
동백나무 숲이 있는 마량포구는 서해인데도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낚싯바늘처럼 살짝 구부러진 지형 덕분에 동쪽으로도 바다가 열린 마량포해돋이마을에서 해돋이를 보고, 동백나무 숲에서 해넘이를 보는 식이다.
서천의 작은 해안에서 뜨는 해와 지는 해를 한번에 누리며 온전히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동백나무 숲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데 기껏해야 20분 정도 걸리지만, 동백정에서 바다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면 1~2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번잡하던 정신을 가라앉히고 마음에 힘을 주는 잔잔한 여행이다.
홍원항은 바다 위로 길게 뻗은 방파제와 아름다운 등대가 유명해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이다.
게다가 인근에 늘어선 횟집에서 다양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어 눈과 입이 즐겁다.
무엇보다 먼 바다를 향해 난 방파제에서 바다 위의 산책을 만끽할 수 있다.
방파제 끝까지 걸어가면 빨간 등대가 있어 사진 찍기 좋아하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낚시꾼을 위한 데크도 설치되어 늘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눈에 띈다.
낚시꾼조차 홍원항의 경치에 슬며시 녹아들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 곁에 잠시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