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겹고 신명나는 전통시장 안성오일장
흥겹고 신명나는 전통시장 안성오일장
요즘의 장터 좌판은 아낙들이 캐 낸 향긋하고 상큼한 봄나물로 가득하다.
싱싱한 생선도 장터 한켠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뜨끈한 가마솥국밥이 김을 무럭무럭 피우며 구수한 냄새를 진동시킨다.
오일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보면 완연한 봄을 실감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곳 가운데 한 곳이 경기도 안성의 오일장이다.
안성은 고을 이름부터 푸근하고 넉넉하다. 예로부터 산수가 온화해 자연 재해가 없고 각종 물산이 풍부해 살기 불편함이 없었다.
그래서 동네 이름에도 편안할 ‘안(安)’자가 들어갔다.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에도 “안성은 경기와 호남바닷가 사이에 있어
화물이 모여 쌓이고 공장과 장사꾼이 모여들어 한양 남쪽의 한 도회로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살기 좋은 안성은 안성장에 가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안성장은 끝자리가 2와 7로 끝나는 날 안성 중앙시장 주변에 Y자 형태로 늘어선다.
길이는 약 1.5km. 지금은 옛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현대화된 시장분위기를 풍기지만 구수한 인심이 넘치는 옛 장터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안성장은 조선시대 대구장, 전주장과 함께 조선 3대장으로 불렸다.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등 삼남지방에서 출발해 한양을 가는 지방의 상품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안성이 동래~대구~충주~용인~백교~한양으로 이어지는 영남로와 영암~나주~정읍~공주~수원~한양으로 이어지는 호남로가 만나던 지점이었던 까닭이다.
안성이 곧 동서와 남북의 물산들이 모이던 물산집하장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인데,
‘이틀이레 안성장에 팔도화물 벌일 렬(列)’이란 천자문 풀이도 있었고 ‘안성장은 서울 장보다 두세 가지가 더 난다’는 속담이 생길 정도였다.
그만큼 상품의 종류가 많고 값도 쌌다는 뜻이다.
<영조실록>에는 안성장의 규모가 서울의 이현시장이나 칠패시장보다 커서 물화가 모이고 도적떼들도 모여든다는 기록이 있고,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이 서울로 모이는 물산을 매점매석하기 선택한 곳이 안성장이다.
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10시 무렵. 하지만 상인들이 좌판을 준비하는 모습부터 보려면 9시까지 장에 나와야 한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난다.
시골장의 풋풋한 인심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어 장이 서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주변 지역과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시장은 초입부터 시끌벅적하다. 달래며 냉이, 두릅, 버섯, 더덕, 상추, 오이, 감자 등 나물과 채소, 푸성귀를 펼친 좌판이 늘어서 있다.
커다란 비닐봉지 하나 가득 담아도 5,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5,000원 어치를 사니 한 움큼 가득 더 담아준다.
세상이 각박해져 간다지만 아직도 시골 장터에는 이런 인심이 넘쳐난다.
곡물 가게 앞에 놓인 조, 수수, 콩 등이 담긴 자루는 미술작품인양 화려하다.
어물전도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고등어, 갈치, 오징어 등 생선이며 조개류들을 가득 차려놓은 좌판에서 봄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먹거리 뿐만 아니라 옷과 잡화에다 옛날 필름카메라 등을 파는 골동품상까지 들어서 있어 장 구경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물건 사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장 구경은 역시 사람 구경이다.
나물 좌판 할머니, 구수한 입담으로 손님을 불러 모으는 청국장 아줌마, 리어카 카페 마담 등 장터 상인들도 구경꾼의 흥을 돋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