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숲 가을 색이 파도친다
화담숲 가을 색이 파도친다
가을이 일렁인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의 유혹 아래 나뭇잎은 때로는 부끄러운 듯 홍조를 띠고 때로는 새침하게 노란빛을 띤다.
찬란한 가을 하늘 아래 풍경은 요동치고 있다. 가을이 한바탕 신명난 단풍놀이판을 벌인다.
이 한판이 끝나면 풍경은 이내 차분하게 잦아들 것이다. 화려한 놀이판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굳이 단풍 명산까지 가기 힘든 가을날, 조금은 편하고 느리게 걸어도 좋을 화담숲으로 떠나본다.
천년단풍이 맞아주는 화려한 가을 산책
화담숲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스키장으로 유명한 곤지암리조트에 위치한다.
화담숲 전용 주차장이 있지만 요즈음 같은 단풍철에는 금세 차로 가득 찬다.
화담숲 주차장까지 올라가지 못하면 리조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리조트 순환열차나 버스, 리프트를 타고 화담숲 입구까지 갈 수 있다.
물론, 천천히 걸어도 된다. 리조트 주차장에서 화담숲으로 가는 산책길은 ‘꽃따라 물길따라’라는 예쁜 이름을 지녔다.
이름처럼 졸졸졸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가을 산책길의 시작이다.
화담숲은 규모가 약 1,355,372㎡에 이르며 43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나무가 천년단풍이다.
나무 둘레가 250cm, 높이가 12m에 이르며 수령은 2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수령이 오래된 커다란 은행나무는 간혹 볼 수 있지만, 오래된 단풍나무는 매우 희귀하다.
붉은빛을 가득 머금은 위풍당당한 단풍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하니, 화담숲 단풍놀이는 시작부터 실로 거창하다.
천년단풍을 뒤로하고 민물고기생태관으로 올라가는 길,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보자.
연못과 한옥, 단풍이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풍광과 마주한다. 원앙이 산다는 연못 한쪽으로 들어앉은 한옥이 운치 있다.
한옥 건물에는 주전부리를 파는 ‘한옥주막’과 각종 차와 커피를 제공하는 ‘그 찻집’이 있다.
산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옥주막이나 찻집으로 향하고 싶은 유혹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으나, 산책을 끝낸 후 제대로 휴식을 누리기 위해 아껴두기로 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민물고기생태관을 잠시 둘러본다. 민물고기생태관 옆으로 하부 모노레일 승강장이 있다.
이곳에서 상부 모노레일 승강장까지 도보로 40분가량 소요된다. 이 길이 숲속산책길 1코스로 불린다.
모노레일을 타면 5분 정도면 올라간다. 모노레일은 노약자나 유모차 이용 방문객에게 도움이 된다.
모노레일 대기 시간이 길 경우에는 승강장 주변의 곤충생태관이나 모래놀이터를 이용하도록 하자.
화담숲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데크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굳이 모노레일을 이용하지 않아도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이동 가능하다.
중간 중간 빠른 계단길과 완만한 산책길로 나뉘는 구간도 있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하트 모양 조형물로 꾸며놓은 약속의다리는 인기 포토존 중 하나.
하트 조형물을 배경으로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다리에는 연인들이 채워놓은 사랑의 자물쇠가 빽빽이 달려 있다.
다리 끝에는 열쇠를 넣어두는 보관함이 있다.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물레방아도 보고, 자작나무숲도 지나고 돌탑도 구경한다.
그러다 발그레 고운 빛을 띤 단풍 구경에 젖어들곤 한다.
신비한 빛을 뿜는 억새의 살랑거림도 마주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상부 모노레일 승강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어떤 코스로 산책을 이어갈지 결정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