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물렀거라 숨

플라스틱 물렀거라 숨 쉬는 옹기 나가신다 웰컴 투 옹기마을

플라스틱 물렀거라 숨 쉬는 옹기 나가신다 웰컴 투 옹기마을

플라스틱 물렀거라 숨 쉬는 옹기 나가신다 웰컴 투 옹기마을

디지털과 아날로그 풍경이 공존 대전 대흥동 문화거리

나는 ‘옹알못(옹기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옹기가 장을 담는 커다란 항아리라는 것 정도야 유치원생도 안다.

하지만 옹기가 어떻게 숨을 쉬는지, 1200도나 되는 불지옥 가마에서 태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무지하다.

그런 내가 옹기마을에서 놀라운 하루를 보냈다.

지겹기는커녕 어찌나 흥미롭고 재미가 있는지 시간가는 줄 몰랐다.

장인의 손에 들어간 흙덩이가 순식간에 커다란 옹기가 되는 장면도 보았고, 내 손으로 근사한 그릇도 만들었다.

발효꽃차 만들기부터 맷돌커피 마시기까지 체험은 끝도 없었다.

옹기박물관에는 전국 각양각색의 옹기가 모여 있었다.

옹기국수와 부추전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신나는 토요일을 만들어준 “웰컴 투 옹기마을”강추다.

독립자금 모았던 태극항아리와 세계최대옹기는 가슴 뭉클

예전의 우리나라는 집집마다 장독대가 흔했다.

장독대에서 된장 한 그릇 퍼 와서 보글보글 찌개를 끓여내던 어머니들의 모습은 이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런데 뉴스에서 장독 같은 옹기를 굽는 마을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대통령이 옹기에 서명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대통령이 방문한 곳은 외고산옹기마을이다.

물레를 돌려 옹기를 만드는 장인들이 모여 산다. 옹기를 굽는 거대한 가마와 장인들이 만든 전통의 옹기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웰컴 투 옹기마을’을 진행한다는 꿀 정보를 입수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갔다.

외고산옹기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곳곳에 장독들이 옹기종기 반긴다.

가장 먼저 세계에서 가장 큰 옹기가 보고 싶어 박물관으로 향했다.

기네스에도 등재된 세계최대옹기는 키가 2m를 훌쩍 넘고, 둘레는 5m가 넘는다.

작은 옹기하나도 불 속에 들어가면 깨지고, 무너지기 십상인데, 이렇게 큰 옹기라니. 참, 대단하다.

박물관에는 재미있는 옹기들이 많다.

독립자금을 모았다는 태극문양의 옹기는 가슴이 뭉클했고, 천주교인들이 박해받던 시절 남 몰려 그려 넣은 십자가 문양 항아리와

도깨비문양 항아리같이 신기한 항아리도 많았다.

전국의 항아리들이 모여 있는 코너도 있는데, 각 지역의 옹기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었다.

따뜻한 경상도 지역은 입구가 좁고 배가 불룩한 모양이고, 일조량이 적은 경기도 옹기는 햇빛을 많이 받도록 입구가 넓었다.

옹기 장인과 만나는 공방투어

옹기를 자세히 봤으니 이제 직접 빚을 차례다.

박물관 옆에 있는 옹기공방으로 가면 물레와 도자기체험이 가능하다.

옹기토로 접시를 만드는 간단한 체험이지만, 물레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마음만은 옹기장이다.

물레를 돌리고, 방망이로 흙을 두드려 접시를 만드는 건 난생 처음해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발로 물레를 돌리고, 손으로 방망이를 두드리며 집중하다보니 잡념은 싹 사라지고, 기분이 좋았다.

손으로 가장자리를 주물러 모양을 내고, 그림을 그려주자 나만의 접시가 완성되었다.

이렇게 만든 작품은 며칠간 건조한 뒤 유약을 바르고 구워서 택배로 보내준다.

마을 안에는 옹기를 굽는 커다란 가마가 여러 군데 있다. 그 중에 불이 활활 타고 있는 가마가 ‘소원장작체험’가마다.

나무에 소원을 적어서 가마불 속에 던져 넣으면 적은 데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도 정성껏 소원을 적었다. “인간적으로 딱 5키로만 빼자!”뜨거운 불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소원장작을 보자, 나의 뱃살도 저렇게 사라질 것만 같았다.

옹기가 태어나는 가마온도는 무려 1200도. 이런 뜨거운 불가마에서 옹기가 ‘태어나는구나’ 실감났다.

옹기장인을 만나는 공방투어는 외고산옹기마을의 백미다. 옹기마을에는 7명의 옹기장이 있다.

대를 이어 옹기를 만드는 장인의 공방으로 들어가면, 장인이 옹기를 만드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

이날은 영화요업에서 옹기를 만드는 배영화 옹기장을 만났다.

물레를 돌릴 때마다 굵직한 흙가래가 한 단 한 단 쌓였고, 눈 깜짝 할 새에 커다란 옹기가 되었다.

넓적한 방망이로 옹기 표면을 두드리자 매끈하게 변신했다. 장인은 구경 온 사람들에게 설명도 해주었다.

그가 들고 있는 넓적한 방망이는 수레, 옹기 안벽을 바치는 둥근 나무는 도개라고 알려주었다.

나 같은 옹알못들에게는 그저 두드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정교한 작업이다.

수레를 손잡이 쪽에서부터 옹기 면에 닿게 두드려 가는데, 도개와 조금만 어긋나도 옹기가 찢어지거나 굽는 동안 무너지는 원인이 된다.

설명을 듣고 보니 장인의 모습이 아이돌처럼 대단해 보였다. 물가죽으로 입구를 빚을 때는 모두가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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