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닮다 지오푸드 제주를 담다
제주를 닮다 지오푸드 제주를 담다
제주도와의 만남은 육지 이방인에겐 늘 설렘이다.
이른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 늦은 밤 비행기로 되돌아오는 빡빡한 업무 일정 속에도 제주행 비행기의 탑승구를 오르는 발걸음은 소풍 길에 나서는 아이처럼 언제나 들떠 있다.
1주일이라는 비교적 긴 휴가기간을 할애해 리조트에서 뒹굴뒹굴 보낼 계획을 짤 때도 마찬가지.
그때까지 만나지 못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불쑥불쑥 기분 좋게 다가온다.
제주도를 향한 설렘은 만날 때마다 제주 섬이 상상조차 못 했던 경이로운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감동은 용머리해안이었던 것 같다. 뭍에선 전혀 보지 못했던 지층, 마치 시루떡의 단면을 연상케 했다.
무슨 이런 단층이 다 있나, 바위인가 흙인가 궁금해 손으로 직접 까칠까칠한 표면을 만져보기까지 한 기억이 떠오른다.
다음은 동남쪽에 위치한 성산일출봉. 뜨거운 마그마가 분출하면서 바다와 만나 형성된 왕관 모양의 봉우리다.
멀리서보면 멀리서 보는 대로 아름다운 웅장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발 한발 걸어 올라가 정상에서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경이로움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한 번은 오동통한 제 한 몸조차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거센 바람에 혼쭐난 날도 있었다.
그것도 신기해 그저 웃음 밖에 안 나왔다.
몽당연필부터 새 연필까지 키가 다른 수십~수백 개의 연필묶음을 세워놓은 듯한 주상절리대가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 적도 있었다.
또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돌하루방 어디 감수광’을 사 들고 오름을 걸을 땐 제주 섬의 속살을 발견하는 탐험가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했다.
하루를 봐도 눈이 휘둥그레지고, 일주일을 보내도 모든 게 신기하기만한 제주도.
정작 그 섬에서 태어나 40년을 살아온 본토박이 섬사람조차 “나도 매일매일 놀라며 산다”고 말하는 곳이 제주도다.
이런 제주의 경이로움 중심엔 화산으로 시작한 흙과 땅이 있다. 수십만 년 전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작품인 셈이다.
제주가 ‘화산학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유네스코에선 이를 인정해 2010년 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세계지질공원은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공원을 말하지 않는다.
뛰어난 자연유산의 지질학적인 가치를 보호하면서 이를 토대로 관광을 활성화해 지역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제주관광공사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질(GEO·지오)을 테마로 한 음식 ‘지오푸드(GEO FOOD)’를 개발해 보급에 나선 것이다.
지오푸드는 한라산, 만장굴,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용머리해안, 산방산, 우도 등 제주도의 지질과 관련된 핵심 명소의 특성과 문화적 환경을
모티브로 삼아 제주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활용한 로컬푸드다.
돔배고기, 몸국, 오메기떡 등 기존 제주 음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해 도민들의 소득을 올리겠다는 의도가 시작점이다.
독일의 ‘지질와인’, 영국의 ‘지질치즈’, 일본의 ‘지오스위츠’나 ‘지질호빵’ 등 외국에도 유사한 형태의 음식이 있단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지오푸드를 먹어본 결과, ‘역시 인간의 힘이 자연을 따를 재간은 없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하지만 다행히 자연과 문화를 사랑하는 제주도민들의 뜨거운 열정을 입안에 담는 별난 경이로움을 맛봤다.
대표적인 지오푸드 업소와 메뉴를 소개한다.지오푸드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베이커리다.
대표적인 메뉴는 용머리해안 지층 카스테라. 코코아 반죽과 화이트 반죽을 켜켜이 쌓아 만든 제품이다.
눈으로 얼핏 보면 용머리해안이라고 느끼기 어렵지만, 입에 넣어보면 예전에 손으로 느꼈던 용머리해안의 거친 촉감이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