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노라 보았노라 그리고 올랐노라 울릉도는 섬이자 산이다
왔노라 보았노라 그리고 올랐노라 울릉도는 섬이자 산이다
신생기 화산작용으로 태어나기도 했고 그 증거로 용암이 분출한 성인봉이 자리 잡고 있다. 한라산을 품은 제주와 닮았다.
천천히 식어 보드라운 곡선미를 자랑하는 제주 역시 화산분출로 태어나지 않았던가. 다만, 제주도가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면 울릉도는 투박하고 젊다. 힘이 넘친다.
덧붙이자면 야성적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그의 속살에 발을 디뎠다 ‘쥬라기 공원’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까.
한반도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동해바다에 자리 잡은 울릉도는 깊은 바다와 먼 거리를 방패삼아 그 신비함을 오래도록 (공식적으로) 지켜왔다.
망망대해 한 켠 경상북도의 0.4%에 달하는 72.89㎢ 면적을 차지한 울릉도 최고봉에 오르면 과연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어떤 풍경과 만날까.
성인봉을 오르는 가장 무난한 코스를 묻자 대부분 KBS중계소~성인봉~나리분지를 추천했다. 도동항에서 KBS중계소로 향한다. 택시를 이용하면 1만원 정도 든다.
원점회귀가 아니라 나리분지로 내려갈 계획이기 때문에 픽업해줄 일행이 따로 없다면 자가차량은 오히려 번거로울 수 있다.
성인봉 탐방로 안내도와 함께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안내도에서 보다시피 KBS중계소 코스는 대원사 코스와 안평전 코스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세 길 모두 성인봉에 닿기 전 만난다. 짧은 임도는 곧 흙길로 변신한다.
저 아래 산봉우리 사이 도동항과 촘촘하게 채워진 울릉읍이 내려다 보인다. 급히 오느라 인사를 못했다면 지금 하자.
섬벚나무 등 쭉쭉 뻗은 키 큰 나무들이 빛 샐 틈 없이 에워싼 지금, 울릉 섬 야생 트레킹을 시작한다.
영락없는 산길. 제법 오르막이다. 생긴 건 참 예쁜 ‘작살나무’의 이름 때문에 한번 웃는다.
성인봉까지는 3.8km. 성질 급하게 떨어진 낙엽과 곰솔나무, 그리고 붉게 물든 울릉도의 속살이 인사한다. 앗, 우산고로쇠다.
앞에 ‘우산’ 이 붙은 건 이곳 우산국에서만 난다는 뜻이다. 우산국 산(産) 고로쇠는 지리산 것만큼 달큰한 맛으로 유명하다.
목조 구름다리는 출렁다리로 이어진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등산객에게 “어디로 올라왔느냐”고 묻자 “대원사 코스로 왔다”고 한다.
길이 너무 가팔라 고생했단다. 바다를 뒤에 두고 펼쳐진 말잔등 측면을 장식한 노랗고 붉은 가을 물결에 한 숨 돌리며 쉬어가자.
고사리 밀림을 뚫고 길을 오른다. 성인봉에 오르다 보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섬인데도 불구하고 물이 흔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다. 성인봉을 지나 나리분지로 향하는 길, 신령수쯤 가야 화장실이 있다. 팔각정이 나오면 잠시 쉬어가자.
성인봉까지 된비알은 계속 된다. 결코 길지 않은 팔각정에서 성인봉까지 한번 쉼터가 있는 것도 그 때문 아닐까.
중간 중간 자리한 나무 계단이 걸음을 돕는다.
울릉군의 진산이기도 한 성인봉(聖人峰)은 ‘산의 모양새가 성스럽게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울릉도 최고봉임에도 신령수 근처에 와야만 그 모습이 보여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런 저런 이유는 모두 차치하더라도 울릉도 최고봉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은, 아름답다.
한반도에 서 뚝 떨어진 섬. 깊은 바닷속을 뚫고 기어코 뭍이 되어버린 이 섬의 말잔등에 붉은 가을이 물들기 시작한다.
화살표를 따라 전망대로 내려서면 송곳봉과 알봉분지가 수줍은 듯이 속살을 드러낸다.
뾰족하게 솟은 산줄기를 병풍처럼 세워둔 가운데 평지가 바로 울릉도 유일의 평지, 나리분지다.
울릉도를 이야기할 때 ‘성인봉’이나 ‘독도’만큼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나리분지’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태어난 섬, 그것도 힘이 넘치는 종상화산인 울릉도는 사방이 힘껏 솟은 기암들로 둘러싸여 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이자 평야인 나리분지는 분화구(칼데라) 속에 자리하고 있다.
면적은 200만㎡(약 60만평). 울릉도가 생겨날 당시 분화구 안에 화산재가 쌓이며 만들어졌다.
알봉은 나리분지에서 발생한 화산폭발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