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걷기

세종특별자치시 걷기 좋은 길 오봉산 고복저수지

세종특별자치시 걷기 좋은 길 오봉산 고복저수지

세종특별자치시 걷기 좋은 길 오봉산 고복저수지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문화의 장 광주 시립미술관

세종특별자치시. 귀에는 익지만 아직 어떤 곳인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시청사는 여전히 건설 중이고, 주요 기관들의 이전도 진행 중이다.

조만간 정부세종청사의 이전이 마무리되고 다른 기관들도 이사를 마치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하게 될 터다.

그때가 되면 세종시의 관광지도 주목을 받지 않을까? 예를 들어,

오봉산 맨발등산로에서 고복저수지 수변길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 같은 곳 말이다.

세종시 오봉산에 가려고 기차를 탔다면 조치원역에서 내려야 한다. 대한민국 철도역 가운데 ‘세종역’이란 없기 때문이다.

북으로는 천안, 남으로는 대전, 서쪽은 공주, 동쪽은 청주와 접해 있는 세종시는

옛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충북 청원군 일부를 합쳐서 만든 계획도시다.

원래 연기군에 속했던 조치원읍도 세종시로 편입되었다.

그러니 조치원역을 세종시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치원역은 행정기관이 모여 있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법 떨어져 있다.

대신 조치원역에서 오봉산까지는 10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다.

세종시로 소속을 옮긴 조치원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역사를 나서면 마주치는 지방 소읍의 풍경도 그대로다.

차를 타고 5분만 나가면 펼쳐지는 논밭도 여전하다.

연기군청이 있었던 조치원읍은 연기군에서 가장 번화했던 곳이다.

옛 연기군청은 세종시청사가 완공되기 전까지 임시 청사로 사용되고 있다.

세종시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조치원의 모습도 크게 바뀔지 모른다.

더구나 조치원역은 대부분의 열차 노선이 정차하는 역이다.

역전에 줄지어 기다리는 택시 중 하나를 타고 ‘오봉산 등산로 입구’로 가자고 하니 기사님이 알아서 척 데려다주신다.

해발 262m 오봉산의 야트막한 높이처럼 소박한 등산로 입구에는 텐트

모양의 화장실과 강화 최씨의 시조를 모신 숭모단이 눈길을 끈다.

오봉산 맨발등산로도 세종시처럼 아직 미완성이다.

등산로 초입에 ‘맨발등산지압로’라고 새겨넣은 뾰족뾰족한 돌길 지압로가 있지만 수십 m에 불과하다.

다만 산이 야트막한 데다 대부분 흙길이니, 마음만 먹는다면 맨발로 정상까지 오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닌 듯하다.

정상까지 가는 길에 맨발지압로가 서너 곳 있으니 중간 중간 신발을 벗고 산을 오르는 것도 좋다.

사실 오봉산에서 맨발지압로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처음부터 마주치는 울창한 숲이다.

등산로 입구부터 북한산 부럽지 않은 소나무 숲이 솔향을 내뿜으니,

급할 것 없는 등산객이라면 그 아래 평상에 잠시 쉬면서 신발끈을 고쳐 매도 좋겠다.

여기서부터 오봉산 정상까지 3km, 다시 고복저수지까지는 1km 남짓이다.

성인이면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선생님 손을 잡은 유치원 꼬마들도 소풍 삼아 나설 정도로 평탄한 길이다.

신발은 운동화면 충분하다. 정상 부근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을 김밥 한 줄과 물 한 병이면 더 챙길 것도 없다.

가벼운 차림으로 가벼운 등산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때는 5월 하순이라 봄꽃은 대부분 지고 초여름 푸른 잎이 무성하다.

아직도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아까시나무 꽃도 대부분 떨어져 한적한 산길을 꽃길로 만들고 있다.

뜨거운 햇살을 식혀주는 산바람에 얼마 남지 않은 꽃잎이 하르르 떨어진다.

꽃이 진 산에는 새소리가 한창이다.

등산로 초입부터 낯선 사람을 반겨주는 뻐꾸기 소리가 정상까지 따라오고,

중간 중간 까치와 산비둘기, 박새와 딱따구리가 추임새를 넣는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봄꽃들이 눈에 띈다.

보랏빛 제비꽃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고, 무리 지어 핀 찔레꽃은 아직 남아 있는 봄을 즐기려는 듯 만개했다.

소나무들은 가지 끝에 노란 꽃가루를 잔뜩 머금었고,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는 늦봄에 가을 분위기를 내고 있다.

등산로 중간에 마주친 정자에선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입은 아주머니들의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정자에서 유치원 꼬마들이 점심을 먹는다.

아이들은 산새처럼 재잘대고, 하나뿐인 선생님은 아이들 챙기랴, 사진 찍으랴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낯선 아저씨를 보고는 배꼽인사를 건넨다.

올라오는 길에도 아이들을 봤으니, 오봉산은 유치원 아이들의 단골 나들이 코스인 듯하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정자 바로 앞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달리 말하면, 여기가 가장 전망 좋은 곳이란 얘기다.

과연 초소 옆으로 가니 사방이 확 트였다.

봄날의 안개가 시선을 뿌옇게 막아선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