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모항마을 영화 다른 나라에서의 아름다운 배경

영화 촬영지를 여정의 목적지로 삼는 데 망설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세트장이 관리 상태가 부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촬영지가 영화의 느낌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가 촬영된 작은 어촌 모항마을은 예외였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죠

특히 최근작인 다른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그곳을 직접 방문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들었습니다

왜냐고요? 영화의 세계로 온전히 들어가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지요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아마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세 명의 안느(이자벨 위페르 분)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상황 속의 안느들이 흥미로운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같은 얼굴, 다른 안느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고, 각기 다른 안느는 언제나 같은 공간을 찾게 됩니다

마을, 펜션, 해변이 매번 같은 장소로 관객을 데려갑니다

마치 되돌이표가 있는 노래처럼 말이죠

그 마을, 그 펜션, 그 해변에서

영화 속 배경이 된 곳은 부안의 작은 어촌 마을, 모항마을입니다

마을에 들어서면 넓게 펼쳐진 갯벌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갯벌의 아름다움은 참 매력적입니다

봄부터 여름 사이에는 갯벌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갯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안느가 묵었던 웨스트블루펜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행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펜션은 영화 속 모습 그대로인데 오히려 더 평범해 보입니다

영화 촬영지라는 흔한 홍보 문구조차 없습니다

주인장은 영화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객실을 구경시켜줍니다

아직도 영화를 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네요

복층 구조로 된 객실은 배우 문성근이 등장했던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요 무대입니다

2층 데크에 서면 아담한 포구와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건물 뒤쪽의 작은 마당은 종수(권해효 분)와 그의 아내(문소리 분), 그리고 안느가 함께 고기를 구워 먹던 장소입니다

영화에서 안느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등대로 가는 길입니다

더군다나 등대는 안느가 사랑을 확인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두 개의 에피소드에서 등대는 안느의 상반된 처지만큼 다른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등대로 향하는 길은 참 예쁩니다

소박한 벽화와 키가 낮은 담장이 정겹고, 담장 너머로 하릴없이 대롱거리는 빨래집게도 인상적입니다

이 길은 부안 마실길 체험길 안에 포함된 코스 중 하나입니다

체험길은 이 좁은 골목을 지나 모항해수욕장과 일몰로 유명한 솔섬까지 이어집니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하나의 포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긴 방파제가 보이고, 배들도 제법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