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이 된 아폴로박사를 만나다
밤하늘의 별이 된 아폴로박사를 만나다
화천군 가장 서쪽에 자리한 광덕산에는 화천조경철천문대가 있다.
체크무늬 정장에 나비넥타이, 굵은 안경테,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인상이 푸근한 조경철 박사의 이름을 딴 천문대다.
조 박사는 인기 있는 천문학자로, ‘아폴로박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인류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11호를 발사한 1969년 7월 16일, 우리나라에서도 이 장면을 생방송 했다.
당시 조경철 박사가 동시통역을 맡았는데, 방송 도중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서 넘어지는 장면이 TV에 잡히며 ‘아폴로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조경철 박사는 광덕산과 인연이 꽤 깊다. 북에 고향을 둔 조 박사는 북녘땅이 보이는 이곳을 좋아했고, 천문대 부지로 광덕산을 추천했다.
안타깝게도 조 박사는 천문대 개관을 보지 못한 채 2010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원래 광덕산천문과학관으로 착공했으나, 천문학자로 평생을 별과 함께 살다 간 박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화천조경철천문대로 명명·헌정했다.
화천조경철천문대는 국내 시민 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곳(해발 1010m)에 있고, 시민 천문대 중 가장 큰 구경 1m 망원경이 설치되었다.
고도가 높고 사방이 트였으며, 운무나 불빛에 따른 광해 등이 없고, 연간 관측 일수가 130일 이상이어서 밤하늘을 관측하는 데 최적지로 꼽힌다.
대형 버스가 올라가기 어려워 단체보다 가족이나 연인이 찾기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럼에도 개관 4년 만에 관람객 10만 명이 넘었으니, 이곳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아폴로박사 조경철기념실, 천문·우주전시실, 플라네타리움은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
오후 2·3·4시(주간), 7·8·9시(야간)에 천문대 소개와 천체관측을 포함한 관람 해설을 진행한다.
다른 천문대와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있다. 유료 프로그램 ‘별 헤는 밤’이다.
1부 강연과 2부 ‘별빛 휴식’으로 구성된다. 강연은 유주상 천문대장이 진행한다.
재치 있고 명쾌하고 유머러스한 강연으로, 천문학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별을 보는 이유와 천문학에 대한 선입관, 오해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이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감탄해 마지않으며 황홀경에 빠진 시간을 추억한다.
형형색색의 천체와 은하, 우주의 사진을 보며 아름다움을 논하기도 한다.
하지만 태양계를 제외하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천체는 점에 불과하다.
너무나 멀리 떨어졌고, 천체의 빛을 우리가 보기 때문이다. 이 선입관과 오해를 깨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별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영상을 관람하는데, 지구의 위성인 달부터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 밤하늘에서 만나는 항성이 차례로 이어진다.
지름이 1만 3000km인 지구, 140만 km가 넘는 태양, 큰개자리에서 가장 밝은 시리우스와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베텔게우스처럼 최대 36억 km에 이르는 별 등이다.
지구에 이어 큰 별이 하나씩 지날 때마다 탄성이 터진다.
별이 클수록 지구는 점점 작아져 콩알만 해지고, 점이 됐다가 그마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별의 크기 속에 묻힌 지구의 존재를 떠올린다.
지구의 미미함이나 초라함이 아니라 지구 너머 태양계와 태양계를 품은 우리 은하, 더 나아가 1000억
개가 넘는 별을 품은 수많은 은하와 그 크기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우주가 있음을 깨닫는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강연은 지루할 틈이 없다. 강연이 끝나면 ‘별빛 휴식’이 이어진다.
3층의 연구동과 관측실습장으로 이동해 당일 만날 수 있는 태양계 행성과 밝게 빛나는 항성, 성단 등을 관측한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밤새 별을 본다는 원칙 아래 메시에목록과 NGC항성목록의 성단과 성운 등을 관측하는
‘집중 관측’, 휴식형 프로그램인 ‘심야 관측’도 있다. 휴식과 힐링, 대화가 있는 감성 프로그램으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