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항에서

미조항에서 물건항까지 이어지는 낭만의 드라이브 여행

미조항에서 물건항까지 이어지는 낭만의 드라이브 여행

미조항에서 물건항까지 이어지는 낭만의 드라이브 여행

전통시장도 뜰 수 있는거쥬? 예산시장이 보여준 뉴트로의 맛

D. H. 로렌스는 《바다와 사르디니아》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누구나 이동의 절대적 필요성을 느낀다.

그것도 특정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필요성을.” 이 문장을 보자마자 왜 해마다 봄이면 서쪽도, 동쪽도, 북쪽도 아닌 ‘남쪽’이 그토록 떠올랐는지 알 것 같았다.

볕이 좋고, 산의 초목이 산뜻하며, 꽃이 가장 먼저 피는 남쪽.

하지만 남쪽으로 간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근원적 충동이 있다.

말하자면 ‘끝’이라는 느낌, 더 갈 곳이 없기에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 같은 것.

그중 남해(南海)는 이름부터 상징성이 있다

남해는 ‘우리나라 남쪽 바다’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해(sea)의 남해(island)라니, 얼마나 특별한가.

비슷한 예로 동해(東海)가 있다. 그러나 강원도 동해시는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1980년에 새로 붙인 행정구역 명칭이고,

경남 남해군은 무려 1200여 년 전 신라 경덕왕이 지은 지명이니 이 땅에 흐른 세월을 짐작하면 그저 아득하다.

남해는 경남 남서부에 자리한 섬이다. 크게 남해도와 창선도로 구성된다. “남해가 섬이라고?” 하며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남해는 섬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 다만 1973년 하동군 금남면과 남해군 설천면을 연결하는 남해대교가,

2003년 사천시 대방동과 남해군 창선면을 연결하는 삼천포대교가 놓이면서 남해는 두 발로 이동하는 육지가 됐다.

특히 남해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로, 개통한 지 50년이 된 지금도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차를 타고 건너온 남해. 4월의 봄빛 찬연한 남해를 드라이브하며 여행한다.

한 마리 나비를 닮은 남해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왼쪽 위 날개에 해당하는 설천면에서 출발해 남쪽과 동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오른쪽 위 날개에 해당하는 창선면에서 마무리하고 창선·삼천포대교로 빠질 것을 추천한다.

이 길은 100km가 넘는 남해군 일주도로로 바다와 해변, 산, 숲, 문화 명소 등을 두루 지나기에 남해 여행 코스로 더할 나위 없다.

그중 2010년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해안누리길에 오른 물미해안도로는 남해가 자랑하는 약 15km 드라이브 코스로,

일부 가파른 암벽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와 굽이진 길을 지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섬이 인상적이다.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도로’라는 의미에서 첫 글자를 따 물미해안도로라고 하는데, 물건리나 미조리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좋다.

초전몽돌해변과 항도몽돌해변,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등 스치고 만나는 곳이 드라이브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물미해안도로를 일주하기 위해 남해군 최남단의 미조항에 도착했다.

‘미륵이 도운 마을’ 미조리에 있는 이곳은 풍광이 아름답고 어장이 비옥하기로 유명해 봄에는 멸치잡이로, 가을에는 갈치잡이로 낚시꾼이 문전성시다.

이를 증명하듯 미조항음식특구에는 멸치갈치세트를 대표 먹거리로 내세운 식당이 여러 곳이다.

항구 인근에 해풍을 막기 위해 조성한 남해 미조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이 있고, 등대와 방파제까지 해상산책로를 마련했다.

미조면 송정리의 초전몽돌해변은 미조항에서 빠져나와 물미해안도로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국도3호선 초입에 자리한다.

캠핑장이 있는 초전마을은 여름이면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초봄의 해변은 고요하고 정갈하며 평화롭다.

파도 한 점 없이 거울처럼 잔잔한 바다에서 유리알처럼 빛나는 몽돌이 눈에 띈다.

몽돌은 파도와 해류, 바람 등의 영향으로 닳고 닳아 동글동글해진 돌을 말한다. 촉감이 보드랍고 따뜻해서 어루만지는 것만으로 각별한 체험이다.

몽돌을 만나는 또 다른 장소가 지척에 있으니 항도몽돌해변

바닷가 선착장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긴 방파제가 놓였고 방파제로 가는 길목에 커다란 갯바위가 있는데,

그곳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남해의 어떤 비경보다 은밀하다.

몽돌을 기념 삼아 집으로 가져가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몽돌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고 후대에도 전해지도록 마음을 모으자.

남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구석구석에 다양한 명소가 있어 5분이 멀다 하고 차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색이 드라이브 여행이니 차를 타고 시원하게 달려본다. 한낮의 바다 위로 윤슬이 부서진다.

바다는 떨어질 듯 위태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저 아래로 멀어지기도 한다.

품에 안을 듯 소박하게 느껴지다가 태평양처럼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늘 눈 닿는 곳에서 반짝인다.

물미해안도로 드라이브 여행의 마무리는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에서 장식한다.

물건항 방조제가 바라보이는 약 1.5km 물건해변을 따라 펼쳐진 폭 30m 방대한 숲이다.

태풍과 해일, 밀물 등 염해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그마치 300여 년 전, 이곳 주민들이 방풍림으로 조성했다.

팽나무,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등 낙엽활엽수 40여 종과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2000여 그루를 심었으나, 현재는 나목만이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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