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치는 도심 속의 은빛 장관 태화강 억새 군락지
물결치는 도심 속의 은빛 장관 태화강 억새 군락지
도심에서 누리는 가을 명장면, 태화강 억새 군락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가 가슴 깊이 파고드는 계절이다.
이 시를 읊을 때면 쉼 없이 흔들리는 억새 풍경이 떠오른다.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휘어지고 나부끼는 억새의 군무는 가을 감성에 촉촉이 젖게 만든다.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억새 사이를 걷다 보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상상에 빠져든다.
신불산, 민둥산, 천관산, 명성산, 화왕산 등 우리나라의 이름난 억새 군락지에 가을 낭만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힘든 산행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이제 산에 오르지 않아도 억새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지금 울산시 북구 태화강을 따라 억새꽃이 한창이다.
2006년에 조성된 울산시 태화강 억새 군락지는 도심 속에서 가을 낭만객들을 유혹한다.
중구와 남구, 북구에 걸쳐 약 21만 7,000㎡의 규모다.
특히 북구 명촌동 일대는 12만 6,055㎡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명촌교 아래에서 아산로 양정1교 부근까지 이른다.
억새 사이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다.
산책로에 설치된 데크는 걷기 편할 뿐만 아니라 어른 키보다 큰 억새를 내려다보며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강바람을 가르며 억새밭을 달리는 자전거 마니아도 많다.
해 질 무렵 억새 군락지는 또 다른 장관을 선사한다.
아파트 숲 뒤로 해가 기울면 은빛으로 출렁이던 억새가 서서히 금빛으로 물들어간다.
산이라면 어둠 속 하산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서둘러야 하는 시간이지만 도심이기에 누릴 수 있는 억새밭 명장면이다.
데크 중간에 마련된 쉼터에는 갈대와 물억새를 구분하는 친절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갈대는 잎이 넓고 부드러우며 줄기 속이 비어 있고 습지나 갯가 모래땅에서 자란다.
반면, 물억새는 물가 습지에서 자라며 줄기 속이 차 있다.
태화강의 억새는 물억새로 잎 가운데 흰색 잎맥이 뚜렷해 갈대와 쉽게 구별된다.
탐방객들은 억새 군락의 풍광을 누리는 만큼 몇 가지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울산시 중심을 가르며 흐르는 태화강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쉼터이자 생태의 보고다.
연어를 비롯한 갈겨니, 버들치 등 다양한 어류는 물론 오리, 백로, 논병아리 등 127종의 새들이 깃들어 사는 낙원이다.
억새 군락지에는 노랑부리백로와 물수리, 솔개, 말똥가리 등 멸종 위기종과 천연 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고성방가나 쓰레기 투기 등 자연을 훼손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
맑고 달콤한 숲, 천마산 편백산림욕장
울산시 북구는 억새 군락지 곁으로 편백나무 숲과 강동사랑길이 있어 다양한 가을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억새 군락지에서 20여 분 거리에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이 있다.
달천마을에서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을 따라 1km 남짓 들어가면 만석골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 위로 놓인 데크길을 걷다 보면 천마산 숲길로 이어진다.
편안한 숲길을 10여 분 걸어가면 편백산림욕장에 닿는다.
30년생 편백나무 8,5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숲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편백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다.
편백나무에서 배출되는 피톤치드에 대해서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 얼마나 몸에 좋은지는 두말하면 잔소리.
쭉쭉 뻗은 편백나무는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꽉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고,
숨만 쉬어도 몸속의 찌꺼기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머리는 맑아지고, 스트레스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