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온기가 담긴 조견당과 우구정가옥
따뜻한 온기가 담긴 조견당과 우구정가옥
한옥 여행은 따뜻해야 제격이다.
아침이면 창호 문 너머 따사로운 햇볕이 깃들어야 하고, 시린 웃풍이 불더라도 아랫목은 뜨끈한 게 좋다.
주인장 인심 역시 툇마루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따뜻해야 정감이 간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옥 종부의 목소리가 푸근할 때 발걸음이 동하고, 은근슬쩍 내준 고구마 몇 개, 차 한잔에도 여행자들은 깊게 감명 받는다.
겨울의 문턱에서 한옥 여행을 꿈꾸는 것은 그런 따뜻함에 대한 추억과 동경 때문이다.
강원도 영월에는 가볼 만한 전통 한옥이 두 곳 있다.
주천면의 조견당과 남면의 우구정가옥이다.
100년 세월을 뛰어넘은 두 옛집은 서로 다른 개성으로 한옥 여행을 부추긴다.
남부 지방에 내로라하는 고택들이 유명세를 타지만, 이들 한옥은 추운 강원도에서 꼿꼿한 자태를 지키기에 가치가 더욱 새삼스럽다.
주천고택 조견당은 옛것과 새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한옥이다.
느티나무 고목 아래 안채는 1827년에 상량했으니 그 세월이 200년 가까이 된다.
안채 대청마루의 천장을 떠받친 웅장한 대들보만 봐도 당시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대들보 목재의 수령만 800년쯤 된다고 하니 가옥에 1000년 세월의 깊이가 담긴 셈이다.
조견당은 한때 99칸이 넘는 규모로 중부 지방 양반집을 대표하는 전통 가옥이었다.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나머지 가옥은 대부분 손실되고, 현재는 안채만 남아 있다.
조견당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71호에 등재되었으며, 김종길가옥으로도 불린다.
기품이 묻어나는 안채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쏟아진다.
안채의 동·서·남쪽 지붕 아래에는 해, 달, 별이 조형되었다.
동쪽 벽은 흑·백·황·적·청 다섯 가지 색 돌로 꾸며졌는데, 이는 조견당에 우주의 원리와 음양오행의 정신이 담겨 있음을 뜻한다.
안채 옆의 커다란 너럭바위는 하인들의 규율을 잡는 터로 쓰였다고 한다.
조견당의 장점은 한옥에서 하룻밤 묵는 데 그치지 않고 종부가 들려주는 고택의 사연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채 외벽에 새겨진 문양과 집의 역사에 관한 얘기를 듣다 보면 고택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더욱 잔잔하게 새겨진다.
이외에도 종부와 함께하는 다도 체험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주인장이 아홉 번 덖어 달인 맨드라미차를 꼭 맛보자.
조견당 안채가 옛 모습을 간직했다면, 사랑채는 새롭게 단장해 깔끔하다.
나무의 특성을 살린 내부 장식 또한 정갈하다.
사랑채는 안사랑과 바깥사랑으로 나뉜다.
안사랑은 통유리 너머로 안채와 마당이 보여 풍취가 뛰어나며, 바깥사랑은 차 한잔 마시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실내 공간과 연결된다.
투숙할 수 있는 방은 모두 아홉 채로, 안채에서 묵으면 장작불을 이용한 구들 체험이 가능하다.
하룻밤 숙박비는 8만 원에서 50만 원 선까지 다양하다.
조견당 밖으로 나서면 주천 읍내와 주천강이 걸어서 닿는 거리다.
남면의 우구정한옥은 전통 시골집의 정서가 남아 있는 한옥이다.
100년이 넘은 한옥은 큰 자리바꿈 없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작을 때는 아궁이며, 그 위에 가마솥까지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푸근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집 밖으로 배추밭이 펼쳐지고, 모퉁이에는 수백 년 세월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서 있고, 밭 너머로는 평창강이 흐르는 고요한 시골 마을이다.
우구정가옥은 안채, 사랑채, 헛간채로 구성된 ‘ㅁ’자 형 기와집이다.
자연석으로 기단을 만들고 안채 뒤로 돌담을 두른 중부 영서 지방의 전통 가옥 형태를 띤다.
방은 안채, 건넌방, 사랑방 등 단출하게 세 개다.
이 방은 모두 장작으로 구들에 불을 땐다.
방 옆에는 대청마루와 툇마루가 붙어 있고, 창호 문만 열면 소소한 시골 정경이 펼쳐진다.
우구정가옥은 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집주인이 ‘우구정’씨라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우구정씨의 아들 내외가 집을 이어받아 한옥 숙박을 꾸려가고 있다.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옛 한옥의 정서가 특별한 격식 없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