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화려함 억새의 넘실거림 포천 운악산과 명성산
단풍의 화려함 억새의 넘실거림 포천 운악산과 명성산
단풍의 계절이 오면 포천은 분주해진다. 화려한 단풍보다 더 곱게 옷을 차려입은 등산객들이 억새의 장관을 보기 위해 명성산을 누빈다.
기암괴봉이 구름을 뚫고 솟은 운악산은 중부권에서 손꼽히는 단풍명산이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색채의 마술을 본 사람들은 망부석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포천의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치명적인 단풍색과 넘실거리는 억새의 물결이 있어서다.
명성산(922m)은 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철원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
포천과 이웃한 철원은 901년 송악에 태봉국을 세웠던 궁예가 두 번째로 도읍으로 삼았던 곳으로 땅이 비옥하고 평야를 품고 있다.
명성산을 이야기할 때 궁예를 빼놓을 수 없다.
명성산의 한자표기는 울명(鳴) 소리성(聖) 즉, 소리 내어 우는 산이란 뜻인데 궁예가 자신의 부하였던 고려 태조 왕건에게 패한 후 명성산으로 숨어들어와서 크게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울음산이라 부른다.
명성산 들머리는 산정호수를 일반적으로 선택한다.
식당이나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과 접근성이 좋아서다.
산에 있는 우물이라는 뜻의 산정호수는 주변 풍광이 수려하다.
일제강점기 때 농수용 저수지로 만들어졌다. 이후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면서 사시사철 행락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호수를 따라 조성된 수변 산책로를 한 바퀴 걷거나 오리 배를 타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도 좋다.
젊은 연인과 아이들을 위한 바이킹, 춤추는 탬버린 등 오락시설도 있다.
명성산을 오르는 코스는 자인사 코스와 등룡폭포 코스, 산안고개 코스 3곳.
산안고개 코스와 자인사 코스는 벼랑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기 때문에 초보자가 선택하기에는 무리다.
등룡폭포 코스는 볼거리가 가장 많고 길도 완만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가을철 억새를 보러 오는 탐방객들은 대부분 이 코스를 선택한다.
산정호수에서 비선폭포까지 가는 구간은 탐방로가 넓고 평탄하다.
비선폭포를 지나면 계곡을 끼고 가는 돌밭길이 이어지지만 완만한 오르막이라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본격적인 단풍이 시작되는 지점이 이곳이다.
30분 정도 오르면 등룡폭포가 물을 쏟아내며 위세를 뽐낸다. 폭포주변으로 단풍이 가장 화려하다.
폭포와 단풍을 한 장의 사진에 넣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니 기념사진은 꼭 찍고 다음 구간으로 이동하자.
등룡폭포를 지나도 단풍이 끝날 줄 모른다.
너덜바위지대가 시작되면서 길은 조금 더 험해진다. 그래도 단풍구경하는 재미에 힘든 줄 모르고 쉬어가며 전진한다.
곳곳에 군부대에서 세워놓은 경고성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주중에는 인근 사격장에서 울리는 포성이 들릴 수 있으니 놀라지 말 것.
너덜바위 지대가 끝나면 하늘이 열리고 넓은 초원을 연상케 하는 억새 군락지가 펼쳐진다.
19만 8347㎡ 면적의 억새밭은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손꼽힌다.
포천시는 1997년부터 매년 10월에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축제를 개최한다.
주요행사로는 참가자들이 쓴 편지를 1년 후에 받는 ‘억새밭 빨간 우체통’, 명성산 정상의 팔각정에서 열리는 ‘산정 음악회’ 등이 있다.
운악산(935.5m)은 포천과 가평에 걸쳐 있다. 예부터 경기의 금강(金剛)으로 불릴 만큼 산세가 아름다운 명산이다.
큰 산은 아니지만 암릉구간이 많고 경사가 급해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