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해파랑길 걷고 물회와 막국수로 더위를 날리다
고성 해파랑길 걷고 물회와 막국수로 더위를 날리다
강원도 속초를 지나 고성으로 올라오면서부터 크고 작은 해변과 항구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시원한 바다를 보며 답답했던 마음을 열고, 해변 따라 해파랑길 걸으며 지친 몸에도 말을 건넨다.
물회와 막국수로 더위를 날리고 언덕 위 카페에서 드립 커피를 즐기다 보면 이 여름 더위도 별것 아니다.
고성의 여러 해변이 해안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다.
해변과 해변이 직선으로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큰 도로를 따라 계속 3자 모양의 해안선을 그리며 연결된다.
차로 이동하면 해변으로 들어갔다 돌아 나오는 길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해파랑길을 따라 해변을 걷는다면 고성의 해안과 숲길을 놓치지 않고 모두 누릴 수 있다.
고성의 해변은 야트막한 고개 하나를 넘으면 다음 해변, 다시 고개를 하나 넘으면 다음 해변이 이어지는 식이라 걷는 맛이 특별하다.
속초시와 경계 지점인 봉포에서 최북단 명파해변까지 해안을 따라 고성에만 5개 코스의 해파랑길이 있다.
부산 오륙도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은 약 800km,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장거리 해안 트레일이다.
이중 고성의 해변을 따라가는 길은 46코스부터 해파랑길의 마지막 구간인 50코스까지다.
한 코스는 짧게는 10km부터 길게는 16km 정도로 하루 3~5시간 걸으면 적당한 거리다.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고성의 모든 해변을 걸어서 만나게 된다.
그중 삼포해변에서 가진항까지 9.9km에 이르는 47코스는 도중에 왕곡마을을 한 바퀴 돌고 송지호를 만나 한숨 쉬어갈 수 있어 특히 인기가 좋다.
송지호는 남쪽으로 날아가는 겨울 철새가 잠시 머물다 가는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5층 건물 높이의 철새관망타워에서 떼 지어 날아드는 철새들의 군무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석호인 송지호는 민물만이 아닌 짠물이 섞여 겨울에도 잘 얼지 않고, 먹이가 많아 철새들에게 좋은 쉼터가 된다.
겨울이면 청둥오리와 기러기 떼를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니까지 날아든다.
거진항에서 남북 군사분계선 인근의 명파초등학교까지 16km에 이르는 해파랑길 49코스는 화진포를 거쳐간다.
화진포 역시 아름다운 해변과 석호,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비슷한 지형이지만 송지호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이곳에는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김일성 별장을 비롯해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 이기붕 전 부통령 별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해변 인근에 화진포해양박물관과 화진포생태박물관 등이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도 인기 있다.
송지호와 화진포, 두 곳 다 우거진 송림으로도 유명하다.
호수와 바다 사이로 펼쳐진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사색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바다와 호수, 숲이 함께 있지만 모든 것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조화롭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이왕이면 자동차를 이용하기보다 해파랑길 걷기를 추천하고 싶다.
차로 다닐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자연의 소소한 모습들까지 두루 보고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