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냄새 솔솔 나는 도자기 쌀밥 농촌 체험 이천 체험 여행
가을 냄새 솔솔 나는 도자기 쌀밥 농촌 체험 이천 체험 여행
경기도 이천을 가로지르는 3번 국도는 독특하다.
분명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공간 이동 지름길인데 쌀밥집 간판,
도자기 가마 들이 시간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센스 있는 연인들에게는 추억의 데이트 코스로 좋고,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에겐 고슬고슬한 이천쌀밥으로 배를 채운 뒤 ‘도공의 혼’을 음미하는 가을 나들이 코스로 좋다.
이천은 쌀과 도자기의 고장이다. 초입에 들어서면 구수한 쌀밥 냄새와 살가운 흙냄새에 동시에 매료된다.
일단 이천쌀에는 금메달을 달아줘도 손색이 없겠다.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됐던 이천쌀은 예전 남북정상회담 만찬상에 오르기도 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온통 쌀밥집 간판들인 데다가 해마다 가을이면 쌀문화축제도 열린다.
이천에서는 어느 쌀밥집 문을 두드리든 한 상 그득한 반찬에 돌솥쌀밥이 상 위에 오른다.
하지만 반찬 가짓수에 너무 현혹돼서는 곤란하다.
윤기가 흐르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향을 내는 게 진짜 이천쌀밥이다.
굳이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공기가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간다. 밥은 달달하면서도 찰진 맛을 낸다.
쌀밥 명인들이 밥 짓는 모습을 엿보면 장인의 모습이 따로 없다.
“햅쌀은 묵은 쌀보다 물을 조금 넣어야 돼요. 가마솥에서 눈물이 나야 밥이 슬슬 되기 시작하는 거죠.”
좋은 쌀, 물의 양, 불 때는 시간 등 3박자에 정성이 곁들여져야 진짜 이천쌀밥이 나온단다.
밥 짓는 솥 옆에 햇고구마, 땅콩 등을 함께 쪄내는데 그 맛이 또 일품이다.
쌀이 맛있으니 쌀과 연관된 명물들이 이천 곳곳에 숨어 있다. 이천 부발읍에는 한때 이천막걸리로 명성을 높였던 양조장이 남아 있다.
이천쌀로 만든 단드레한과까지 맛봤다면, 쌀로 만든 이천 음식의 처음과 끝을 두루 섭렵한 셈이 된다.
배를 든든하게 채웠으면 이천 구경에 나설 차례다. 이천 여행은 설봉공원이 그 기점이다.
설봉공원에는 호수를 배경으로 이천시립박물관, 세계도자센터, 토야랜드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박물관에서는 한성 백제 유물과 전통 농경문화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도자기를 구경한 뒤 토야랜드의 희귀한 공예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세계도자센터 옆 언덕 흙놀이 공원에는 대규모 상설 흙놀이 공간에 55m 원형 곡선 미끄럼틀과 흙놀이터 등이 있어 꼬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내친김에 설봉산을 등반해보는 것도 좋다.
설봉산은 산책로가 잘 닦여 있고 곳곳에 간이의자가 마련돼 있어 휴식을 취하며 부담 없이 2~3시간 산행이 가능하다.
산중에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했다는 영월암이 있다.
이 암자에는 암벽 표면에 새겨진 마애여래입상을 비롯해 삼층석탑 등 유물이 남아 있다.
설봉공원 구경을 끝냈으면 본격적으로 골목골목을 누벼본다.
이천 땅을 구석구석 지나치다 보면 굴뚝들이 봉긋봉긋 솟아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 간판에 씌어 있는 ‘○○요’는 죄다 도자기 굽는 가마를 얘기한다. 300여 개 가마에는 그 수만큼의 도자기 장인들이 있다.
“20년 전만 해도 가마터가 50군데에 불과했다”는 문화해설사의 말을 참고하면,
이천은 도자기 세계로 변신 중인 셈이다. 길거리에 불쑥불쑥 솟아 있는 굴뚝들이 바로 가마 굴뚝이다.
그 중 장작을 때는 전통 가마가 20여 곳이다. 이곳 가마는 완성품이 나올 확률은 낮지만 역사와 숨결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