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돌방무덤에서 디지털 수족관까지 타임머신 여행
삼국시대 돌방무덤에서 디지털 수족관까지 타임머신 여행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판교는 그저 성남 변두리의 외진 곳, 혹은 경부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개발제한구역일 뿐이었다.
신도시 개발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판교테크노밸리에 숱한 IT 업체들이 둥지를 틀면서 지금은 가장 현대적인 도시가 됐다.
발굴 유물을 살펴보면 구석기시대 이미 판교에 사람이 거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성백제시대에는 백제에 속했다가 장수왕이 남하하면서 5세기 후반에는 고구려, 6세기 중반 이후로는 신라에 편입됐다.
고려시대부터 내내 광주의 일부였으며, 성남시에 속하게 된 것은 불과 40년 전이다.
삼국시대 고분을 시작으로 미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디지털 수족관
요즘 뜨는 쇼핑몰 아브뉴프랑까지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다양한 시간대를 여행할 수 있는 판교로 하루 나들이를 떠난다.
백제·고구려 돌방무덤이 있는 판교박물관
판교박물관은 판교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발굴한 유물과 유적을 전시한 곳으로 판교의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
택지 개발에 앞서 실시된 문화재 조사 과정에 판교동에서 한성백제시대 고분 9기
삼평동에서 고구려 고분 2기, 고려시대 절터와 청자, 조선시대 백자 등이 발굴됐다.
백제 고분이 주로 발굴된 지역에 박물관을 건립해 지난 2013년 겨울에 문을 열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단층 건물인데 들어가 보면 지상으로는 1층이지만 지하가 몇 배나 깊어서 깜짝 놀란다.
고분을 주로 전시한 박물관답게 건물 전체가 땅 아래에 집중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1층에서는 발굴 유물을 시대별로 보여준다.
민무늬토기, 빗살무늬토기, 청자, 백자 등 다양한 토기와 도자류가 많고, 청동거울, 반지, 은팔찌 같은 장신구도 있다.
지하로 내려가기 전에 난간에서 지하 전시실 전체를 먼저 내려다볼 것. 작은 방처럼 보이는 것들이 모두 고분들이고
그 사이로 보행자 통로가 이어져 있어 15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삼국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백제 고분 9기 가운데 2기는 박물관 야외에 발굴하지 않은 채로 땅속에 잠들어 있고, 7기만 발굴했을 때 원형을 통째로 전시실에 옮겨왔다.
고구려 고분은 바위가 커서 일일이 번호를 매겨 옮긴 다음 원래대로 다시 쌓았다고.
백제와 고구려 고분은 모두 돌을 다듬어 만든 돌방무덤이다.
대부분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들로 추정된다. 백제 고분은 작은 돌들을 견고하게 쌓아올렸고, 고구려 고분은 큰 돌을 주로 이용했다.
백제 고분에서는 장신구, 토기, 항아리, 접시 등이 고루 출토된 데 반해 고구려 고분에서는 아무런 유물도 발굴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매장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고분, 돌방 2개가 붙어 있는 쌍실분, 바닥과 벽에 석회 흔적이 많이 남은 고분 등 여러 가지다.
고분들 사이에 체험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도자 모양 퍼즐 맞추기, 주요 유물이 새겨진 도장 찍기
무덤 내부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카메라 들여다보기, 터치스크린으로 유물 발굴하기
퀴즈 풀기 같은 활동이 가능하다. 초등학생을 동반한다면 입구에서 주는 체험활동지를 받아 활용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