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맛 고양의 맛 웅어회 미꾸라지털레기 닭칼국수
고향의 맛 고양의 맛 웅어회 미꾸라지털레기 닭칼국수
임금님이 드시던 진상품으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인 웅어회와 미꾸라지에 갖은 야채와 국수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미꾸라지털레기, 닭을 푹 고아낸 육수에 쫄깃한 면을 푸짐하게 넣은 닭칼국수까지 고양의 맛은 든든하고 넉넉하다.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난 음식들이라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다.
임금님이 드시던 물고기로 잘 알려진 웅어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봄철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습성이 연어와 비슷해 연안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데, 이 때가 살도 많고 기름져 씹을수록 고소하다.
멸치과에 속하는 웅어는 칼슘과 인, 철분은 물론 비타민 A가 풍부해 예부터 왕의 진상품에 속했다.
웅어는 갈대에 숨어산다고 하여 위(葦)어로도 불렸는데, 조선 말기에는 궁궐의 음식을 관리하던
사옹원에서 웅어만을 따로 잡아 진상하는 관청인 위어소를 두었다는 기록도 남아있을 만큼 귀한 음식이었다.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송남잡지(松南雜識)> 등의 고서적에 따르면 당시 웅어는 한강의 행주(고양의 옛 지명)나 대동강
임진강 등에서 많이 잡혔으며 이 중 행주가 임금의 진상품을 담당했던 것으로 적혀 있다.
임금이 먹던 생선이라 그런지 웅어를 둘러싼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웅어는 금강 등 옛 백제문화권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인데, 이 지역에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백제 의자왕(?~660)이 웅어를 몹시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나라 장수인 소정방이 백제를 함락한 후 그 맛이 궁금하여 웅어를 잡아오라고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웅어들은 모두 도망간 후였다.
그래서 이 지역에선 의리 있는 물고기라고 하여 의(義)어라고도 부른다.
웅어는 성질이 급하여 잡힌 즉시 죽어버리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내장과 머리를 떼어내고 얼음에 보관하는데
요즘은 냉동기술이 발달해 사계절 언제든 웅어회를 맛볼 수 있다.
현재 식당들에서 내는 웅어회는 이처럼 냉동된 회를 후추와 참기름을 넣고 야채와 버무린 형태다.
냉동을 거친 횟감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씹을수록 고소하고 은은한 향이 배어난다.
제철인 4~5월이면 살이 더욱 연하고 부드러우며 달콤한 수박향이 난다고 한다.
고양에선 능곡역 근처에 자리한 ‘자유로장어웅어회’가 대표적인 맛집으로 꼽힌다.
점심시간이면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웅어회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맛도 좋을 뿐 아니라 먹고 나면 임금이 된 것처럼 기운이 불끈 솟는 보양식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고양의 향토음식 중 하나인 미꾸라지털레기는 그 독특한 이름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갖은 채소와 민물새우, 국수, 수제비 등 있는 것은 모두 털어 넣는다는 의미에서 털레기다.
고재종 시인의 ‘한 바탕 잘 끓인 추어탕으로’라는 시를 보면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를 양동이 가득 잡아
올렸다는 소식에 동네 아낙들이 각자 집에서 갖은 양념을 들고 나오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누군 풋배추 고사리를 삶아 오고, 누군 시래기 토란대를 가져오고
누군 들깨즙을 내 오고 태양초 물을 갈아 오고, 육쪽마늘을 찧어 오고 다홍고추를 썰어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