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어은돌 자그마한 해변에 재미 한가득
태안 어은돌 자그마한 해변에 재미 한가득
어은돌은 고기가 숨을 돌이 많은 마을이라는 재미난 뜻이 있는 이름이다.
예전에는 모항과 파도리를 이어주는 들이라고 이은돌 여운돌로도 불렸다.
마을 이름처럼 해변에 크고 작은 갯바위가 많다.
어은돌에는 자그마한 항구와 해변이 있다.
길이 1km 정도인 해변은 긴 활처럼 휘었다.
어은돌을 찾은 날, 해변은 한적했다.
아이들이 조용한 해변을 가로지르며 조개껍데기를 주우러 다녔다.
한쪽에서는 직접 캔 전복과 조개, 소라를 씻었다.
가득 찬 그릇을 보고 놀라니, 처음 잡아본 것이라며 수줍어했다.
찰랑찰랑 해변에 들어온 물은 밤이면 저 멀리 빠져나간다.
물때가 매일 다르기 때문에 갯벌을 즐기려면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갯벌이 드러나면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한다.
진한 회색 개흙에서 조개를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청량감이 넘친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명의 땅을 누리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지 싶다.
가족 여행객이 많은 캠핑장 옆에 소나무로 둘러싸인 어은돌쉼터가 있다.
이곳에 서면 어은돌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벤치에 앉아 해변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어은돌쉼터에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파도리가 나온다.
해변에서 놀다 지치면 소나무 숲을 걸어도 좋다.
캠핑장 반대편에는 어촌이 형성되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아낙들과 소박한 민박, 산처럼 쌓인 어망이 여행자를 반긴다.
등대 주변에서 낚시하는 이들이 많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바다를 본다.
아빠 손잡고 따라온 꼬마 강태공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어은돌은 자연의 품에 안겨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정을 쌓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다.
어은돌에서 유유자적 즐긴 뒤에는 안면암으로 향하자.
안면암은 금산사의 말사로, 천수만을 바라보는 멋진 풍경이 유명하다.
밀물 때가 되면 두둥실 뜨는 부교와 부상탑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썰물 때가 되면 길이 열려 부상탑까지 걸어갈 수 있다.
부상탑에서 안면암을 바라보는 정취도 남다르다.
화려한 암자가 무협지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하다.
물이 찼을 때 부교를 걷는 재미가 있다면, 물이 빠졌을 때는 갯벌에 사는 게와 망둑어의 움직임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다음 목적지는 안면도자연휴양림이다.
안면도는 소나무 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나무가 많다.
섬 전체 면적의 20% 이상이 소나무로 덮였다.
안면송은 고려 때부터 특별 관리 대상이었으며, 궁재와 배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됐다.
안면도에 가면 소나무를 흔히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 안면도자연휴양림이 으뜸이다.
휴양림에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가 반갑게 맞는다.
가만히 숨 쉬고 있으면 건강해지는 것 같다.
소나무를 비롯해 주요 식물과 나무, 곤충 표본을 모아놓은 산림전시관이 있고, 작은 고개를 넘으면 산자락에 폭 파묻힌 숲속의집이 나타난다.
숲속의집은 휴양림에 마련된 숙소로, 인기가 많아 예약이 쉽지 않다.
숲속의집에 묵지 못한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안면도수목원이 조성되어 소나무, 서어나무, 먹넌출, 층층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목원은 한국 전통 정원의 멋이 그대로 드러난 아산정원을 비롯해 여러 테마 정원으로 구성되며, 전망대에 오르면 꽃지 해변과 안면도의 산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수목원에서 주목할 곳이 양치식물 전문 온실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양치류 전문 온실로, 고사리와 석송 등 다양한 양치식물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