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오돌 씹히는 봄바다의 강렬한 맛 당진 간재미
오돌오돌 씹히는 봄바다의 강렬한 맛 당진 간재미
봄 입맛이 뚝 떨어졌을 때에는 충남 당진으로 핸들을 돌리자.
당진의 봄 포구에는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인 해산물들이 쏟아진다.
당진에 왔으면 일단 싱싱한 간재미 회무침을 그냥 두고 떠날 수 없다.
3월 당진에서는 간재미가 제철이다.
2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간재미는 5월까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6월이 지나 알이 들면 살이 뻣뻣해져 먹는 맛이 다소 떨어진다.
충청도 사투리로 간재미는 갱개미로도 불리는데 생긴 것은 꼭 홍어 새끼를 닮았다.
홍어는 삭힌 뒤 톡 쏘는 맛을 즐기는데 반해 간재미는 삭히지 않고 막 잡은 놈들을 회무침으로 즐겨먹는다.
제철소 등이 들어서 이 일대 포구들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간재미를 운치 있게 먹을 수 있는 포구의 위치도 다소 변했다.
예전에는 석문방조제 초입의 성구미포구가 간재미의 집어항이었다.
선창에서 어부들이 직접 잡은 간재미를 흔하게 맛볼 수 있었다.
최근 성구미포구의 활어시장은 남아 있지만 인근에 제철소와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풍취는 예전 같지 않다.
오히려 옛 포구의 정취가 깃든 곳은 석문 방조제 건너 장고항이다.
변해가는 당진의 포구중에서 소담스러운 어촌풍경과 함께 바다 향을 맡으며 회 한 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장고항에는 20년 된 등대횟집 등 10여 곳의 횟집들이 간재미를 주메뉴로 식탁위에 올린다.
장고항의 간재미는 예전처럼 그물을 이용하지 않고 낚시를 이용해 건져 올린다.
배를 타고 10~20분 거리의 근해가 간재미를 잡는 포인트다.
수족관에서 갇혀 있던 간재미들은 물밖에 나서면 퍼덕거리며 지칠 줄 모르는 힘자랑을 한다.
간재미를 회로 뜨다 보면 간혹 낚시 바늘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자연산이라는 증표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흥미로운 것은 간재미는 수놈보다는 암놈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는 것이다.
수놈은 꼬리가 양갈래로 뻗어 있고 암놈은 꼬리가 한 가닥이다.
초보자라도 간재미의 암수를 구별하는게 어렵지는 않다.
같은 값이면 암놈으로 잡아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요령이다.
도마 위에 오른 간재미는 껍질을 벗겨낸 뒤 오이, 당근, 고춧가루, 물엿, 식초 등에 버무려져 회무침으로 변신한다.
그냥 날회로 먹는 경우는 드물다.
간재미무침의 감칠맛을 위해서는 싱싱한 간재미는 필수.
여기에 양념을 버무리는 주인장의 손맛이 더해져야 한다.
식당에 따라서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한 맛에 힘을 주는 곳도 있다.
간재미무침 한 점을 입에 물면 다른 회와 달리 씹는 맛이 강하게 전해진다.
부드러운 살점 한 가운데서 오돌오돌 씹히는 회맛은 봄야채들과 곁들여져 향긋하게 입 전체를 감싼다.
간재미무침은 2~4인분에 3만원선.
간재미와 함께 이 일대의 해산물로 입을 즐겁게 하는 메뉴는 굴밥과 실치회다.
인근에서 나는 굴이 3월초를 기점으로 이별을 고하면 3월 중순부터는 실치회가 식탁 위에 오른다.
실치는 3월초에는 육질이 연해 회로 먹기 적당하지 않다.
성질이 급해 잡히면 이내 죽는 실치는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