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시래기 게장이 만들어낸 진국 서산 게국지
배추 시래기 게장이 만들어낸 진국 서산 게국지
한국관광공사 방한 의료관광상품 판로 개척으로 미주 시장 개척
이름도 생소한 게국지는 갯벌이 맞닿은 서산 일대의 토박이 음식이다.
예전에는 김장철이 지나면 밥상 위에 찌개 대신 오르던 게 게국지였다.
김장 끝내고 남은 시래기를 게장 국물에 숙성시켜 먹던 겨울 별미였다.
배추에 게장 국물과 젓갈 등을 버무려 내놓는 게국지는 짜고 담백함이 궁합을 맞춘 맛이다.
게국지라는 이름도 갯국지, 깨국지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데 배추절임에 게나 갯벌 해산물이 곁들여졌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게국지에는 서해안에서 나는 온갖 게 종류는 다 들어간다.
꽃게, 참게 외에 박하지 등을 으깨 게장을 담근 뒤 그 남는 국물을 넣는다.
여기에 각종 젓국으로 맛을 우려낸다.
기호에 따라 호박을 숭숭 썰어 넣기도 한다.
서산시청 앞 ‘진국집’이 게국지의 원조 식당으로 알려진 곳이다.
주방에 들어서면 된장찌개보다 더 강렬한 냄새를 풍기는 게 게국지다.
오래된 장보다 곰삭은 젓갈 향이 주방을 장악한다.
은은한 불에 미리 데운 게국지는 투가리(뚝배기)에 올려 지글지글 지져 내놓는다.
게국지는 ‘지지는’ 게 포인트다.
김치찌개가 아니기에 국물이 너무 자작자작해도 안 되고 오래 끓여도 곤란하다.
담가놓은 게국지째로 불에 올린 뒤 너무 짜지 않게 빠르게 지져야 한다.
진국집의 조이순 할머니가 게국지를 손님 식탁 위에 올린 지는 20년쯤 된다.
처음에는 시청 앞 광장 로터리에 칼국수집으로 문을 열었지만 이 집 백반이 칼국수보다 맛있다는 소문이 난 뒤 백반 한 가지 메뉴만 내놓고 있다.
게국지는 백반 상차림에서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왔다.
“예전에는 어디 버릴 것이 있었대유.
배추에 젓갈을 이것저것 넣고 게를 쭉쭉 찢어 항아리에 담아놨다가 낭중에 꺼내 먹었지유.”
게국지는 김치 담그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일단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를 준비한 뒤 게장 간장 외에 황석어젓, 멸치젓, 새우젓 등의 젓갈도 빼놓지 않는다.
여기에 고춧가루가 아닌 잘게 썰거나 빻은 풋고추를 넣는다.
김장김치와는 다른 점이다.
맛을 돋우기 위해 게나 제철 생선 ‘생 것’을 으깨거나 찢어서 곁들인다.
대파, 마늘 등은 기본 양념으로 들어가지만 별도의 장은 넣지 않는다.
‘배고픈 시절’에 먹던 음식이니 게라고 해서 덩치 큰 놈들이 통째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요즘 게국지에는 게나 젓갈류 외에도 생선 등 신선한 해산물이 들어간다.
없어서 못 넣지 ‘생 것’이 들어갈수록 맛이 좋다는 게 할머니가 전하는 비법이다.
지난 김장때는 바다새우 10kg을 넣었단다.
진국집에서는 배추도 포기가 아닌 썰어서 게국지를 담그며 너무 일찍 숙성되지 않도록 항아리에 잘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