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가을이 남긴

떠나가는 가을이 남긴 노란 단풍 청라 은행마을

떠나가는 가을이 남긴 노란 단풍 청라 은행마을

떠나가는 가을이 남긴 노란 단풍 청라 은행마을

포도송이 같은 30여 개 태안이 품은 해변

가을은 하늘에서 시작해서 땅에서 끝난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공중을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들이는 단풍을 바라보며 가을이 한창임을 느낀다.

그리고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이 카펫처럼 깔리는 땅을 바라보며 곧 가을이 떠난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가을이 공중에서 땅을 향해 달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만끽하기 위해 선택한 곳은 충남 보령시의 청라 은행마을이다.

우리나라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 자락에 위치한 청라 은행마을에 들어선다.

11월 초임에도 이곳엔 가을이 한창이다.

성미가 급해 이미 은행잎을 떨구기 시작한 은행나무도 있지만 아직도 느긋하게 초록빛을 머금은 은행나무가 많다.

‘올해는 더위랑 가뭄 때문인지 은행나무 단풍 시기가 여느 해보다 일주일 정도 더딘 것 같다’고 동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그만큼 올해는 조금 더 늦게까지 청라 은행마을의 노란 물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청라 은행마을은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다운 면모를 보인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어디로 눈을 향하든 은행나무가 들어온다.

마을에 3,000여 그루가 넘는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어떻게 이곳에 은행나무가 서식하게 된 걸까. 마을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부터 장현마을(청라 은행마을) 뒷산은 까마귀가 많아 오서산이라고 불렀다.

산 아래 작은 못 옆에는 누런 구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구렁이는 천 년 동안 매일같이 용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천년이 되던 날, 구렁이는 마침내 황룡이 되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

오서산 일대의 까마귀들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이후 까마귀들은 먹이를 찾아다니다 노란색 은행을 발견하고는 황룡이 물고 있던 여의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을로 고이 가져와 정성껏 키우면서 장현마을에 은행나무가 서식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전설과는 별개로, 청라 은행마을의 근원을 알려주는 실체도 있다.

바로 신경섭가옥(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291호) 앞의 수령 500여년 된 수은행나무다.

청라 은행마을의 은행나무들은 거의 암나무다. 마을 한 바퀴를 돌고나면 신발 끝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이를 증명한다.

500년 된 수은행나무는 청라 은행마을의 수많은 암나무들이 열매를 맺도록 제 역할을 해왔다.

도시에서 미관상 식재하는 은행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가 많다지만, 농촌에서는 생업이 목적이기에 열매를 맺는 암나무를 많이 심는다.

한때 마을 사람들은 은행나무를 ‘대학나무’라고 불렀다.

은행 시세가 좋았을 때는 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은행의 가치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청라 은행마을 주민들의 고마운 수입원이다.

청라 은행마을에서 한 해 열리는 은행양만 해도 100톤이 족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 털어 대박 난 은행마을’이라는 애칭이 우스개 얘기만은 아니다.

청라 은행마을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둘러볼까,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마을 둘레길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걸으면 그만이다.

논밭을 따라, 개울을 따라, 흙집을 따라 은행나무들이 툭툭 서 있다. 인위적인 느낌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자연 그대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청라 은행마을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은행나무를

식재하고 꾸민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은행나무를 많이 심고 키우다보니 단풍 명소로 입소문이 나고 자연스레 여행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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