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뒤뚱뒤뚱 과거 속으로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뒤뚱뒤뚱 과거 속으로
전남 광주 양림동은 과거로 떠나는 타임머신 여행지다.
광주 근현대사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이곳엔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시간 여행지가 있다.
이름도 재밌는 펭귄마을. 비록 펭귄은 살지 않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잡다한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시간 여행 속 색다른 여행지로 떠오르는 곳이다.
양림 커뮤니티센터 옆 골목길은 1970~1980년대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만큼 작고 좁다.
골목길 입구, 가스통을 재활용해 만든 펭귄을 발견한 순간부터 펭귄마을표 웃음 넘치는 추억 여행이 시작된다.
펭귄마을로 한 걸음 떼자마자 나타난 낡고 허름한 담벼락 풍경이 시간을 십여 년 전으로 점프시켜 놓는다.
오래되어 거무죽죽 얼룩이 진 콘크리트 담장엔 검정색 스프레이를 뿌려 적은 옛 시절 이삿짐센터 광고와 마을 지도, 색색의 분필로 적은 온갖 낙서들이 가득하다.
몇 발자국 더 떼어놓고 나면 아예 멈춰 서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부엌에나 있어야 할 양은냄비며 프라이팬, 소쿠리들이 일광욕이라도 즐기듯 담벼락에 딱 달라붙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재미난 담벼락 전시를 지나면 본격적인 마을 탐방이 시작된다.
작은 꽃들과 나무들을 가꿔놓은 아담한 마을 정원은 이곳 주민들의 휴식처인 동시에 여행자들에게는 멋진 포토존이 되어준다.
물론 평범한 정원이 아니다. 나무 열매 대신 기타와 미러볼이 걸려 있고 꽃밭 사이엔 곡식을 켜던 키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마을 이름이 왜 ‘펭귄마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펭귄마을은 독거노인을 비롯해 주민 연령층이 높은 이 마을의 특징을 담고 있다.
나이 든 어르신들의 걷는 모습이 뒤뚱거리는 펭귄을 닮아 별칭처럼 부르던 것이 아예 마을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적막한 마을 분위기를 좀 더 즐겁고 활력 있게 만들어보려는 애정 어린 별칭인 셈이다.
별칭과 더불어 펭귄마을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꾸며지기 시작한 건 약 5년 전부터.
이 마을의 촌장을 자처하는 김동균 씨가 동네 빈집에 쓰레기처럼 쌓여 있던 오래된 물건과 온갖 잡동사니들을 가지고 취미 삼아 이곳저곳 꾸미고 장식하던 것에서 시작됐다.
그 사이 주민들이 자신이 갖고 있던 옛 물건들을 내놓고 합심해 마을을 가꾸면서 이곳 쓰레기들은 추억의 시간 여행을 위한 훌륭한 원동력이 되었다. 모두 실생활에서 쓰이던 것이라 그런지 왠지 더 정감이 간다.
아마도 이것이 펭귄마을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마을이 ‘발상의 전환’으로 인해 요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타임머신 여행지로 재탄생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