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와 능선 따라 펼쳐지는 하얀 군무 무등산 억새
고개와 능선 따라 펼쳐지는 하얀 군무 무등산 억새
무등산은 빛고을 광주를 품은 ‘어머니의 산’이다.
가을이면 어머니 가슴처럼 따사로운 능선에 억새가 핀다.
무등(無等)에는 ‘비할 데 없이 높고 큰 산’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해발 1187m로 규모보다 풍기는 느낌에서 ‘무등’의 가치가 빛난다.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를 껴안은 산 가운데 높이 1000m대는 무등산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등산은 2013년 국립공원 21호로 지정되었다.
가을 무등산 산행은 억새 덕분에 발걸음이 들뜬다. 10월에 접어들면 정상 주변으로 억새가 하얗게 피어난다.
긴 숲길을 무념무상 걸으며 피로감이 덜한 것도 불현듯 억새와 마주할 광경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무등산 억새 산행은 오르는 길, 고개, 능선에 따라 다채롭다.
가장 일반적인 출발 포인트는 두 곳. 증심사 지구에서 출발해 중머리재와 장불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
원효사 지구 원효분소에서 출발해 서석대에 오른 뒤 장불재를 돌아오는 코스다.
증심사 지구 중머리재 코스는 산행 초입에 사찰, 미술관 등 볼거리가 곁들여져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산 중턱인 중머리재를 넘어서면서 크고 작은 억새 숲이 길동무가 된다.
원효분소 입구에서 서석대까지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숲과 무등산옛길이 호젓하게 이어진다.
원효사 지구 코스에서는 우회하는 꼬막재 방향을 선택하거나, 사양능선을 넘나들며 여유롭게 억새를 감상할 수도 있다.
무등산 산행은 원점 회귀보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을 달리하는 게 진면목을 즐기는 요령이다.
증심교에서 출발해 문빈정사, 증심사를 거쳐 중머리재로 향하면 첫 쉼터인 당산나무까지 평이한 길이다.
당산나무는 수령 450년, 둘레 4.8m 아름드리 느티나무다.
당산나무에서 계곡 숲길과 돌계단을 거쳐 한 시간 정도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는 너른 공간과 마주한다.
억새 산행의 서막을 알리는 중머리재다. 해발 617m 중머리재만 올라도 억새 너머로 작은 능선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중머리재에서 장불재까지 본격적인 억새 산행이 이어진다.
용추삼거리에서 중봉으로 방향을 잡아도 억새가 흐드러지고, 갈 길을 고집해 장불재에 오른 뒤 큰 숨을 쉬어도 좋다.
장불재는 정상 등반의 마지막 쉼터이자, 무등산 억새 향연의 대표적인 아지트다.
장불재에서 백마능선으로 길을 잡으면 완만한 곡선을 따라 억새 숲을 가로지른다.
하늘거리는 억새 꽃이 백마 갈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마능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억새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해를 등지고 올려다보는 억새는 짙은 갈색을 띠고,
정상에서 해를 마주하는 억새는 은빛으로 부서진다. 석양의 억새는 황금빛으로 물들며 가을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장불재에서 억새밭 너머로 바라보는 정상 주상절리대는 무등산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입석대, 서석대 등 높이 1000m 주상절리대는 무등산의 지질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천연기념물 465호다.
주상절리대는 흐린 날이면 구름에 휩싸여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