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순대 백암에서 맛보다

진짜 순대 백암에서 맛보다

진짜 순대 백암에서 맛보다

우리의 밤은 아름답다 행주산성 노래하는 분수 라페스타

점심시간, 메뉴를 정하려고 사람들이 모였다.

순대음식이 거론될 때면 가자는 이와 못 간다는 이들로 상황이 갈리기 마련. 낯익은 모습이지 않은가.

그만큼 순대를 대하는 취향은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다.

그 중 순대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소개한다.

옛말 조금 인용해보자면 ‘순대를 알면 백전백식, 아는 만큼 먹는다’라고 하니, 마우스 스크롤 속도 조절하며 내용에 주목해 보자.

백암순대가 있는 곳으로

서울톨게이트에서 약 47㎞ 떨어진 용인시 백암면, 이 작은 고장이 백암순대로 유명해진 연유가 궁금하다.

지금의 백암순대 시발점은 조선시대의 죽성(안성시 죽산면)이다.

하지만 죽성이 퇴조됨에 따라 안성과 가까운 용인시 백암면의 ‘백암장’으로 순대가 자리를 옮겨져 명맥이 유지됐다고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백암은 용인시의 최대 돼지 사육지 이면서 백암장으로 몰려드는 인파 또한 많아 백암순대의 수요-공급에 최적이었을 것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순대와 관련된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순대는 전투식량이다’ 몽고 칭기즈칸 시대, 당시의 기마군은 빠른 기동성으로 잘 알려졌다.

그 기동성을 뒷받침한 음식이 바로 순대라고 한다.

짐승의 창자에 쌀과 야채를 넣어 다닌 것인데, 휴대에 용이하고 영양소도 골고루 있으니 이동 중 제격 아니겠는가.

또한 그 영양 배합은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순대의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백암면사무소를 지나, 면 중심으로 들어가면 백암순대 음식점이 즐비하다.

이 거리의 시초는 약 반세기 전, 백암장이 설 때부터 순대와 국밥을 만든 ‘풍성옥’이라 한다.

순대거리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백암순대 찾기가 수월하다.

대를 이어 운영하는 곳, 방송을 통해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 등 음식점마다 자부심이 대단하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외관보다 시장거리에 원래부터 있었던 듯 싶은 식당 모습들이다. 드디어 입장, 백암순대와 순댓국을 기다린다.

백암순대는 백일장이 서던 날에만 먹을 수 있던 음식이다.

그 맛이 유별나니, 입소문을 타고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백암의 향토음식으로 거듭났다.

백암장날이 아님에도 먹을 수 있게 된 그 맛이 궁금하다.

백암순대는 돼지 작은창자만을 사용한다. 그래서 식용비닐을 사용한 순대의 껍질과 다른 모습을 띤다.

순대 속은 돼지고기, 각종 야채와 찹쌀을 재료에 따라 다른 질감으로 갈아 조리한다.

구성 비율은 만드는 이에 따라 다르고 맛 또한 달라진다.

식감은 시차를 두고 조금씩 달라지는데, 처음 말랑한 질감의 껍질이 느껴지고 이후로 적당히 갈린 돼지고기와 야채가 씹힌다.

찹쌀 덕분에 전체적으로 매우 부드러운 식감이다. 그리고 말캉한 무엇이 씹히게 되는데, 물렁뼈다.

그래서 뼈있는 순대로도 잘 알려졌다. 백암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식감이다.

같이 나오는 새우젓양념은 살짝만 찍어 먹기를 추천한다. 매우 짜다.

우리의 밤은 아름답다 행주산성 노래하는 분수 라페스타

우리의 밤은 아름답다 행주산성 노래하는 분수 라페스타

우리의 밤은 아름답다 행주산성 노래하는 분수 라페스타

철원 삼부연폭포 숱한 전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다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이 켜지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행주산성에 올라 탁 트인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노래하는 분수 앞에서 시원한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겨볼 수 있다.

색색깔 조명이 반짝이는 거리에서 쇼핑도 하고 톡 쏘는 맥주 한잔에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있다. 고양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눈부신 야경의 향연, 행주산성

고양을 대표하는 유적지 중 하나인 행주산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측되는데,

특히 조선 선조 26년에 치러진 행주대첩의 공간적 배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로 꼽히는 행주대첩은 전라도 순찰사였던 권율(1537~1599)이 한양을 수복하기 위해

행주산성에 1만 여 병력을 집결시킨 후 왜군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승리한 전투를 가리킨다.

당시 권율은 관군의 3배가 넘는 일본군과 싸워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병사들을 독려하고 빼어난 지략으로 상대를 기습하였다.

당시 산성에 남아있던 부녀자들도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긴 치마를 잘라 돌을 날랐다고 하여 ‘행주치마’라는 명칭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현재 산성 꼭대기에는 행주대첩비와 기념탑이 세워져 있으며 입구엔 권율 장군 동상이, 중턱엔 그의 영정을 모신 사당인 충장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과 한강유역을 방어하는 주요한 위치에 자리한 행주산성은 동쪽과 북쪽,

서쪽으로 드넓은 평야를 감싸 안고 강기슭의 험한 절벽을 이용해 축성되었으며 현재는 산 정상부의 일부 성벽만 남아있다.

무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 자리에서 인간의 삶터를 지켜주었던 낡은 성곽은 짙푸른 녹음으로 둘러싸여 산책코스로도 그만이다.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이곳에서 목숨을 건 배수의 진을 쳤던 민초들의 절박한 심정을 더듬으며 산봉우리에 오르면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고양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행주산성은 매년 7월부터 9월까지 야간개장을 통해 눈부신 밤 풍경을 선사한다.

방화대교를 시작으로 자유로와 일산신도시, 한강 너머 서울의 아찔한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니 이만한 자연 전망대가 또 있을까 싶다.

때문에 이 기간에는 전국에서 사진작가들과 동호인들이 몰려드는데, 시원스레 내달리는 자동차들의 궤적과 한강 위로 떠오른 둥그런 달의 반영이 일품이다.

특히 정월대보름에는 황금빛 달덩이를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어 수도권 최고의 달맞이 명소로 꼽힌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물러난 해질 무렵의 일산호수공원은 천천히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호숫가를 맴도는 상쾌한 저녁 공기를 들이키며 걷다보면 멀리서 노래하는 분수의 감미로운 선율이 손짓한다.

호수공원 내에 자리한 노래하는 분수는 최고 높이 35m에 이르는 대형분수로,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아름다운

음악과 시원한 물줄기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로맨틱한 야경 명소로 꼽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명물로 통하는 몬주익(Montjuic) 분수대를 본 따서 만들어진 이곳은 실제로 현지 운영진들의

기술협력을 통해 세계 수준의 연출 능력과 예술성을 갖췄다. 다른 지역들처럼 음악에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분수가 아니라

연출가가 일일이 수동으로 분수 모양을 조절, 다양한 조명과 각종 효과들을 종합적으로 만들어내는 형태라

일종의 창작품이자 예술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장에 돗자리 하나 깔고 앉으면 그곳이 바로 스페인이요, 공연장이 되는 것이다.

철원 삼부연폭포 숱한 전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다

철원 삼부연폭포 숱한 전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다

철원 삼부연폭포 숱한 전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다

달큼한 겨울 별미 새의 부리 닮은 새조개

철원 갈말읍의 삼부연폭포는 느닷없다.

유명 폭포들이 대부분 산세 좋은 계곡에 기대 있는 것과 달리 불현듯 장관을 드러낸다.

읍내에서 명성산 방향으로 2.5km 달리면 길가에 삼부연폭포가 있다.

폭포를 만나는 데는 본래 ‘워밍업’이 필요하다.

산줄기를 끊임없이 오르고,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몇 차례 닦아내는 정성이 절경을 알현하는 감동에 대한 필요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삼부연폭포는 예외다.

북쪽으로 철조망이 막힌 길을 달려왔으니 폭포를 만나는 수고쯤은 덜어주려는 배려인가 싶다.

느닷없이 만나는 폭포지만 그 첫인상은 짜릿하다. 산세 좋은 고장의 폭포 줄기와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폭포수는 사계절 마르지 않고 쏟아져 내린다고 한다.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메마른 계절인데도 폭포가 만들어내는 ‘사운드’가 예사롭지 않다.

이 웅장한 폭포에서 KBS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의 명장면이 촬영됐다. 〈대왕의 꿈〉은 삼국통일을 이룩한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폭포에서는 비밀조직 귀문단의 비형랑과 길달이 용호상박의 혈투를 벌인 격투 신을 찍었다.

폭포의 사연을 되짚어보면 사극의 촬영 장소로 제격이다.

폭포의 물줄기는 명성산과 맞닿아 있다.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의 별칭은 ‘울음산’이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향하다가 이곳에서 설움을 토해냈다고도 하고,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도망치다 이곳에서 울었다는 사연도 전해 내려온다.

궁예의 아픔을 전하듯 억새밭 가운데 궁예가 마셨다는 궁예약수터도 있다.

울음산의 울음과 사연은 삼부연폭포에서 더욱 깊어진다.

궁예가 철원에 도읍을 정할 당시, 도를 닦던 이무기 세 마리가 폭포의 바위를 뚫고 용으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때 생긴 바위 구덩이 세 개가 가마솥을 닮아 ‘삼부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조선 숙종 때 삼연 김창흡이 이곳에 은거한 것을 기려 삼부연으로 불린다는 주장도 있다.

사연이야 어찌 됐든 20m 높이의 웅장한 폭포수는 절벽에서 몸을 비틀며 세 번 꺾여 떨어진다.

유심히 살펴보면 물이 고인 구덩이도 세 개다. 이 구덩이는 위부터 노귀탕, 솥탕, 가마탕으로 불린다.

용 세 마리에 얽인 전설처럼 삼부연폭포 옆 동굴 터널 이름이 또 오룡굴이다.

이곳을 지나면 용화저수지도 있다. 정제되지 않은 오룡굴은 폭포의 운치를 더한다.

폭포 앞에는 ‘부연사’라는 암자가 폭포수를 내려다보고 서 있다.

암자 입구에는 행복한 절이라는 팻말이 있지만, 커다란 백구 한 마리가 지키고 있어 일반인이 마음 놓고 드나들기는 힘들다.

오룡굴을 지나다 보면 먼발치에서나마 절벽 위에 매달린 절터를 엿볼 수 있다.

수려한 폭포에 사연이 구구절절 넘쳐나니 〈대왕의 꿈〉 외에도 여러 차례 카메라를 유혹했다.

삼부연폭포는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에 등장하며 그 이름을 알렸고,

11월 말 방송 예정인 KBS 수목드라마 〈전우치〉의 녹화도 이곳에서 마쳤다.

배우 차태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전우치〉에서 삼부연폭포의 절경을 다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삼부연폭포는 ‘철원8경’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이 이곳을 지나다가 진경산수화를 그렸다는 전설 역시 폭포와 함께 내려오는 이야기다.

물이 어우러진 철원의 절경은 삼부연폭포가 전부는 아니다.

삼부연폭포를 능가하는 경치를 꼽으라면 고석정이 있다.

고석정은 철원을 가로지르는 한탄강이 만들어낸 최고의 관광지다.

현무암 계곡이 늘어선 강 한가운데 10여 m 솟은 기암봉이 있고, 그 옆에 정자가 들어섰다.

달큼한 겨울 별미 새의 부리 닮은 새조개

달큼한 겨울 별미 새의 부리 닮은 새조개

달큼한 겨울 별미 새의 부리 닮은 새조개

징게맹갱외에밋들이 품은 아리랑의 무대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겨울은 맛있는 계절이다. 가을의 풍성함과 봄의 향긋함에 밀려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들이 제법 많다.

얼어붙은 강줄기에는 빙어며 산천어, 송어로 들썩이고 짠물 품은 해안가는 대게와 과메기를 필두로 물오른 굴과 생선을 내놓는다.

맛있는 먹거리들이 넘쳐나는 이 겨울, 날은 추워도 여행하는 ‘맛’은 짭조름하다.

진정한 ‘식도락의 계절’을 맞아 길손의 고민은 한가지로 모아진다. 어디부터 가서 무엇부터 맛보란 말이오!

‘맛’에서는 차등이 없다는 전제하에 겨울 식도락 여행을 준비해보자.

날이 추우니 당일치기로도 가능하면 좋겠다. 일단 민물이냐 짠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민물의 활기도 좋지만 짠물에서 나는 먹거리가 더 풍부하리란 기대감에 바닷가를 선택하기로 했다.

육지 사람에게 겨울바다는 왜 그리도 매력적인지.

먼저 쫄깃한 겨울 바다를 맛보고 겨우내 아랫목에 재워둔 몸과 마음에 칼칼한 바닷바람도 쏘일 계획이다.

자, 당일치기도 가능한 맛있는 바닷가로 출발!

삼면이 바다에 안긴 한반도. 오늘의 여행지는 서해안에 자리한 충남 홍성 남당항이다.

안면도와 뭍 사이 깊게 파고든 천수만에 닿아 있어 계절마다 다양한 먹거리를 내놓는 풍요로운 마을이다.

새조개 시즌이 시작되기 전 가을이면 대하와 전어·꽃게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봄이면 알찬 주꾸미와 동백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홍성IC로 빠져나와 20여 분만 달려가면 남당항에 닿는다.

현지의 제철 먹거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축제’들이 철마다 펼쳐지는 맛있는 항구다.

찬바람 부는 이 계절, 남당항 겨울 축제의 주인공은 새조개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는 오는 3월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는 추위로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높아졌으나 산지에서 싱싱한 새조개를 맛볼 생각에 찾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본격적인 새조개 맛투어에 나서기 전 잠시 남당항을 둘러보자.

서남해의 여느 해안처럼 물때에 따라 육감적인 뻘을 드러내기도 하고 찰랑찰랑 바닷물로 속살을 감추기도 하는 바닷가.

저 멀리 방파제까지 수줍게 속살을 드러낸 갯벌 위로 몇몇 고깃배들이 바닷바람을 자장가 삼아 졸고 있다.

한가로운 서해 바다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잠시, 흥겨운 새조개 축제 현장으로 발길이 이어진다.

오는 3월 오픈 예정인 남당해양수산복합공간 주변으로 수십 개의 포장마차가 들어서있다.

먹거리 축제답게 분위기는 흥겹다. 주말이라 야외무대에서 훌라후프 대회가 펼쳐지고 있지만 무대보다는 포장마차 안을 채운 이들이 훨씬 많다.

어디로 들어설까. 가격은 모두 동일하니 마음에 드는 곳으로 들어서면 된다.

포장마차의 주인장들은 새조개 손질에 여념이 없고, 집집마다 새조개 맛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손질 중인 새조개의 속살이 영락없는 새의 부리 모양이다. ‘새조개’라는 이름답다.

그래도 어디 생김새만으로 유명해졌을까. 쫄깃하고 달큰한 맛 역시 일품이다. 애주가라면 이 대목에서 한잔 생각 간절해지리라.

남당항 포장마차 주인장은 “새조개는 1월에서 3월 사이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며 “제일 맛있을 때 잘 왔다”고 반긴다.

또 “새조개가 귀해 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많이들 맛보러 오라”는 홍보도 잊지 않는다.

징게맹갱외에밋들이 품은 아리랑의 무대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징게맹갱외에밋들이 품은 아리랑의 무대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징게맹갱외에밋들이 품은 아리랑의 무대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하동 최참판댁 처녀귀신 아랑과 꽃미남 사또 은오의 사랑 이야기

‘징게맹갱외에밋들’. ‘징게’는 김제, ‘맹갱’은 만경, ‘외에밋들’은 너른 들을 뜻한다.

우리나라 대표 곡창지대인 김제 만경평야의 옛말이다.

일제의 사악한 무리는 1900년대 초부터 이 땅에 마수를 뻗었다. 그들의 야욕을 채울 전쟁터에 군량미를 보내기 위해서다.

소설가 조정래는 이 과정에서 민초들이 겪어야 했던 수난과 저항의 역사를 《아리랑》에 송두리째 담았다.

소설의 제목이 왜 아리랑일까? 아리랑은 우리 민족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감정을 공유하며 함께 부르던 노래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한일병합 이전부터 해방까지로, 아리랑의 울림이 가장 클 때다.

《아리랑》에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을 보는 관객들의 모습을 통해 확인해보자.

“김영진이 일본 경찰에게 끌려가면서 악대가 연주하는 <아리랑>의 선율이 흐르기 시작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요오…. 그 연주에 맞추어 앞쪽에서 합창이 시작되었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아…. (중략) 합창이 막 끝났을 때였다.

“대한독립 만세에!” 어느 남자의 부르짖음이었다. “대한독립 만세에!” 화답하듯 여기저기서 터진 외침이었다.”

소설가 조정래는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쉽게 지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아리랑만큼 적절한 제목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리랑 문학마을은 소설 《아리랑》의 무대를 현실에 재현하여 아픈 시절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아리랑》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김제시 죽산면 옛 내촌·외리 마을 일대에 터를 잡았기에 여행객은 살아있는 문학을 체험할 수 있다.

아리랑 문학마을은 크게 홍보관, 하얼빈역, 내촌·외리 마을, 근대 수탈 기관으로 구성된다. 홍보관은 그 자체로 《아리랑》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다.

《아리랑》이 베스트셀러이긴 하나 12권짜리 대하소설이기에 탐독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상당수일 터.

홍보관 1층은 벽면을 아예 《아리랑》에 대한 텍스트로 꽉 채웠다.

소설의 대략적인 흐름을 정리한 줄거리, 인물 묘사와 주요 인물 관계도, 소설 속 핵심 일화 발췌문까지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

천천히 둘러보며 읽기만 해도 《아리랑》이 어떤 소설인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홍보관 2층에는 김제 출신의 독립투사들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낯선 영웅들은 대의를 위해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일제에 항거했다.

부당한 시대의 참상이 그들의 결기를 이끌어냈을 것이다. 총을 들고 맹렬히 돌진하는 독립군 동상이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하얼빈역과 《아리랑》의 시대적 배경을 조합하면 금세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1909)다. 역내 대합실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면 근대사 최고의 장면이 동상으로 실감나게 표현돼 있다.

안중근 의사가 방아쇠를 당기자 민족의 응어리를 실은 총알 한 발이 제국의 심장을 관통한 장면이다.

당시 이토 히로부미는 열차에서 내린 직후였기에, 그 시절 증기기관차도 함께 출연하여 생생함을 더한다.

하얼빈역 광장 앞에 이민자 가옥이 있다. 일제의 수탈에 못 이겨 타향으로 떠나간 사람들이 지은 너와집과 갈대집을 재현했다.

너와집은 아쉬운 대로 최소한 집의 구실은 할 것 같으나, 갈대집은 너무나 열악하다.

《아리랑》에서는 ‘갈대움막’이 등장한다. “갈대를 무더기무더기 베어 모은 사람들은 움막을 짓기 시작했다.

움막은 땅을 사람 키 깊이로 파내고 그 위에 갈대로 지붕을 해덮는 것이었다.”

하동 최참판댁 처녀귀신 아랑과 꽃미남 사또 은오의 사랑 이야기

하동 최참판댁 처녀귀신 아랑과 꽃미남 사또 은오의 사랑 이야기

하동 최참판댁 처녀귀신 아랑과 꽃미남 사또 은오의 사랑 이야기

우제봉전망대 산 위에서 거제바다의 비경을 만나다

남도 500리 길(212.3km)을 나그네처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어느 강보다 서정적인 섬진강을 따라 천방지축 처녀귀신과 꽃미남 사또의 사랑이 피어오른다.

사랑의 장소는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이 품어낸 악양면 평사리의 최참판댁이다.

드라마 <아랑사또전>에서 최 대감(김용건 분) 댁으로 나오면서 아랑(신민아 분)과 은오(이준기 분)가 알콩달콩 정을 쌓아가는 데 일조한 촬영지다.

아랑과 은오가 기와 담장으로 주왈(연우진 분) 도령을 넘겨보던 연못과 아담한 건물은 최참판댁의 별당이고, 귀신들이 넘어가지 못한 긴 담도 최참판댁의 담장이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최근 <아랑사또전>의 인기에 힘입어 아랑의 흔적을 찾는 여행객의 발걸음이 잦다.

이름 아침 <아랑사또전>의 촬영지인 하동군 악양면의 최참판댁을 찾아가는 길.

지리산 형제봉과 구재봉 줄기가 두 팔을 활짝 벌려 포근히 감싸고 있는 들판과 만난다.

안개가 내려앉은 들에는 아침 햇살이 가득하고, 들 한가운데에는 부부송이라 불리는 멋진 소나무 두 그루가 가장 먼저 여행객을 맞는다.

부부송은 오랜 세월을 지켜온 두 그루의 소나무로 악양들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산중에서 만난 평야는 품이 넉넉하다. 농부들에게는 풍성한 수확을 안겨주었고, 나그네에게는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을 선물한다.

그리고 만석지기 최 참판을 탄생시켰다. 최 참판은 우리나라 대하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박경리의 《토지》에 등장하는 중심인물이다.

외둔마을을 지나 상평마을 고샅길로 들어서면 앙증맞은 돌담이 정겹게 놓여 있다.

땅만 파면 나오는 것이 돌이기에 그저 되는 대로 올려놓은 게 돌담이고, 그 위로 담쟁이가 힘차게 뻗어가고 있다.

담장 너머엔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이 고개를 떨구지 않고 나무에 매달렸다.

마을길 옆으로 드라마 <토지>를 촬영할 때 조성한 세트장이 있다.

무당의 딸 공월선, 투기심이 강한 강청댁, 재물에 집착하는 임이네 등 서민들이 모여 살던 초가 그대로다.

초가마다 극중 인물의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고 극중 대사까지 적혀 있어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생생한 느낌이 든다.

돌담길을 거닐며 한적함에 젖어 있노라면 초가 뒤편 모퉁이에서 문득 토지의 등장인물인 최치수,

서희, 김환, 별당 아씨, 조준구, 길상, 공 노인 등이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분위기에 감싸인다.

최참판댁은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한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위치다.

악양들의 풍요로움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섬진강의 속살까지 샅샅이 내려다보인다.

집 뒤로는 대숲이 울창하고 형제봉의 든든한 산세가 병풍이 된다.

최참판댁은 <아랑사또전>에서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중요한 장소다.

극중 최 대감댁으로 나오는데, 아랑의 억울한 죽음과 이를 파헤치는 은오의 활약이 이곳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때론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엉켜 있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랑사또전>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드라마를 시청한 여행자들만이 기억을 더듬어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어디에도 <아랑사또전>과 최참판댁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안내 문구가 없는 탓이다.

아직도 최참판댁의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1987년부터 3년 동안 방영된 드라마 <토지>다.

소설 《토지》는 박경리 선생이 1969년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한 이래 26년에 걸쳐 전 5부 16권으로 완간된 대하소설의 금자탑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구한말부터 8·15 광복까지. 우리 근대사의 혼란과 그 속에 깃든 인간의 애환을

악양들의 만석지기 최참판댁의 마지막 당주인 최치수와 그의 고명딸 서희의 삶을 따라가며 그려낸다.

우제봉전망대 산 위에서 거제바다의 비경을 만나다

우제봉전망대 산 위에서 거제바다의 비경을 만나다

우제봉전망대 산 위에서 거제바다의 비경을 만나다

천년의 지문 한밤마을 돌담길 걷다

한려수도에 흩뿌려진 섬들 중에 가장 보석처럼 빛나는 섬 해금강.

아름다운 섬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해금강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는 없을까?

우제봉전망대는 그런 욕심을 한방에 해결해준다.

동백 숲길을 따라 30분 발품을 들이면 해금강 비경을 품을 수 있다. 환상적인 일출과 일몰은 덤이다.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도. 900리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62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져 있다.

거제도는 소백산맥이 남해로 내달리다 바다로 뛰어들어 다시 솟아오른 땅이다.

그런 만큼 쪽빛 바다에 감긴 깎아지른 벼랑으로 이어지는 해안 경관이 감탄을 자아낸다.

1971년 통영반도와 거제도 사이에 거제대교가 놓여 육지와 연결되었고, 2010년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됨으로써 거제도로 가는 길이 더 빨라졌다.

거제바다가 품은 절경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해금강이다.

우리나라 40곳의 명승 가운데 강원도 소금강에 이어 두 번째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을 닮아 원래는 갈도(칡섬)라 불리다가 금강산 해금강에 뒤지지 않는다 하여 ‘해금강’이라 불린다.

남부면 갈곶리 해안 끝에서 500m 떨어져 바다 위에 우뚝 솟은 해금강은 키가 무려 100m가 넘는다.

사자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돛대바위 등으로 둘러싸여 있고, 깎아지른 절벽에는 수만 년 세월 자연이 조각한 만물상이 새겨져 있다.

유람선을 타고 절벽 사이 십자동굴로 들어서면 신비로움은 절정에 이른다.

동굴 천장을 올려다보면 하늘이 열십자로 보인다 해서 십자동굴로 불린다.

흙 한줌 없는 기암괴석 위에는 동백이며 풍란, 석란이 뿌리내려 섬을 지키고 있다.

해금강의 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우제봉전망대다.

해금강주차장에서 우제봉전망대까지 약 1km. 느린 걸음으로 30분이면 전망대에 닿는다.

보도블록이 깔린 우제봉 진입로를 지나면 동백 터널이 나타난다.

동백 숲길은 아이들도 쉽게 오를 만큼 완만하다. 키가 큰 동백나무들이 만들어낸 오솔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편안한 길이다.

15분쯤 숲길이 이어지다가 하늘이 열리고 바다가 나타난다.

제법 가파른 바위 벼랑에 놓은 계단을 오르면 우제봉 가는 길과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우제봉 가는 길로 돌아서면 전망대가 우뚝 서 있다.

하늘로 오르는 듯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다.

하늘에 걸어놓은 듯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에 서면 동쪽으로는 해금강과 외도·내도, 서쪽으로는 대·소병대도와 홍포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쪽빛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의 풍경과 그곳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활짝 열어젖힌다.

30분 발품으로 해금강의 비경을 품은 일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전망대에는 누구라도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액자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두 개의 포토존은 해금강과 대·소병대도를 배경으로 선택할 수 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멋진 풍경이 액자 속으로 쏘옥 들어온다.

여유 있게 올라와 쪽빛 바다를 순식간에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기다려도 좋고, 부지런히 올라와 뜨겁게 솟구치는 일출의 순간을 함께해도 좋다.

전망대에서 우제봉 정상까지 200m 남짓 되는 길 역시 편안한 나무 데크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정상 부근은 일반인 출입통제 구역이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전망대에서 아쉽게 돌아서야 한다.

옛날 고을에 심한 가뭄이 들 때마다 수령이 이곳 정상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하며, 그래서 우제봉이라 불린다고 한다.

우제봉은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서불이 다녀간 곳이다.

서불은 진시황의 명을 받아 3천 명의 대선단을 이끌고 와 거제도에 머물렀다.

그 징표로 우제봉 절벽에 서불이 다녀갔다는 뜻의 ‘서불과차(徐巿過此)’라는 글을 새겼다고 전한다.

우제봉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이 불로초와 다름없다.

불로장생을 찾아 나선 길이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거제도 해금강이었다는 사실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천년의 지문 한밤마을 돌담길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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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지문 한밤마을 돌담길 걷다

중앙시장과 서호시장 통영 사람들의 삶과 맛을 체험하다

이런 산골에 어떻게 사람이 모여 마을을 형성했을까.

궁금증은 지도에서 쉽게 풀렸다. 주변 지리를 살피면, 한밤마을이 유일한 분지로 그 주위가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또 팔공산의 여러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한밤마을을 휘감아 흐르니 배산임수에 적합하며 분지의 규모도 비교적 넓어, 사람이 머물기 시작한 때는 오래 전이었으리라.

꼬불꼬불한 한티재를 넘어 북쪽으로 향하면 사과밭, 계단논, 내천 등 시골풍경이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그리고 한 마을을 관통하는 구간을 만난다. ‘이곳이 한밤마을이구나’ 차곡차곡 쌓인 돌담으로 하여금 도착했음과 동시에 마음 설레게 하는 풍경을 기대하게 된다.

실제로 주위를 살피니 지도 상에서 본 것보다 분지 규모가 상당히 크다.

한밤마을 규모 또한 평소 접하던 마을보다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주위에 병풍처럼 나란히 솟은 산 천년의 지문 덕분에 분위기 또한 남다르다.

마치 화산의 분화구에 서 있는 것 같다. 숨을 크게 한번 들이키고 내뱉어본다.

도시 빌딩 숲에서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히 뚫린다. 귀에 맴돌던 소음과 눈앞의 분주함은 온데간데없다. 이래서 시골은 일단 좋다.

한티로와 한밤마을이 만나는 곳에 ‘대율리 대청’ ‘상매댁’ 표지판이 세워졌다.

눈에 띄는 것부터 둘러보자. 처음 온 곳이지만, 걸음이 편안하고 마음은 어느 때보다 안락하다.

오감 중 어느 하나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없으니, 이게 ‘평온함’이구나 싶다.

주위 풍경이 담백하달까.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잔잔하게 목격된다.

“털 털 털” 경운기 엔진 소리가 위협감 없이 울리며 골목을 빠져나간다.

다 쓴 연탄을 싣고 어디론가 향하는 경운기에서 한밤마을 모습 중 하나를 담는다.

길 양옆으로 세워진 돌담은 불규칙한 배열로 쌓였지만, 불안하거나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편안한 시골풍경을 자연스럽게 받쳐준다. 이러한 진풍경의 중심 ‘한밤마을 돌담길’에 들어섰다.

먼저 한밤마을과 팔공산의 관계부터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팔공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맥은 상당히 험준하다.

그만큼 협곡도 깊고 거칠다. 그 협곡들 가운데 팔공산의 북서방향이 한밤마을과 이어진다.

팔공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한밤마을로 내려오는 길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처럼 팔공산~협곡~분지로 이어지는 길목이 한밤마을에 있는 돌의 이동 경로다.

그렇다면, 그 돌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태고부터 오랜 기간 잦은 홍수를 겪으며 팔공산의 바위와 돌이 깎이고 쪼개지고, 흙은 쓸려 내려가면서 돌이 분지에 쌓였다고 전해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된 후, 한밤마을에 사람이 모여 삶의 터전을 일궜을 터. 자연스레 돌을 사용한 담장을 세우게 된 것이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돌담 중 그 원형이 잘 보전된 곳으로 유명하지만, 과거에는 미학적 관점보다 쓸모없는 돌덩어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 컸을 것이다.

따라서 집과 집 사이의 경계에 돌을 쓰고, 경작지를 가르는 경계에도 돌을 썼다.

한밤마을의 돌담은 하나하나가 예부터 숱하게 손을 탄 애물단지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돌담은 보안, 안전 등 이 개념에 충실하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넘어갈 수 있는 높이일뿐더러, 담장 너머로 이웃집 속이 적날하게 보이는 수준이다.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담장과는 별개의 의미가 있는 것.

담장을 쌓으면서도 자연을 포용하는 자세를 찾아볼 수 있는데, 담장을 놓아야 하는 곳에 나무가 있다면 나무도 담장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구성했다.

이런 자연스러움은 인간의 집까지 이어진다. 한옥이 돌담과 이렇게 잘 어울렸나.

궁궐에서 보아온 담장과 한옥의 조화도 뛰어나지만, 한밤마을에서 볼 수 있는 조화 또한 인상적이다. 조금은 딱딱해 보이거나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기와집 한옥이 둔덕이 쌓인 돌담과 어울리니, 친근함까지 갖춘 균형의 한 집으로 인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살 수 있다면, 도시의 편리함을 쉽게 등질 수 있을 듯싶다.

누구나 꿈꿔 본 한옥 살림, 그 이상적 생활에 잘 어울리는 집이다. 주위 병풍을 친 산과 어울리니 멋진 풍경 또한 매력이다.

이 같은 한옥의 멋과 감동을 넉넉히 살필 수 있는 곳이 있다. ‘상매댁’이다.

남천고택이라고도 불리는 ‘상매댁’은 한밤마을의 한옥 중에서 큰 규모와 오래된 역사로 손꼽히는 가옥이다.

자료에 따르면 조선 현종 2년(1836)에 지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원래 가옥의 형태는 ‘興’자형의 독특한 배치를 이뤘으나 해방을 거치면서 현재의 건물만 남고 대문이 옮겨지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Π’자형 안채와 ‘一’자형의 사랑채, 사당으로 구성됐으며 외곽으로 자연석을 사용한 정자, 대나무 숲 등이 한옥미를 배가한다.

중앙시장과 서호시장 통영 사람들의 삶과 맛을 체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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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시장은 살아 있다. 방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시장 안은 활기찬 기운이 가득하다.

강구안의 중앙시장과 새벽시장으로 유명한 서호시장은 통영 사람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양대 재래시장으로 다채로운 식문화를 보여준다.

새벽에 일어나 텃밭에서 캐온 채소와 새벽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이 풍성하게 쌓여 있는 곳,

재래시장의 치열한 삶과 구수한 맛이 살아 있는 곳,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을 찾아가보자.

서호시장은 새벽에 장이 열리는 부지런한 시장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서호만 바다를 매립해서 조성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신정시장이라 불렸고, 새터라는 지명을 따라 새터시장이라고도 불렸다.

아침시장이라는 의미로 아침제자라고도 불렸다니 서호시장은 예부터 통영의 아침을 신명나게 열어온 시장임이 틀림없다.

생선을 실은 통통배들이 날이 밝기도 전에 서호만 작은 항구로 모여든다.

한산도, 용초도, 비진도, 연화도에서 모여든 어선들의 엔진 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항구의 새벽을 활기차게 열어젖힌다.

새벽 장을 보러 나온 부지런한 사람들과 상인들의 생기 있는 모습에서 서호시장의 정서와 매력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서호시장 끝자락에 가면 새벽 4시에 나와 오후 7시까지 시장을 지키는 마산상회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56년 동안 한결같이 서호시장의 새벽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봄에는 쑥과 섬나물, 여름에는 매실․마늘․옥수수, 겨울에는 유자 등 통영을 둘러싸고 있는 섬마을에서 온갖 싱싱한 채소와 해산물을 가져다 판다.

새벽부터 밤까지 시장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물건을 사고파는 재미에 푹 빠져 세월도 잊고 살았단다.

할머니의 거칠고 굽은 손마디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새벽 장이 끝나고 사람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다시 내일 새벽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통영 사람의 바지런한 하루가 그려진다.

통영의 술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찌집에서 진하게 한잔 마셨거나 새벽 경매를 마친 상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원조시락국’은 서호시장 입구에 있다.

50년을 지켜온 소박한 식당의 기다란 나무 테이블에 앉아 통영 사람들과 함께 국밥을 먹는다.

앞에 놓인 반찬통에서 입에 맞는 반찬을 덜어 시래깃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다 보면 구수한 통영 사투리가 맛깔스럽게 들려온다.

통영여객선터미널 앞이라 섬으로 떠나는 여행객들도 든든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어 인기다.

새벽시장인 서호시장과 달리 오후 2시부터 활기를 띠는 중앙시장은 싱싱한 해산물과 건어물이 풍성한 곳이다.

통영을 찾은 관광객들이 상인들과 흥정하는 동안, 펄떡펄떡 뛰는 생선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 주변에 동피랑벽화마을, 남망산조각공원, 강구안 문화마당과 거북선 등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활어시장 근처 2층에 있는 초장집으로 횟감 생선을 가져가면 한 접시 푸짐하게 차려준다.

1인당 3천 원의 상차림비만으로 횟감에 어우러지는 근사한 상이 차려진다.

강구안 바다를 바라보며 싱싱한 회와 매운탕을 맛보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중앙시장은 통제영 시절 12공방이 있던 곳으로 나전칠기와 누비 제품, 바지게떡 등의 전통이 남아 있어 역사의 맥을 이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365일 연중무휴로 24시간 열려 여행자가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고마운 시장이다.

생선회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중앙시장 앞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김밥집에서 충무김밥을 맛볼 수 있다.

원조로 소문난 뚱보할매김밥이나 한일김밥, 풍화김밥 등 어느 집에 가도 짭조름한 오징어무침과 함께 새콤한 섞박지와 손가락김밥을 맛볼 수 있다.

여객선터미널 앞에 자리해서 통영 인근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들의 단골 도시락 메뉴다.

중앙시장의 생선 좌판에 정신을 놓고 걷다 보면 동쪽 비탈길에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진 동피랑마을로 가는 길목이 나온다.

동피랑은 통영시 정량동과 태평동 일대의 산비탈 마을로 한 사람이 걸어갈 만한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동피랑마을은 올라가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한때 철거될 뻔했다가 산비탈 마을 벽에 그림이 그려지면서 통영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니

예술의 도시 통영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는 애칭까지 얻게 된 동피랑마을은 중앙시장의 넉넉한 인심을 따라

사람 냄새가 푸근하게 이어지는 곳이다. 동피랑마을 입구와 언덕에 찻집이 새로 생겨서 잠시 앉아 쉬는 여유를 즐겨도 좋다.

마을 벽화를 찬찬히 둘러보고 가장 높은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해안 풍광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고마 퍼뜩 오이소 오감이 즐거운 부산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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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타일 갈미삼합 갈미조개와 삼겹살의 만남 중매는 묵은지?

멸치회 맛보고 멸치털이 체험하는 기장멸치축제

멸치축제가 열리는 기장 대변항은 요즘 멸치잡이 어선들이 한창이다.

남해 미조항과 함께 봄 멸치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기장 대변항이다.

대변항에서 생산되는 일명 왕멸치는 국내 생산량의 65~70%를 차지할 정도로 수확량이 많다. 그야말로 멸치 1번지다.

대변항에서 잡히는 멸치는 멸치볶음을 해 먹는 잔멸치가 아니라 회로 먹고, 찌개 끓여 먹고, 쌈 싸먹는 대멸치다.

대변항에는 60~70개의 멸치횟집이 즐비한데, 여느 항구의 횟집들과는 달리 모두 멸치회와 무침을 주 메뉴로 내건다.

젓갈용 멸치도 상자마다 그득하다. ‘대변항=멸치’라는 공식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이맘때쯤 대변항을 거닐다 보면 오후부터 해질 무렵까지 꾸준히 들어오는 멸치잡이 어선을 만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선원들이 멸치를 터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도 살살 녹는 멸치회를 먹는 것만큼이나 기장 봄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선원들은 배를 항구에 댄 뒤 일렬로 서서 그물에 붙은 멸치를 털어낸다.

무언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노동요를 곁들인 일사불란한 몸짓은 마치 정제된 군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항구의 갈매기들에게는 배 주위에 널린 멸치를 마음껏 주워 먹을 수 있는 소문난 잔치다.

대변항은 영화 <친구>에 등장했던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기장멸치축제에 가면 멸치회를 맛보고 멸치털이를 구경하는 것 외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대형 멸치회 비빔밥 만들기, 기장멸치액젓으로 김치 담그기는 물론이고 기장군 어업지도선 승선 운항, 맨손 활어잡기, 미역채취도 가능하다.

노래자랑과 불꽃놀이, 축하공연, 풍물패 퍼레이드 등의 볼거리는 덤이다.

축제기간에는 매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누구나 멸치회를 무료로 시식할 수 있다.

멸치회를 맛보며 봄 바다의 향기를 느끼고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는 기장멸치축제는 오로지 봄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불빛의 광안대교. 더불어 봄 바다의 낭만이 출렁출렁 나래를 펼치는 곳이 바로 부산의 광안리 앞바다다.

광안리는 여행객도 여행객이지만 누구보다 부산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해변이다.

젊은이들은 물론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평화롭다.

매년 광안리해변 일대에서 열리는 광안리어방축제가 오는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아름다운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3일간 펼쳐진다.

‘어방’이란 예전 어로활동이 활발했던 부산 수영만 일대의 어업협동체를 이르는 말.

어방축제는 공동 어로 작업 시 노래를 하며 노동의 피로를 잊고 일의 효율을 높이며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던 다양한 어방놀이를 재현한다.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함께 어울리며 전통을 이어가는 축제다.

어방축제의 대표적인 행사는 좌수영어방놀이로 국가무형문화재 제62호로 지정돼 보존·전승되고 있다.

그 밖에도 축제장에서는 어방그물끌기와 경상좌수사 행렬, 전통뱃놀이, 어방민속마을 재현 등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또 맨손활어잡기 체험을 비롯해 활어요리 경연대회, 생선회 깜짝경매 등 남녀노소 두루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마련돼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바다가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삶의 현장으로서 색다른 바다를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호기심 많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인기다.

기타 부대 행사로 윈드서핑대회와 해양레포츠체험, 소망등 전시, 문화예술거리, 특산물장터, KBS 전국노래자랑 등도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