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시 향 가득한 금강 길과 올갱이국의 앙상블
충북 옥천 시 향 가득한 금강 길과 올갱이국의 앙상블
충북 옥천은 봄 길과 물길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금강 따라 수려한 산책로가 이어지며
정지용 시인의 흔적과 금강에서 건져 올린 올갱이(다슬기)가 봄 향취를 더하는 곳이다.
옥천의 옛 번화가인 구읍에서 시작해 장계국민관광지를 거쳐 금강 변을 아우르는 여정은 호젓한 봄날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옥천 봄 길 여행은 구읍에서 시작한다. 〈향수〉를 쓴 시인 정지용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구읍 곳곳은 상점 간판조차 정지용의 시구로 단장되었다.
골목길만 유유자적 걸어도 시 향이 물씬 풍긴다.
구읍사거리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정지용 생가다. 옥천이 고향인 정지용은 이곳 구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생가를 재현한 아담한 초가 앞으로 〈향수〉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실개천이 흐르고
물레방아 옆 공원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흩어진다. 생가 안팎에 정지용의 시가 새겨져 숨결을 더디게 만든다.
생가 뒤편으로는 정지용문학관이 들어섰다. 그의 작품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시인의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직접 시를 낭송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입장은 무료, 월요일은 휴관이다.
구읍에 가면 옛 모양이 남은 전통 한옥에서 출출한 배를 운치 있게 채워본다.
비빔밥 전문 식당 ‘마당넓은집’은 한옥으로 둘러싸인 넓은 마당에 민속자료들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비빔밥은 전통 방식을 살려 놋그릇에 산나물과 새싹으로 신선한 맛과 탐스러운 색을 냈다.
이외에도 전통 궁중 요리 식당, 오래된 묵밥을 내는 집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구읍은 ‘향수100리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구읍에서 장계국민관광지로 이어지는 길은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대청호에 위치한 장계국민관광지는 시와 예술, 호반, 호젓한 산책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봄나들이라면 이곳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오붓한 산책로 곳곳에 놀이를 겸비한 예술 작품이 들어섰고, 호수를 바라보며 사색할 수 있는 쉼터도 마련되었다.
장계국민관광지는 정지용 시인의 시문학 세계를 재현한 프로젝트 ‘멋진 신세계’의 종착점 역할을 한다.
정지용의 시와 금강을 주제로 건축가, 디자이너, 아티스트, 문학인 등이 참여해 운치 있는 공간이 조성됐다.
시인의 원고지가 상상되는 모단광장, 대청호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일곱 걸음 산책로 외에 재밌고 독특한 조형물이 관광지를 단장한다.
장계국민관광지 초입의 옥천향토전시관에서는 옥천의 옛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장계국민관광지에서 장계교를 건너면 대청호와 이어지는 금강 물줄기는 더욱 깊어진다.
안남면의 둔주봉은 금강 물줄기가 굽이굽이 흐르며 만든 한반도 지형과 만나는 곳이다. 영
월 서강의 한반도 지형이 유명하지만, 옥천 금강에서도 또 다른 한반도 모습과 조우할 수 있다.
둔주봉의 두 봉우리 중 전망대가 마련된 작은 봉우리(275m)에 오르면 녹음의 산세와 맑은 금강이 어우러진 풍경과 맞닥뜨린다.
둔주봉에 오르는 길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소나무 숲이 이어져 삼림욕에도 좋다. 둔주봉 초입으로 향하려면 안남면 초등학교 샛길로 접근한다.
둔주봉을 나서면 옥천의 강촌이 옹기종기 들어선 호젓한 강변길이 금강유원지까지 이어진다.
가덕리, 청마리, 합금리로 연결되는 코스는 향수100리길에서 가장 한적하다.
언덕 위나 강변에 둥지를 튼 마을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릴 뿐, 일반 차량은 거의 다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