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문학관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문학관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문학관

옛 중앙선 간이역을 찾아서 양평 팔당역에서 간현역까지

이곳을 찾아가기 전에 작가의 생애를 살펴본다.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은 1915년 평남 대동군 재경면에서 태어났다.

8대 할아버지 황순승은 영조 때 ‘황고집’으로 알려진 효자고, 부친 황찬영은 3·1운동 때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평양 시내에 배포한 일로 투옥되었다.

황순원은 평양 숭실중학교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경기도 광주, 대구, 부산 등지에서 피란 생활을 했고 이후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생전에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소설 1편, 장편소설 7편을 남겼다. 〈소나기〉는 1953년에 발표된 단편이다.

작가와 특별한 연고가 없는 경기도 양평군에 문학관이 들어선 사연은 무엇일까? 문학관 관계자는 소설에 “소녀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대목이 모티프가 됐다고 한다.

소나기마을에 가면 황순원문학관부터 관람하게 되는데, 출입구 왼편에 작고한 황순원 선생과 부인 양정길 여사가 잠든 묘역이 있다.

문학관 제1전시실의 테마는 ‘작가와 만남’이다.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선생의 삶을 조명하고, 집필 공간과 소장품, 유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생전의 모습이 전해지는 ‘황순원의 서재’다. 안내판에는 이 서재를 가리켜 ‘언어를 벼리는 대장장이의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황순원은 원고가 활자화될 때까지 자신만의 맞춤법과 띄어쓰기 기준으로 직접 교정을 본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이자, 독자에게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게 하는 작가의 의무라고 말한다.

이런 성격은 서재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서재는 일체의 장식적 군더더기 없이 단아하고 소박하다.

그의 서재는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으로 언어를 벼리는 대장장이의 공간과 같다.”

좌우로 길게 펼쳐진 서재 중앙에는 나무 탁자가 무게중심을 잡고, 책상에 원고지와 만년필, 돋보기, 스탠드가 놓여 있다.

책상 뒤편 벽에는 ‘늪’ ‘기러기’ ‘목넘이마을의 개’ ‘곡예사’ ‘학’ ‘카인의 후예’ ‘신들의 주사위’ 등 작품 제목들이 6폭 병풍에 담겨 있다.

평소 입고 쓰던 옷과 모자, 즐겨 읽었음 직한 책들이 꽂힌 책장도 한 부분을 차지하여 숨소리를 죽이고 있으면 작가가 서재로 들어와 책상 앞에 앉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제2전시실의 테마는 ‘작품 속으로’다. 입구에서는 〈골목〉 〈밀어〉 〈우리 안에 든 독수리〉 〈늙는다는 것〉 〈옛사랑〉 〈나의 꿈〉 등 작가가 남긴 시를 감상한다.

전시실로 들어가면 소설 속 장면을 입체적 조형물로 만들어놓은 것들이 보인다.

〈독 짓는 늙은이〉 〈목넘이마을의 개〉 〈학〉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 중·단편소설의 작품 세계를 짧은 시간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제3전시실은 ‘남폿불 영상실’이라고 불리는데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다.

비와 바람, 번개 등 특수 효과를 동원해 소설 〈소나기〉를 4D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그날’을 감상할 수 있다. 상영 시간은 11분이며, 소설에서 느낀 감동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문학관 밖으로 나오면 수숫단이 곳곳에 들어선 소나기 광장을 중심으로 산책길이 사방팔방 뻗어 있다.

소나기 광장에서는 매 시간 정각마다 인공으로 소나기가 내린다. 아이들은 비를 맞다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수숫단 속으로 몸을 피하며 즐거워한다.

소나기마을에 가면 산책을 즐겨보자.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이 걸린다. 제1코스는 소나기 광장→사랑의 무대→고백의 길

제2코스는 황순원 묘역→수숫단 오솔길→고향의 숲→들꽃 마을→송아지 들판→너와 나만의 길→소나기 광장

제3코스는 황순원 묘역→수숫단 오솔길→고향의 숲→해와 달의 숲→학의 숲→송아지 들판→너와 나만의 길→소나기 광장으로 짜여 있다.

옛 중앙선 간이역을 찾아서 양평 팔당역에서 간현역까지

옛 중앙선 간이역을 찾아서 양평 팔당역에서 간현역까지

옛 중앙선 간이역을 찾아서 양평 팔당역에서 간현역까지

행주산성에서 호수공원까지 평화누리길 고양 첫째길

20년도 더 지난 옛날,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비둘기호에 몸을 싣고 떠난 여행이 생각났다.

기차가 덜컹대며 덕소와 양평을 지나 원주 방면으로 느린 듯 꾸준한 힘으로 달릴 때, 창틀에 턱을 괸 채 열흘쯤 남은 입대일이 좀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원도나 동해안에 갈 때면 곧잘 지나는 곳이 구리와 남양주다.

요즘엔 새로 난 길이 많아서 강원도에 이르는 경로가 다양하지만, 옛날에는 춘천이든 원주든 가려면 남양주경찰서 앞 도농삼거리를 거쳐야만 했다.

여기서 원주 쪽으로 방향을 잡고 덕소를 지나 양평까지 가는 국도는 중앙선 철길과 마주보며 함께 달렸다.

때로 나란히 달리거나 엇갈려 지나기도 하면서 객차 안 승객들과 얼굴을 마주치기도 했다.

그런 중앙선 철로가 몇 년간 공사를 거쳐 어느 틈엔가 복선 전철로로 탈바꿈했다. 새 전철로가 놓이면서 옛 중앙선 철로는 구간에 따라 운명이 엇갈렸다.

철로를 걷어낸 뒤 자전거길이 되거나, 레일바이크용으로 쓰임새가 바뀌거나, 또 어느 구간은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다.

남은 건 철로를 잃고 홀로 선 간이역 몇 개뿐.

덕소를 지나 팔당역 근처에 이르자 길가에 자전거 대여점이 여럿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팔당 부근은 자전거 동호인들의 메카로 새롭게 떠올랐다.

전국의 강줄기를 따라 자전거길이 많이 열렸지만, 팔당~양수리~양평 구간만큼 멋진 곳도 드물다.

옛 중앙선 철로를 걷어낸 자리를 따라 난 자전거길은 예봉산 자락 터널 구간을 지나고 아름다운 팔당호반을 바라보며 이어진다. 그 길이 조안면에 이르면 능내역을 만나게 된다.

능내역은 1956년에 문을 열었다가 2008년 중앙선 복선 전철화가 끝난 뒤 폐역이 됐다.

하지만 오래된 역사를 철거하지 않고 사진전시관으로 꾸며서 보존한 점이 다행스럽다.

실내에 들어서면 벽면에 주렁주렁 매달린 빛바랜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능내역의 옛 모습, 교복을 입은 중년 남녀, 앳된 커플의 밝은 미소를 담은 사진도 있다.

방문객들이 빌려 입고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교복도 갖춰놓았다.

개찰구였던 문을 밀고 나서면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던 플랫폼과 철로가 보인다.

플랫폼에는 나무걸상이 마련돼 있다. 거기에 아주머니 몇이 앉아서 오래전 여고 시절로 돌아간 듯 깔깔대며 수다가 한창이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능내역과 달리 양수리에서 양평에 이르는 간이역들은 모두 없어지고 현대식으로 지은 번듯한 역사가 새로 들어섰다.

용문에서부터는 국도를 벗어나 341번 지방도에 들어선다.

지평역을 중심으로 한 지평면 일대는 6·25전쟁 때 유엔연합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1951년 겨울부터 중국군의 대공세에 밀리던 연합군이 대대적인 반격에 성공한 전적을 기려서 해마다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행사가 열리는 지평역 광장은 최근 새로 조성해서 옛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어지는 석불역은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간이역이다. 비록 새로 지은 역사지만 워낙 작은 데다 생김새도 남다르다.

운길산역에서 지평역까지 새로 지은 역들이 하나같이 네모나고 개성 없는 모습인 것과 비교하면 뾰족지붕을 갖춘 새 석불역은 장난감처럼 앙증맞다.

몇 년 전 근처를 지나면서 본 현수막이 생각난다. 거기에는 ‘지역민의 발이 되는 석불역 철거 반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땐 무심히 보며 지났지만 지역민들에게는 심각한 사안이었던가 보다. 그 덕분인지 이렇게 작으나마 새 석불역이 세워졌으니 다행이다.

초록의 서정시가 펼쳐지는 고양 원당목장

초록의 서정시가 펼쳐지는 고양 원당목장

초록의 서정시가 펼쳐지는 고양 원당목장

행주산성에서 호수공원까지 평화누리길 고양 첫째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이다.

이해인 수녀의 시구에 담긴 초록의 서정시를 제대로 감상하기에 목장, 특히 5월의 목장이 제격이다.

목장은 왠지 먼 자연 속에나 있을 것 같은데, 다행히 도심 가까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서울 근교의 원당목장(원당종마목장)을 꼽는다.

번화한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말이 뛰노는 초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반갑다.

수도권 전철 3호선 원흥역을 기준으로 자동차로는 약 6분, 걸어서 35분 남짓한 거리에 원당목장이 있다.

원흥역을 지나 목장으로 가는 길, 주변 풍경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빌딩 숲을 거쳐 주택가가 나타나더니,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푸릇하고 시골스러운 길이 이어진다.

회색빛 세상에서 초록빛 세상으로 ‘순간 이동’하는 기분이다.

나무가 울창한 싱그러운 길을 달려 목장에 도착한다.

원당목장은 고양 서삼릉(사적)과 입구가 나란하다.

목장에 들어서면 가로수가 늘어선 산책로가 먼저 눈에 띈다. 이 길에서 앞만 보고 걷기는 금지다.

열심히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자.

산책로 오른쪽에 하얀 목책 너머 초원이 펼쳐지고, 왼쪽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서삼릉이 내다보인다.

왕과 왕비가 잠든 능과 말이 노니는 목장이 낮은 울타리 하나 사이에 두고 공존한다. 오묘한 조화다.

초원과 능을 양쪽에 끼고 조금 걸어가면 경마용 출발대가 보인다.

출발대란 공정한 경주를 위해 말 여러 마리를 일렬로 정렬한 뒤 동시에 출발시키기 위한 장치다.

이곳에 전시된 출발대는 1998년 포항공과대학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서 제작한 최초의 국산 모델이다.

서울경마공원에서 훈련용으로 쓰다가 2010년 여기로 옮겨 기수 후보생 교육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 출발대를 통해 원당목장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1984년 한국마사회가 경주마를 육성하고 사육할 목적으로 조성한 원당목장은 현재 경마 관계자 교육 공간으로 활용한다.

목장을 일반에 개방한 때는 1997년.

이국적인 경치 덕분에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이 찾아들었고, 드라마 〈시크릿 가든〉 〈커피프린스 1호점〉 등에도 등장했다.

원당목장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산책과 피크닉을 하며 여유롭게 머무는 것.

방문객을 위한 피크닉존, 포토존, 벤치 등이 마련됐다.

업무 시설이라 개방 구역이 제한되지만, 목장을 즐기기에 불편함이 없다.

음식물과 돗자리 반입이 허용되며, 일반인 출입 구역에서는 어디든 피크닉이 가능하다.

파라솔이 딸린 테이블 자리는 모두가 노리는 명당이다.

목장에는 음료 자동판매기 외 식음 시설이 없으므로 음식은 각자 준비해야 한다. 취사나 음주, 텐트 설치는 불가하다.

사진 찍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초록 물감으로 색칠한 듯한 초원과 구릉 위로 하얀 목책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그리고 점점이 흩어져 풀을 뜯는 말이 포인트를 살린다. 알록달록한 벤치와 파라솔은 사진에 감성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