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현장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다 연천 안보 관광
분단의 현장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다 연천 안보 관광
해마다 6월이면 생각나는 한국전쟁.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란 수식어는 우리나라의 아픈 현실을 말해주고
남과 북을 가로막은 철책과 지뢰, 군부대로 상징되는 DMZ(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의 아픔을 보여준다.
안보 관광이라는 이름 아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걸음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 북부의 연천으로 떠나는 안보 관광은 철책 너머로 손에 닿을 듯한 북한이 한눈에 들어오는 승전OP(Observation Post, 초소)에서 시작된다.
승전OP는 철원이나 고성 지역에 설치된 여행객을 위한 전망대와 달리 육군 25사단이 북한군의 활동을 관측하기 위해 운용하는 최전방 관측소다.
그러다 보니 망원경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국군 관측소와 북한군 관측소의 거리가 750m에 불과해 북한 땅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북녘의 산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승전OP 앞으로 남방 한계선의 철책이 길게 늘어섰고, 2km 북방에 휴전선이라 부르는 군사분계선이 있다.
군사분계선 앞에는 태극기와 유엔기가 꽂힌 GP(Guard Post, 휴전선 감시초소)가 있고, 북쪽으로 2km 지점에 북방 한계선이 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km 사이에 국군과 북한군의 관측소와 초소가 빼곡하게 설치되었다.
사소한 움직임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확 트였고, 개미 기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철책 주변은 흔히 볼 수 있는 시골 풍경과 다르지 않다.
나지막한 산자락이 파도처럼 이어지고, 잡초가 우거진 넓은 들이 펼쳐진다.
한국전쟁이 사람들의 왕래를 막아놓았을 뿐, 생명의 자유로운 움직임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루와 산양 같은 동물이 뛰어다니고, 독수리와 참매 등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희귀한 식물들이 자생한다.
민통선 안에서 농번기를 맞아 분주하게 모를 가꾸고, 밭을 일구는 농부들이 보인다.
풍경만 보면 남과 북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공간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과 다르지 않아 언젠가는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아직은 남과 북이 마주하고 있기에 군인들이 24시간 경계 임무를 수행한다.
승전OP의 감시 망원경으로 북한 초소와 북한군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감시 중이다.
우리 땅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낯선 풍경이 안보 관광에서 접할 수 있는 선물이다.
안보 관광을 할 때 지역에 대한 설명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어디가 북한 땅인지, 멀리 보이는 건물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휴전선과 너른 평지, 중첩되는 산자락이 전부다.
하지만 승전OP 내 전망대에 마련된 지역 모형도를 보며 담당 군인의 설명을 듣고 나서 주위를 바라보면 느낌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