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1번 지방도에서 만나는 영주의 주전부리

931번 지방도에서 만나는 영주의 주전부리

931번 지방도에서 만나는 영주의 주전부리

마늘 인심 넉넉한 의성공설시장 맛집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순흥면과 부석면으로 이어지는 931번 지방도는 영주 여행의 1번지라 할 정도로 매력적인 여행지를 품고 있는 길이다.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있는 순흥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인 무량수전이 있는 부석사까지 영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례 코스이기도 하다.

여행지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것이 있다. 바로 도넛, 기지떡, 애플파이 등이 그것.

영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로 만들어 여행의 별미로 손색이 없다. 931번 지방도를 따라 영주의 맛을 즐겨보자.

정을 나눠 먹는 정도너츠의 11가지 도넛

풍기읍에는 중독성 강한 주전부리가 있다.

풍기를 다녀가는 사람이라면 한두 박스씩은 사간다는 ‘정도너츠’의 도넛이다. 정도너츠의 역사는 1982년 정아분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분식 메뉴와 함께 생강도넛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매스컴을 통해 많이 알려진 데다 전국에 가맹점이 늘어날 정도로 영주를 대표하는 먹거리가 됐다.

정도너츠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영주의 특산물인 찹쌀과 특별한 맛을 가미해주는 생강 때문이다.

찹쌀은 100% 국내산 찹쌀로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전해주고, 다진 생강은 독특한 맛과 향을 낸다.

특히 생강은 도넛의 느끼함을 잡아줄 뿐 아니라 식욕을 돋워주고 소화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살균, 항균 작용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까지 있다.

정도너츠는 도넛 종류도 다양하다.

정도너츠의 원조인 생강도넛부터 질 좋은 수삼을 선별해 넣은 인삼도넛, 페퍼민트와 세이지 등 허브를 이용한 허브도넛

영주사과를 넣은 사과도넛 등 11가지나 된다. 그야말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정도너츠는 2008년 허름한 분식집에서 카페 수준의 가게로 변모했다.

풍기에서 순흥과 부석을 잇는 931번 도로변에 정도너츠 본사 건물과 함께 새로운 점포가 들어서 소수서원과 선비촌

부석사로 이어지는 여행 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되었다.

여행을 시작할 때 도넛을 나눠 먹으며 출출한 배를 채우고, 귀갓길에 한두 박스씩 사 들고 가서 골고루 나눠 먹으니 말 그대로 ‘정(情)’ 도넛이다.

촉촉하고 차진 맛이 일품인 순흥기지떡

931번 지방도는 풍기에서 순흥면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있는 고장이다.

순흥은 한때 순흥도호부였을 정도로 큰 고을이었으나 유배 온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운동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피바람이 불었던 곳이다.

소수서원에 도착할 즈음 정도너츠만큼이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있으니 바로 순흥기지떡이다.

기지떡은 증편, 기증병, 이식병, 기주떡, 술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기제사에 올린다 하여 기지떡

반죽할 때 술이 고인다 하여 기주떡이라고도 한다. 막걸리가 들어갔으니 술떡이라 불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마늘 인심 넉넉한 의성공설시장 맛집

마늘 인심 넉넉한 의성공설시장 맛집

마늘 인심 넉넉한 의성공설시장 맛집

전주 한정식 한옥의 따사로움이 깃든 푸짐한 맛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 의성 마늘은 6월 말부터 9월까지 의성공설시장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진다.

마늘을 좋아하는 민족답게 알이 굵은 의성 육쪽마늘 한 접을 사는 것만으로도 의성에 온 보람을 느낀다.

더불어 시장 안에 있는 맛집에서 뱃속까지 든든하게 채워보자.

의성공설시장은 의성군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2, 7일에 서는 오일장이다.

의성 육쪽마늘의 집산지로 매년 6월 말에서 9월까지 새벽부터 전국의 상인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상점과 노점을 합쳐 총 188개 점포가 문을 연다. 난전도 200여 개에 이른다.

의성 하면 마늘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그렇다고 의성에 마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성의 특산물은 크게 다섯 가지로 대표되는데, 바로 마늘을 비롯해 황토쌀, 사과, 고추, 자두다.

의성에서는 이 다섯 가지 특산물을 의성의 ‘의로운 5형제’라 부른다. 의성시장에서 계절에 따라 이 다섯 가지 특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의성공설시장은 아담한 시장이지만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육쪽마늘이 거래되는 데다 닭발집과 곰탕집, 양념한우식당 등 오래되고 맛있는 식당이 몰려 있어 가볼 만한 오일장이다.

의성공설시장에서는 삼겹살 먹는 비용으로 한우숯불구이를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식당이 남선옥이다.

먼저, 아무 양념도 하지 않은 듯 얇게 썬 소고기를 숯불에 올린다. 고기는 불 위에 올리자마자 금세 먹기 좋게 익어간다.

고기를 뒤집은 뒤 속으로 몇 초만 세면 이제 입으로 가져가야 할 때다. 그런데 입에 넣고 보니 양념된 고기다.

그것도 아주 감칠맛 나는 양념이다. 양념이 너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게 입안을 휘감는다.

그림을 그려 넣은 듯 마블링이 고른 소고기를 양념해서 이미 숙성까지 마친 상태다. 너비아니나 육회에 쓰는 양념 비슷한데, 고기와 양념의 조화가 훌륭하다.

남선옥의 양념한우는 다양한 부위로 만들어진다. 등심과 차돌박이는 물론 우둔살과 양지, 앞다리살, 뒷다리살 등 한우의 거의 모든 부위를 사용한다.

소 한 마리를 통째로 먹는 셈이다. 가격대가 높은 등심이나 갈비살만을 고집하지 않으니 고기의 단가가 내려가 음식값도 부담없다.

양념하는 고기라고 해서 허드레 고기를 쓰지 않는다. 고기 맛의 비법은 양념과 숙성에 있다. 오래전 어머니 손끝에서 양념의 황금 비율이 탄생했다.

어머니는 의성 마늘과 무를 이용해 탁월한 양념을 만들었다. 어머니가 개발한 양념한우의 맛을 이제 아들이 이어간다.

일단 모든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어느 수준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다.

남선옥은 식육식당이라는 간판에 누가 되지 않도록 늘 최상의 고기를 사용한단다. 언제든 거리낌없이 한우등급표를 보여준다.

다른 부재료들도 모두 국산을 고집한다. 시장통에 있으니 시장 내에서 대부분의 재료를 갖다 쓴다는 이점도 있다.

의성공설시장의 여러 입구 중 한쪽 입구를 차지한 곰탕집이 있다. 바로 들밥집이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식당 앞에 놓인 커다란 무쇠솥이 먼저 눈길을 끈다. 뚜껑을 열기에도 힘에 부칠 것 같은 거대한 가마솥이다.

이런 가마솥에서 끓이는 소머리곰탕이니 맛도 자연히 깊을 테다. 가마솥도 옹기처럼 숨구멍이 있다.

그래서 고기의 잡내를 제거하고 맛을 더 진하게 한다. 가마솥에 계속 불을 지펴주어야 곰탕이 상하지 않으니 가마솥 안에서 점점 깊어지는 곰탕이다.

들밥집은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로 이어진 곰탕집이다. 좋은 고기를 선별하는 법이나 피를 빼는 법, 곰탕을 끓이는 노하우도 오랜 시간 곰삭았다.

소 머리고기는 20시간 정도 찬물에서 피를 빼고 90도 정도의 물에서 살짝 끓여낸 뒤 다시 찬물에 담그는 식으로 지방과 냄새를 제거한다.

전주 한정식 한옥의 따사로움이 깃든 푸짐한 맛

전주 한정식 한옥의 따사로움이 깃든 푸짐한 맛

전주 한정식 한옥의 따사로움이 깃든 푸짐한 맛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불심으로 새기고 지혜로 보존하다

고향의 의미를 되새기는 설날 여행이라면 전북 전주가 제격이다. 따사로운 한옥 골목에 전통의 맛이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 어머니의 정성까지 느껴지는 한식의 진수를 전주에서 맛볼 수 있다.

전주 여행은 허리띠부터 풀고 시작한다. ‘맛의 본고장’을 꼽으라면 전주를 빼놓을 수 없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피순대, 막걸리, 백반, 한정식 1박 2일 여행에 무엇을 먹을까만 손꼽아도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전주의 맛은 먹는 맛에 그치지 않는다.

음식 그릇 위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오래된 한옥의 사연과 세월이 묻어나는 골목, 시장이 어우러진다.

입과 코가 즐겁고, 눈과 귀까지 행복한 오감 여행이다.

설날 즈음에 가족과 함께 전주를 찾는다면 품격 있게 한정식집 문을 두드려도 좋다.

전주의 전통 음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유명한 콩나물밥과 비빔밥이고, 다른 하나는 백반과 한정식이다.

콩나물밥과 비빔밥이 장터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백반과 한정식은 집안의 여인들이 만드는 가정식 밥상에 기초를 둔다.

제대로 된 한정식 한 상이면 웬만한 집의 설날 음식을 쉽게 뛰어넘는다.

30여 가지 반찬이 상다리가 부러지게 나오는데, 어느 식당에서 한정식을 주문해도 ‘백반 큰상’에 견주는 정성과 양을 자랑한다.

전주 시내 곳곳에는 전통을 자랑하는 한정식집들이 있다. 한옥마을에만 가도 한정식 간판을 내건 집들을 골목마다 만날 수 있다.

전주시청 홈페이지에 등록된 한정식집이 ‘한벽루’ ‘궁’ 등 16곳에 달한다.

전주 한정식은 지리적·문화적 배경이 담겨 있어 음미하는 맛이 더 깊다.

예전에 전주 읍내장은 남원 읍내장과 더불어 전라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자연스럽게 각 지방의 좋은 재료들이 전주로 몰렸다.

서해의 신선한 해산물과 기름진 평야에서 생산된 곡식, 산간지대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을 모두 전주에서 맛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전주를 감고 흐르는 전주천은 수질이 좋아, 이 일대에서 나는 곡류와 채소류 역시 훌륭한 재료가 됐다.

윤택한 식생활에 전주 부녀자들의 음식 솜씨와 정성까지 더해져 전주식 백반이 완성된 맛을 갖추게 된다.

전주의 부유한 토착 세력이던 향리들의 입을 즐겁게 한 백반 큰상은 상업화 과정을 거치며 한정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한정식 상에는 식당 개성에 따라 진기한 음식들이 올라온다.

바다, 강, 산, 들, 하늘에서 나오는 것들이 화려하게 깔린다. 신선로, 구절판 등 한정식의 지존 외에 ‘전주 10미(味)’로 꼽히는 음식을 추려보는 것도 흥미롭다.

전주 한정식의 단골 메뉴인 황포묵, 모래무지, 애호박, 게 등이 전주 10미에 속한다.

여기에 손맛이 깃든 명란젓, 새우젓, 오징어젓 등과 깊은 맛이 일품인 김치가 곁들여진다.

전주 한정식을 맛있게 먹는 데는 요령이 있다. 음식은 대부분 주문과 함께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므로 하루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또 한정식은 나오는 순서대로 찬 음식은 차게, 더운 음식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전주의 어느 한정식집이든 양이 푸짐하니 배부를 각오해야 한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불심으로 새기고 지혜로 보존하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불심으로 새기고 지혜로 보존하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불심으로 새기고 지혜로 보존하다

통도사 서운암 천년고찰과 자연을 품은 야생화

고려 시대, 몽골과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불안할 때 옛사람들은 목숨 부지할 방책을 찾는 대신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불사를 일으켰다.

부처의 일생과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국보 32호)을 제작한 것이다.

1232년 몽골의 침입으로 대구 부인사에 봉안하던 대장경이 불에 타자, 고려 고종 24∼35년(1237~1248)에 제작했다.

현존하는 대장경 중 가장 방대하고 오래된 것으로, 마치 한 사람이 새긴 듯 동일하고 아름다운 글자체

오.탈자가 적은 정교함, 완벽한 내용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대장경을 봉안한 장경판전(국보 52호)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조선 성종 때(1488년) 완공되어 5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장경판을 보관하면서 건축적으로 그 원형이 잘 보존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뒤편에 자리한 장경판전은 사찰 전체를 굽어보듯 경내 가장 높은 곳에 긴 담장을 두르고 있다.

길이 61m, 폭 9m인 남쪽의 수다라장과 북쪽의 법보전, 양옆 동사간판전과 서사간판전으로 구성되며, 수다라장 입구까지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한다.

원형 그대로 간직한 세계적 보물인 만큼 훼손을 막으려는 취지다.

관람이 허용된 수다라장 바깥의 왼편을 돌아보면 나무로 제작된 대장경판이 어떻게 8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온전히 보존되었는지 알 수 있다.

벽면 위아래 창살문 크기를 달리하고, 다시 앞쪽과 뒤쪽의 창살문 크기를 엇갈리게 만들어 장경판전 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내부를 순환해서 빠져나가도록 한 것이다.

경판을 보존하는 데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바닥을 깊게 파고 그 위에 소금과 숯, 횟가루, 마사토를 차례로 깔았다.

오늘날의 첨단 건축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장경판전에 숨은 과학적 원리보다 놀라운 사실은 해인사가 수차례 화재로 소실되는 동안 장경판전은 한 번도 불이 난 일이 없다는 점이다.

불법의 보호를 받은 것일까? 장경판전 담장 아래로 보이는 사찰 지붕들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불가의 세계가 있음을 전하는 듯하다.

수다라장과 법보전에 나뉘어 봉안된 팔만대장경은 8만 4천 번뇌를 의미하는 8만 4천 법문을 실은 목판 8만 1천여 장으로, 새겨진 글자가 약 5천 2백만 자에 이른다.

목판 한 장 크기는 70×24cm 내외로, 높이 쌓으면 3.2km, 길게 연결하면 60km라니 실로 엄청난 양이다.

목판마다 양 끝에 각목을 붙여 뒤틀리지 않게 했고, 네 귀퉁이에는 금속 장식을 해서 목판이 서로 붙는 것을 방지했다.

전면에는 옻칠도 했다. 구양순체로 새겨진 글자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오.탈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놀랍다.

대장경판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수다라장 왼편 끝에 복제한 대장경판과 유네스코 인증서를 함께 전시한다.

대장경과 대장경을 봉안한 장경판전이 세계적 보물인 만큼 해인사 역시 불교적 의의와 역사적 가치를 되새겨야 할 천년 고찰이다.

불보사찰인 양산의 통도사, 승보사찰인 순천의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꼽히는 해인사는 부처의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판을 보관하여 법보사찰로 불린다.

신라 애장왕 때(802년) 창건된 고찰로 맨 위쪽의 장경판전 아래로 대적광전, 구광루를 비롯해 크고 작은 전각 20여 채가 차례로 자리 잡고 있다.

통도사 서운암 천년고찰과 자연을 품은 야생화

통도사 서운암 천년고찰과 자연을 품은 야생화

통도사 서운암 천년고찰과 자연을 품은 야생화

장익는마을 구수한 우리 콩 이야기

통도사는 국지대찰이자 우리나라 3보 사찰 중 하나인 불보종찰로 꼽히는 명찰로, 서운암은 이러한 유서깊은 사찰의 한 암자이다.

서운암 주변 5만 여평 야산에는 무려 100여 종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 군락지’ 이다.

서운암은 이를 시민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 중이며, 매년 들꽃축제(제16회째), 문학인축제(제7회째), 천연염색축제(제6회째) 등 다채로운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통도사는 19개에 달하는 암자가 있으며, 모두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암자의 규모가 큰 편이라 모든 암자를 둘러보기 보다는 암자를 선별해 몇 차례로 나눠 둘러보는 것이 좋다.

천년고찰과 자연을 품은 야생화

통도사는 국지대찰이자 우리나라 3보 사찰 중 하나인 불보종찰로 꼽히는 명찰로, 서운암은 이러한 유서깊은 사찰의 한 암자이다.

통도사의 말사인 서운암은 전통 약된장, 천연염색, 도자삼천불과 장경각 등이 유명하며

특히 서운암 쪽염은 통도사를 중심으로 계승되어 온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천연염색 방법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문화강좌를 통해 대중화에 기여했다.

근래에는 잊혀져 가는 야생화를 알리기 위하여 서운암 주변 5만 여평 야산에 100여 종의 야생화 수 만 송이를 심어 ‘야생화 군락지’를 조성하여, 시민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 중이다.

또한 매년 들꽃축제(제16회째), 문학인축제(제7회째), 천연염색축제(제6회째) 등 다채로운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통도사는 국지대찰이자 우리나라 3보 사찰 중 하나인 불보종찰로 꼽히는 명찰로, 신라 27대 선덕여왕 15년(646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통도사는 사찰 그자체로서 역사적 가치를 가질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많은 44종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국보 제290호인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을 비롯한 813점의 문화재가 보관되고 있으며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유물 또한 통도사내 성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우리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향토 발자취를 탐구하기 위한 불교문화 탐방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통도사 서운암 내 야생화 군락지는 매년 들꽃축제로서 이미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2017년 제16회를 맞이하고 있다.

서운암 주변 5,000여 평에 금낭화, 할미꽃, 미발톱 등 야생화를 식재하여 매년 4월경에 개최하며, 시화전

들꽃사진전 등 각종 문화공연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전국문학인꽃축제도 들꽃축제와 함께 펼쳐진다.

수련 (Nymphaea tetragona)

수중식물로 땅속줄기에서 많은 잎자루가 자라서 물 위에서 잎을 편다. 꽃은 긴 꽃자루 끝에 1개씩 달린다.

개화기 : 5~9월

능소화 (Campsis grandiflora)

능소화는 낙엽성 덩굴식물로 가지 길이가 10m에 달하며, 꽃은 지름이 6~8cm로 황홍색이다.

개화기 : 8~9월

홍매화 (Prunus glandulosa)

양성꽃으로 꽃이 잎과 같이 피며 적색으로 만첩이며, 열매는 적색 핵과로 6~8월에 성숙한다.

개화기 : 4~5월

흰매화 (Prunus mume)

만첩흰매실화라고도 하며 나무의 높이 약 5m이다. 꽃은 겹꽃으로서 흰색으로 핀다.

개화기 : 3~4월

장익는마을 구수한 우리 콩 이야기

장익는마을 구수한 우리 콩 이야기

장익는마을 구수한 우리 콩 이야기

포천 휴빌리지 글램핑 화려한 캠핑의 시작

20년 세월이 녹아든 장 이야기, 장익는마을

한식에서 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다수 음식에 장을 사용하거나, 장 하나로도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우리네 밥상이다.

보통 말하는 장은 간장이고, 그와 함께 된장, 고추장, 막장, 집장 등 다양한 종류를 통틀어 장 종류에 속한다.

삼국사기에 장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 먹은 것으로 기록되었다. 예전에는 집집이 장을 담가 먹었고

장맛으로 그 집 안주인의 음식 솜씨를 판단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맛으로 길흉을 점칠 정도로 장과 장독대는 귀하게 다뤘다.

집마다 사연이 다르니 장맛 또한 같지 않을 터, 장익는마을의 20년 장맛에도 사연이 있다.

생계가 어려워 친지가 있는 대강면 방곡리에 터를 잡은 것이 이곳 장맛의 시작이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데 여자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자식 셋은 어미만 쳐다보았다.

그때 할머니와 어머니 옆에서 거들며 자연스레 방법을 익혀, 메주를 만들어 팔아보자고 다짐했다.

처음 메주를 만들 때는 마당에 가마솥 하나 걸어둔 것이 전부여서 모든 과정을 손으로 했다.

세월이 흘러 메주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장을 담그고, 마당에 1000개 넘는 항아리가 자리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1대 주인은 장성한 아들과 며느리에게 넘겨주고, 틈틈이 마당에 나와 항아리를 쓰다듬는다.

1000여 개 항아리 풍경 속 장 담그기

장의 기본 재료인 메주는 콩으로 만든다. 공장 앞 너른 들판이 모두 콩밭이다.

마을 주민이 키우는 콩도 이곳에서 소비된다. 장익는마을의 장맛이 가족 생계를 책임지다가 마을 경제까지 도움을 주는 셈이다.

가을이 되면 콩을 수확한다. 낫으로 자른 콩 줄기는 그대로 밭에 두어 바싹 말렸다가 타작한다. 1년 내내 만드는 장의 가장 중요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곳의 장이 특별한 까닭은 코앞에서 키운 우리 콩을 사용하고, 화학 재료 전혀 없이 메주를 만들며, 전통 방식으로 항아리에 담가 장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기계로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들지만, 메주를 띄우는 숙성실과 발효실, 장을 담그는 항아리는 여전히 사용하며 전통의 맛을 유지한다.

이곳에서는 고추장, 된장, 간장, 쌈장 등을 만드는데, 이듬해 상품화하기 위해 준비하는 장이 하나 더 있다.

입춘을 전후해서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던 담북장이다. 집집이 장을 담가 먹던 시절에는 봄이면 지난해 장이 동나곤 했다.

그때 속성으로 만들어 먹은 별미 장을 담북장이라 한다.

담북장은 주먹만 하게 만든 메주를 3일 정도 햇볕에 말린 다음 찧어서 소금물로 버무리고, 다진 마늘과 파, 고추 등을 넣어 열흘 정도 숙성시켜 먹는다.

작은 메주가 앙증맞고, 담근 장을 빨리 먹을 수 있어 체험자에게 인기가 좋다고. 담북장 담그기는 특별 체험으로 별도 문의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시기에 따라 진행이 불가능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추장이나 된장 담그기 프로그램은 인원수와 상황에 따라 체험 장소가 달라진다.

시골밥상 식사와 함께 장 만들기를 하고 싶은 20명 이상 단체는 마을 기업으로 운영하는 방곡도깨비마을에서 체험을 진행한다.

포천 휴빌리지 글램핑 화려한 캠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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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에 자리한 휴빌리지캠핑장은 우리나라 사설 캠핑장 중 글램핑이라는 개념을 가장 완벽하게 도입하고 있는 캠핑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글램핑이 도대체 뭐기에 너도나도 글램핑, 글램핑 할까.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가 그칠 줄을 모른다. 재빠르게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양도 제법이다.

캠퍼들에게 비는 그다지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물론 우중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없지는 않지만, 초보 캠퍼들에게 비는 분명 부담스러운 존재다.

텐트를 치고 걷는 것, 그리고 철수 후 장비 정돈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램핑이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장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장비뿐 아니다. 저녁에는 먹음직스러운 바비큐, 아침에는 가벼운 토스트까지 서비스 받을 수 있으니 정말 몸만 가면 그만이다.

휴빌리지캠핑장은 이동갈비로 유명한 포천시 이동면에 자리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 백운계곡에서 흘러내린 자그마한 개울을 지나면 휴빌리지캠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 11만 ㎡에 이르는 캠핑장은 일반 캠퍼를 위한 공간과 글램핑을 위한 글램핑존으로 나뉘어 있다. 캠핑장 입구 관리동과 마주하고 있는 곳이 글램핑존이다.

글램핑존에는 15동의 글램핑 하우스가 마련돼 있으며, 26개에 이르는 일반 캠핑 사이트가 글램핑존을 감싸듯이 자리해 있다.

휴빌리지캠핑장에서 시선을 끄는 건 단연 글램핑 하우스다.

글램핑(glamping)은 ‘화려하다’는 의미의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야영을 의미하는 ‘캠핑(camping)’의 합성어.

말 그대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캠핑을 가리킨다.

유럽에서는 글램핑 리조트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은 캠핑 아이템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글램핑과 대여 텐트가 혼용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텐트와 장비를 설치해두고 글램핑이라 부르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휴빌리지캠핑장의 글램핑 하우스는 자체 제작한 텐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모습에서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일단 외관은 둥글둥글 원형으로 이뤄진 기존 텐트와 달리 복잡하지 않은 간결한 직선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산뜻한 모습이다.

거기에 전체를 베이지색 천으로 덮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 천 역시 상시 설치해둬야 하는 글램핑의 특성을 고려해 자체 제작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외관만큼 실내 공간도 여유롭다.

우선 가로 4.5m, 세로 7.2m의 글램핑 하우스 내부는 거실과 침실로 나뉘는데, 그 모습은 일반 거실형 텐트에 이너룸을 설치한 것과 흡사하다.

다만 길게 늘어뜨린 침실 출입구의 디자인처럼 구석구석 글램핑의 느낌을 살려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간혹 춥지 않을까, 덥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외벽을 감싸는 천과 침실을 구성하는 천 사이에 여유 공간이 에어쿠션 역할을 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또 통풍을 위해 앞뒤 좌우로 창을 냈다. 거기에 겨울에는 난로, 여름에는 이동식 에어컨을 제공한다. 이 정도면 추위와 더위를 고민할 필요가 없지 싶다.

네이버 도서관 &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네이버 도서관 &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네이버 도서관 &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경주 추억의 달동네

최첨단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 감성에 이끌리는 것일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전용 단말기로 전자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종이책이 주는 따스한 느낌은 대신할 수 없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차원을 넘어 종이의 감촉을 느끼고, 책장을 넘기고, 책의 두께를 가늠하고

종이 냄새를 맡는 등 다양한 요소가 하나로 종합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고 책을 펼치는 것이 때로는 기분 좋은 휴식이 되기도 한다.

새롭게 등장한 도서관 두 곳이 반가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두 도서관 모두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빼어나고

소장 도서도 쉽게 접하기 힘든 희귀본이라고 하니 더욱 기쁜 일이다.

네이버 도서관은 성남시 정자동에 자리한 네이버 사옥 안에 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이 도서관이다. 왼쪽은 좀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각종 잡지들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로 꾸몄다.

도서관은 신분증을 소지해야만 입장이 가능하고 음식물 반입은 금지된다.

대신 북카페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독서가 가능하다.

네이버 도서관은 IT(정보통신기술)와 디자인 전문 도서관으로 2010년에 개관했다.

지난여름 잠시 문을 닫았다가 내부 구성과 도서를 정비해 11월 초에 다시 문을 열었다.

많은 지식과 정보가 디지털화하는 시대이자, 그런 시대를 이끌어가는 인터넷 기업의 선두주자 네이버가 종이책을 위한 도서관을 세웠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 노하우나 즐거움을 나누는 온라인 공간 ‘네이버’와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이 담긴

‘책’이 서로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 사옥 로비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도서관 1층은 안내데스크, 로커, 신간도서, 디자인, 건축/인테리어, 소규모/독립출판 코너로 이루어졌다.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디자인 코너는 예술, 일러스트, 그래픽, 산업디자인/UX로 세분된다.

책장을 ㄷ자, ㅁ자, ㅡ자 등으로 배치해 마치 책으로 된 숲에 들어선 느낌이다.

책장 사이로 꺾어진 길이 마치 오솔길처럼 구불구불하다. 책장 위에 초록색 식물이 자라는 화분을 올려 실제로 싱그러운 향기가 난다.

디자인 서적은 국내 최대 수준을 자랑하는데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거나 관심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전 세계 주요 디자인 서적을 모아두었다고.

잡지들은 대부분 북카페에 있지만 디자인 관련 잡지는 디자인 코너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표지가 보이도록 비치해 원하는 잡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문 북 큐레이터와 함께 전 세계를 대상으로 디자인 관련 희귀본과 주요 도서 등 1만 1,500여 권을 선정했다고.

무엇보다 속도와 효율성이 지배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단순히 반응만 하지 말고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갖자”며,

“가장 오래되었지만 가장 생명력이 강한 책에서 아날로그적인 몰입과 새로운 영감을 얻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현대카드의 철학이 마음에 와 닿는다.

경주 추억의 달동네

경주 추억의 달동네

경주 추억의 달동네

고성 해파랑길 걷고 물회와 막국수로 더위를 날리다

공중전화, 연탄, 못난이인형, 청재킷 등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가면 어느새 학창 시절 친구 얼굴이 떠오르고, 가슴앓이했던 첫사랑은 어디서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경주 추억의 달동네는 1970~80년대 어느 골목으로 우리를 훌쩍 데려다놓는다.

찬바람이 불어도 마음에 연탄 한 장 들여놓은 것처럼 훈훈한 그 시절로 아날로그 여행을 떠나본다.

쫀드기 굽고 달고나 녹이며 추억여행 시작

경주가 달라지고 있다. 천년의 역사와 넘쳐나는 문화재를 더듬는 무거운 여행은 잠시 잊어도 좋다.

보문단지에서 불국사로 향하다 보면 추억의 달동네가 자리잡고 있다.

토함산 자락을 따라 그 옛날 어려운 시절의 동네 풍경을 꾸며놓았다.

점빵, 전파사, 국밥집, 복덕방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1970~80년대 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추운 날씨에도 매표소 앞에는 줄이 길다. 입구로 들어서면 달고나와 추억의 과자를 파는 가게가 가장 먼저 반긴다.

연탄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손에 국자가 하나씩 들려 있다.

엄마를 따라 국자에 설탕을 녹이는 아이들은 재미에 푹 빠졌고, 딸과 함께 온 할아버지는 처음 해본다며 어색해 하면서도 연신 웃는 얼굴이다.

옛날 과자를 파는 가게 안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난로 위에 쫀드기를 구워 먹는 사람도 있고,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을 발견하고 즐겁게 지갑을 여는 사람도 있다.

1970년대 집집마다 TV 위에 흔히 놓여 있던 못난이인형이 진열대 가운데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작은 바구니에 불량식품이라 불리던 과자들을 잔뜩 골라 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추억의 뺑뺑이가 돌아가자 화살이 힘껏 날아가고 아이 손에는 라면땅 2개가 돌아온다.

말타기, 교복 입기, 고무줄놀이까지 꽉 찬 골목

경주가 달라지고 있다. 천년의 역사와 넘쳐나는 문화재를 더듬는 무거운 여행은 잠시 잊어도 좋다.

보문단지에서 불국사로 향하다 보면 추억의 달동네가 자리잡고 있다.

토함산 자락을 따라 그 옛날 어려운 시절의 동네 풍경을 꾸며놓았다.

바닥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달동네 풍경이 펼쳐진다.

‘19공탄 11원’이라고 적힌 연탄가게 옆에 점빵이 있고, 점빵 앞에서는 뻥튀기 아저씨가 기계를 돌린다.

금방이라도 뻥하고 터질 것 같아 귀를 막으며 지나간다.

원기소를 파는 약국을 지나면 동네 아이들이 말타기를 하고 있다. 마지막에 엎드린 인형의 등에 올라타 사진을 찍는다.

여학생 대여섯 명이 함께 와서는 올라탈 자리가 모자라자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진 사람이 엎드리고 기념사진을 남긴다.

그때 함께 말타기를 하던 앞집 영란이와 옆집 금화 얼굴이 떠오른다.

고성 해파랑길 걷고 물회와 막국수로 더위를 날리다

고성 해파랑길 걷고 물회와 막국수로 더위를 날리다

고성 해파랑길 걷고 물회와 막국수로 더위를 날리다

고즈넉한 산사 청도 운문사

강원도 속초를 지나 고성으로 올라오면서부터 크고 작은 해변과 항구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시원한 바다를 보며 답답했던 마음을 열고, 해변 따라 해파랑길 걸으며 지친 몸에도 말을 건넨다.

물회와 막국수로 더위를 날리고 언덕 위 카페에서 드립 커피를 즐기다 보면 이 여름 더위도 별것 아니다.

고성의 여러 해변이 해안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다.

해변과 해변이 직선으로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큰 도로를 따라 계속 3자 모양의 해안선을 그리며 연결된다.

차로 이동하면 해변으로 들어갔다 돌아 나오는 길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해파랑길을 따라 해변을 걷는다면 고성의 해안과 숲길을 놓치지 않고 모두 누릴 수 있다.

고성의 해변은 야트막한 고개 하나를 넘으면 다음 해변, 다시 고개를 하나 넘으면 다음 해변이 이어지는 식이라 걷는 맛이 특별하다.

속초시와 경계 지점인 봉포에서 최북단 명파해변까지 해안을 따라 고성에만 5개 코스의 해파랑길이 있다.

부산 오륙도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은 약 800km,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장거리 해안 트레일이다.

이중 고성의 해변을 따라가는 길은 46코스부터 해파랑길의 마지막 구간인 50코스까지다.

한 코스는 짧게는 10km부터 길게는 16km 정도로 하루 3~5시간 걸으면 적당한 거리다.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고성의 모든 해변을 걸어서 만나게 된다.

그중 삼포해변에서 가진항까지 9.9km에 이르는 47코스는 도중에 왕곡마을을 한 바퀴 돌고 송지호를 만나 한숨 쉬어갈 수 있어 특히 인기가 좋다.

송지호는 남쪽으로 날아가는 겨울 철새가 잠시 머물다 가는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5층 건물 높이의 철새관망타워에서 떼 지어 날아드는 철새들의 군무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석호인 송지호는 민물만이 아닌 짠물이 섞여 겨울에도 잘 얼지 않고, 먹이가 많아 철새들에게 좋은 쉼터가 된다.

겨울이면 청둥오리와 기러기 떼를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니까지 날아든다.

거진항에서 남북 군사분계선 인근의 명파초등학교까지 16km에 이르는 해파랑길 49코스는 화진포를 거쳐간다.

화진포 역시 아름다운 해변과 석호,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비슷한 지형이지만 송지호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이곳에는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김일성 별장을 비롯해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 이기붕 전 부통령 별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해변 인근에 화진포해양박물관과 화진포생태박물관 등이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도 인기 있다.

송지호와 화진포, 두 곳 다 우거진 송림으로도 유명하다.

호수와 바다 사이로 펼쳐진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사색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바다와 호수, 숲이 함께 있지만 모든 것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조화롭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이왕이면 자동차를 이용하기보다 해파랑길 걷기를 추천하고 싶다.

차로 다닐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자연의 소소한 모습들까지 두루 보고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