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숨은 맛 육회비빔밥과 마요리
익산의 숨은 맛 육회비빔밥과 마요리
익산시 황등면 황등시장 인근에는 유난히 맛집이 많다.
황등이란 ‘큰 등성’이라는 뜻으로 예부터 논이 넓고 소가 많았던 이 지역에서는 자연스레 한우비빔밥이 탄생했다.
<서동요>로 유명한 익산은 마 생산지로도 이름이 나 있다. 여느 곳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다채로운 마요리도 맛볼 수 있다.
황등시장 인근의 맛집들은 대체로 저렴하면서도 푸근한 상차림을 선보인다.
겉은 허름하지만 속은 꽉 찬 백반집도 여럿 있고 한우비빔밥을 파는 집도 몇 있다.
그중에서도 한일식당은 세련되면서도 깔끔한 맛으로 까다로운 도시인의 입맛도 수월히 만족시키는 맛집이다.
한일식당의 주 메뉴는 황등육회비빔밥과 한우갈비전골. 육회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이 특이하다.
익산의 한우비빔밥은 다른 지역과 달리 비빔밥을 만들 때 스테인리스 대접을 불 위에 올려놓고 달군다.
돌솥이 아니니 아주 뜨겁게 달구지는 않고 따뜻할 정도로 살짝 달궈서 따뜻한 비빔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먹는 사람이 비비는 보통의 비빔밥과 달리 밥도 미리 비벼져서 나온다.
주방에서 밥을 비빌 때도 큰 솥을 불 위에 올려놓고 비빈다. 고추장 대신 약간의 양념과 고춧가루를 넣는 것도 이채롭다.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탓에 밥이 눅눅해지지 않고 고슬고슬하면서도 맵거나 짜지 않은 담백한 맛을 낸다. 한일식당은 3대째 그 맛을 이어오고 있다.
같이 나오는 선짓국도 일품이다. 선짓국을 끓일 때 돼지뼈로 국물을 내고 한우 선지를 쓴다.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선짓국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한우갈비전골도 일품이다.
갈비는 미리 두들겨 손질해놓아 식감이 마치 떡갈비 같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반할 만한 맛이다.
육회비빔밥은 인근의 진미식당도 알아준다. 이 집 역시 3대째 같은 자리에서 맛의 비법을 이어오고 있다.
진미식당에서는 한우비빔밥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섞어 쓰며, 대접을 달구고 밥을 미리 비벼 내는 것은 같다.
제철나물과 야채도 듬뿍 넣는다. 진미식당에서는 직접 만든 순대도 판매한다.
시내 인근에는 마요리 전문점인 본향이 있다. 주인은 서동마 창작요리연구가로 각종 요리경연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는 요리 명인이다.
마요리를 코스로 선보이는 본향에서는 상차림에도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요리 하나하나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요리마다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다음 요리로 이어진다.
마요리 풀코스를 주문하면 전체 이야기를 모두 맛볼 수 있다.
서동의 탄생부터 <서동요>로 이어지는 선화공주와의 사랑, 결혼, 잔치, 무왕 등극, 왕의 수라상 등 마치 무왕길을 걷듯 요리를 통해 이야기가 이어진다.
음식 궁합을 생각한 퓨전 창작요리는 그 모양도 모양이지만 맛도 훌륭하다.
특히 33가지 재료를 넣은 마약밥은 담백한 맛이 입맛을 당긴다. 찐 당귀잎에 싸먹는 마약밥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건강밥이다.
이밖에 마스테이크, 마튀김, 마샐러드, 마산약전골, 마잡채 등도 별미다. 마약주를 곁들여도 좋다.
모두 마를 기본 재료로 해서 제철에 맞는 여러 재료와 궁합을 맞춰 요리한다.
지역적 특성과 재료의 특성을 잘 살렸다. 요리란 헤아릴 ´요(料)´에 다스릴 ´리(理)´ 자를 쓰는데, 땅과 사람의 이치를 잘 헤아리고 다스려 만들어야 한다고.
지역 특산물을 잘 살려 마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본향의 상차림은 맛과 모양이 모두를 만족시킨다. 마밥정식은 평일 1만 원, 주말 1만 5천 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