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동강 어라연 잣봉 트레킹 자연이 그린 산수화
영월 동강 어라연 잣봉 트레킹 자연이 그린 산수화
산골마을 강원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영월.
그리고 영월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동강. 우리가 동강을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물길에 올라 래프팅을 하거나 물줄기를 따라 두발로 걷거나.
모두 매력적이지만 이번에는 동강 바로 옆에서 걷고 봉우리에 올라 동강 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걷기’를 택했다.
시작되는 여름,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동강으로 떠나보자.
동강 줄기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어라연’을 걷기 전 동강부터 살펴보자.
산골마을 강원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정선과 평창, 영월 땅을 차례로 적시는 동강은 뼝대(강원도에서 ‘벼랑’을 이르는 말)를 끼고 굽이굽이 흐른다.
물줄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보자면 태백 금대봉 자락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이 골지천을 이루고 정선에서 송천과 만난다.
여기에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이 몸을 섞으며 비로소 ‘동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동강은 영월에서 서강과 합수해 남한강 줄기를 이뤄 한양으로 이어진다.
동강을 살펴봤으니 본격적인 동강 여행을 시작해보자.
가장 대중적인 거운분교~잣봉~어라연~된꼬까리~만지나루~거운분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걷기로 했다.
총 7km로 쉬엄쉬엄 4시간이면 충분하다. 안내 표지판은 ‘3시간30분 소요’로 소개한다.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충분히 걸을 수 있지만 오르막 돌길이 부담스럽다면 잣봉에 오르는 대신 처음부터 동강 줄기를 따라
만지나루~어라연까지 갔다 되돌아오는 것도 괜찮다. 왕복 2시간30분 소요.
울창한 숲과 굽이치는 물줄기 모두를 만나러 일단 잣봉으로 향한다.
비포장도로와 숲길을 지나 가파른 오솔길이 시작된다.
오르막이지만 방향 팻말이 잘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흙길과 돌길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낙엽송 군락지 사이로 다시 완만한 숲길이 펼쳐진다.
드문드문 자리한 털중나리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반긴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뭇잎 틈새로 동강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좀처럼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감질날 즈음 첫 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잣봉에 오르기 전 두 번의 전망대와 닿는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는 어라연의 일부만 보인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굽이치는 물줄기와 어라연이 한눈에 펼쳐지니까.
아직 이른 여름이라 래프팅을 즐기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잔잔한 물길 위로 뗏목에 오른 떼꾼들이 절로 그려진다. 강원 산골에서 한양까지 이어지는 물줄기에 속하는 동강.
교통이 발달하기 전, 동강은 강원 산골에서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하는 최적의 물길로 경복궁 재건 즈음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당시 태백과 정선 등 강원 남부에서 베어낸 목재들을 뗏목으로 엮어 동강 줄기에 올린 것.
굽이굽이 동강위에 오른 뗏목은 남한강을 따라 한양 광나루까지 흘러갔다.
전성기가 지난 후에도 1957년, 강원 함백선 개통 전까지 떼꾼들은 계속해서 물길에 올랐다.
동강 이야기에 떼꾼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뗏목이 알아서 한양까지 갈 수는 없었을 터다.
뗏목위에 올라 이들을 운반하는 ‘떼꾼’은 강줄기 사람들에게 ‘큰돈’을 벌 (아마도) 유일한 기회였으리라.
오죽하면 ‘떼돈’이라고 했을까. 하지만 세상에 쉬이 벌 수 있는 돈이 있으랴.
밖에서 보기에는 그저 잔잔하게만 보이지만 동강은 구불구불한데다 거센 여울까지 품은 어려운 물길이다.
큰 비까지 내려 불어난 물은 더 위험했다. 그래도 떼꾼들은 ‘아침밥이 사자밥’이라면서도 묵묵히 물길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평창 미탄의 황새여울과 영월 거운리의 된꼬까리는 ‘떼꾼들 무덤’이라고 불리던 위험구간.
‘우리 집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 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지나가셨나’라는 노래 자락에서 서방을 물길에 보낸 아낙들의 근심이 묻어난다.
천신만고 끝에 황새여울을 건너오면 잔잔하고 아름다운 어라연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