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병목안시민공원 산과 하늘을 품은 쉼터
수리산 병목안시민공원 산과 하늘을 품은 쉼터
갈증을 잠시 달래주는 물 한 잔처럼 짧은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
요란하지 않고 번거롭지도 않은 짧은 휴식은 때로 남태평양의 백사장에서 누리는 휴식만큼이나 멋지고 달콤하다.
산과 하늘이 가깝고 바람 소리까지 들릴 만큼 조용한 공원이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 자리한 병목안시민공원이다. 수리산 자락이 품은 보석 같은 쉼터를 만나보자.
소박한 휴식을 선물하는 공원
왕복 2차선 도로가 끝나고 좁은 외길에 들어서서도, ‘병목안시민공원’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을 지나고서도 ‘과연 이런 곳에 공원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중앙 광장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에 발을 딛고서야 널따랗게 펼쳐진 하늘이 이마 위로 성큼 다가선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목덜미를 부드럽게 간질이고 맑은 햇살이 그대로 내려와 잠시 눈이 부시다.
병목안. 입구는 마치 병목처럼 좁지만 그 안에 너른 공간을 품고 있어 ‘병목안’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수리산 아래 자락의 지명이다.
경기도 안양시와 군포시, 안산시를 아우르며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듯 긴 능선으로 이어진 수리산은 수도권 산행의 떠오르는 명소다.
정상인 태을봉(해발 489미터), 슬기봉(해발 451.5미터)으로 오르는 등산로뿐 아니라 삼림욕장과 완만한 둘레길 등이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훌륭한 나들이 코스가 되어준다.
병목안시민공원은 수리산의 정기를 누리며 소박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경부선 철도와 수인선 철도에 쓰일 자갈을 채취하던 채석장이 시민공원으로 변신한 것은 2006년이다.
방치된 산의 경사면이 위태롭고 돌덩이와 돌가루가 뒹굴던, 버려진 공간이었다.
필요에 의해 파헤쳐지고 버려진 공간은 되돌이표처럼 돌아왔다.
천덕꾸러기로 방치되었던 공간이 공원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조용히 이루어졌다.
채석장의 흔적은 높이 65미터, 폭 95미터의 거대한 인공 폭포로 깔끔하게 가려졌다.
가파른 경사면에 야생화 화단을 조성하고, 철 따라 피고 지는 꽃을 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만들었다.
중앙 광장에 퍼걸러 등 쉼터를 만들고 잔디 광장 주변에는 나무를 심었다.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나무들은 울창해지고 돌가루 날리던 옛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산책로와 정자, 체력 단련장 등의 시설도 함께 있어 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아기자기한 재미도 선물한다.
병목안시민공원의 상징이 된 인공 폭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 폭포이자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수리산을 비행하는 독수리 한 마리가 올라앉은 긴 폭포를 비롯해 크고 병풍처럼 펼쳐진 작은 암봉들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
대형 스크린처럼 벽면을 가득 적시며 흐르는 폭포 등 다양한 형태의 인공 폭포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폭포 안으로 들어가 마치 동굴 탐험을 하듯 걸어볼 수 있는 점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