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가을이 남긴 노란 단풍 청라 은행마을

떠나가는 가을이 남긴 노란 단풍 청라 은행마을

떠나가는 가을이 남긴 노란 단풍 청라 은행마을

포도송이 같은 30여 개 태안이 품은 해변

가을은 하늘에서 시작해서 땅에서 끝난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공중을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들이는 단풍을 바라보며 가을이 한창임을 느낀다.

그리고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이 카펫처럼 깔리는 땅을 바라보며 곧 가을이 떠난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가을이 공중에서 땅을 향해 달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만끽하기 위해 선택한 곳은 충남 보령시의 청라 은행마을이다.

우리나라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 자락에 위치한 청라 은행마을에 들어선다.

11월 초임에도 이곳엔 가을이 한창이다.

성미가 급해 이미 은행잎을 떨구기 시작한 은행나무도 있지만 아직도 느긋하게 초록빛을 머금은 은행나무가 많다.

‘올해는 더위랑 가뭄 때문인지 은행나무 단풍 시기가 여느 해보다 일주일 정도 더딘 것 같다’고 동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그만큼 올해는 조금 더 늦게까지 청라 은행마을의 노란 물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청라 은행마을은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다운 면모를 보인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어디로 눈을 향하든 은행나무가 들어온다.

마을에 3,000여 그루가 넘는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어떻게 이곳에 은행나무가 서식하게 된 걸까. 마을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부터 장현마을(청라 은행마을) 뒷산은 까마귀가 많아 오서산이라고 불렀다.

산 아래 작은 못 옆에는 누런 구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구렁이는 천 년 동안 매일같이 용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천년이 되던 날, 구렁이는 마침내 황룡이 되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

오서산 일대의 까마귀들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이후 까마귀들은 먹이를 찾아다니다 노란색 은행을 발견하고는 황룡이 물고 있던 여의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을로 고이 가져와 정성껏 키우면서 장현마을에 은행나무가 서식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전설과는 별개로, 청라 은행마을의 근원을 알려주는 실체도 있다.

바로 신경섭가옥(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291호) 앞의 수령 500여년 된 수은행나무다.

청라 은행마을의 은행나무들은 거의 암나무다. 마을 한 바퀴를 돌고나면 신발 끝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이를 증명한다.

500년 된 수은행나무는 청라 은행마을의 수많은 암나무들이 열매를 맺도록 제 역할을 해왔다.

도시에서 미관상 식재하는 은행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가 많다지만, 농촌에서는 생업이 목적이기에 열매를 맺는 암나무를 많이 심는다.

한때 마을 사람들은 은행나무를 ‘대학나무’라고 불렀다.

은행 시세가 좋았을 때는 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은행의 가치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청라 은행마을 주민들의 고마운 수입원이다.

청라 은행마을에서 한 해 열리는 은행양만 해도 100톤이 족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 털어 대박 난 은행마을’이라는 애칭이 우스개 얘기만은 아니다.

청라 은행마을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둘러볼까,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마을 둘레길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걸으면 그만이다.

논밭을 따라, 개울을 따라, 흙집을 따라 은행나무들이 툭툭 서 있다. 인위적인 느낌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자연 그대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청라 은행마을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은행나무를

식재하고 꾸민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은행나무를 많이 심고 키우다보니 단풍 명소로 입소문이 나고 자연스레 여행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포도송이 같은 30여 개 태안이 품은 해변

포도송이 같은 30여 개 태안이 품은 해변

포도송이 같은 30여 개 태안이 품은 해변

한옥의 보물섬 상화원에서 홀로 보낸 몇 시간

꾸지나무골, 사목, 방주골, 어은돌, 두여, 샛별, 윤여, 바람아래

위 이름 중 몇 개나 귀에 익숙한지. 모두 태안이 품은 호젓한 해수욕장들이다.

푹푹 찌는 한여름, 갈 만한 해변이 마땅찮다고 푸념할 필요 없다.

태안반도는 1,300리 해변에 개성 넘치는 해수욕장 30여 개가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다.

꽃지, 몽산포, 만리포 등 제법 유명한 해수욕장 외에도 낯설고 한적한 모래해변과 영화나 드라마의 숨은 촬영지로 등장했던 바닷가가 있다.

지도를 펼쳐놓고 동그라미를 그리다 보면 정말 포도송이가 완성된다.

태안반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꾸지나무골에서 안면도 남단의 바람아래까지, 태안의 해변은 골라가는 재미가 있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를 따라 만대포구로 달리면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곳이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숲으로 덮이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외진 모래사장이었다.

뽕잎 대용인 꾸지나무 잎으로 누에를 치던 곳이 지금은 솔숲길과 연결된 호젓한 해수욕장이 됐다.

꾸지나무골 남쪽의 사목, 구름포, 방주골 등은 인적 뜸한 해변들이다.

사목해수욕장은 소들이 풀을 뜯던 고즈넉한 해변이었는데, 최근에 아늑한 펜션들이 들어서서 이국적인 풍취를 더한다.

한적한 태안의 해변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634번 지방도 끝에 매달린 구례포해수욕장은 추억의 드라마 <먼동>의 촬영무대였다.

<용의 눈물>, <무인시대> 등 시대를 풍미했던 사극들도 이곳에서 찍었다.

근흥면의 갈음이해수욕장에서는 드라마 <다모>의 마지막 결투 장면이 촬영됐다.

채옥(하지원 분)이 죽어가는 황보윤(이서진 분)을 끌어안고 통곡하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모래언덕이 포근한 이 해수욕장 소나무 숲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인우(이병헌 분)와 태희(이은주 분)가 왈츠를 춘 곳이기도 하다.

사연으로 따지면 연포해수욕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장호 감독의 영화 <바보선언>의 배경이 된 곳으로 모래사장 한가운데에 영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신두리해수욕장 옆 신두리사구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바닷가 모래언덕으로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곳이다.

길이 13㎞의 몽산포해수욕장은 모래가 단단해 자동차 경기가 열리기도 한다.

몽산포해수욕장 옆 굴혈독살은 돌을 매달아 고기를 잡는 전통 어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약돌 해변을 보고 싶다면 파도리해수욕장이나 어은돌해수욕장으로 달려가면 된다.

안면도에 내려서도 굳이 콩나물시루 같은 꽃지해변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삼봉, 기지포, 두여, 밧개, 두에기, 방포, 샛별, 윤여, 장삼포, 바람아래 등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해변이 곳곳에 숨어 있다.

연인들을 위한 숲길 데이트 코스는 안면도 북단에 따로 마련돼 있다.

삼봉해수욕장과 기지포해수욕장 사이 해안 사구를 따라 소나무 숲길이 1㎞ 가량 이어진다.

기지포해수욕장은 사구 보존을 위해 해변에 대나무를 촘촘히 박아놓았다.

사구에서 자라는 해당화, 갯메꽃 등을 발견할 수 있다.

해안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인 밧개, 두여해변은 개발되기 전 꽃지해변의 정경을 그대로 품고 있다.

해변 가운데 개펄대장군, 개펄여장군이 이채롭다.

꽃지해수욕장에서 77번 국도를 따라 남쪽 영목항으로 방향을 틀수록 새로운 바다가 열린다.

안면도 남서쪽의 윤여해수욕장과 장삼포해수욕장은 황포 인근에 나란히 이어진 해변이다.

안면도에 붙은 다른 해변들에 비해 물이 유난히 맑고 잔잔하다. 인근 해변에 푹 둘러싸인 형상이라 더욱 아늑하다.

쌀썩은여해수욕장은 샛별해수욕장 뒤에 붙어 있다.

샛별해수욕장 남단에서 국사봉길을 넘으면 ‘아담 사이즈’의 한적한 해변이 나온다.

해변에 붙은 큰 바위는 꽃지해변의 할미·할아비바위처럼 썰물 때면 길이 열린다.

군 초소였다가 개방된 쌀썩은여(바위)에 오르면 해안 절경이 예사롭지 않다.

쌀썩은여는 일제강점기 쌀 실은 배가 침몰하면서 쌀 수천 섬이 이곳에 밀려와 썩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안면도 최남단 영목항 인근의 마을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경주마을은 새 둥지처럼 아름다운 마을이라는데, 이곳 주민들은 “안면도에서 일몰이 가장 멋진 곳”이라며 자랑한다.

3번 군도를 따라 대야도까지 가도 좋다.

안면도 초입 황도에 펜션 바람이 불었듯이, 대야도 역시 안면도 동남쪽 해변을 바라보는 포인트에 예쁜 펜션들이 자리 잡았다.

지포저수지를 끼고 누동 방면으로 달릴 때 펼쳐지는 개펄 양식장도 볼거리다.

안면도 최남단의 모래 해변은 바람아래해수욕장이다. 영화 <마리아의 여인숙>,

수필 《남자, 여행길에 바람나다》의 배경이 된 곳이다. 다소 쓸쓸하지만 오히려 상념에 젖기 좋은 곳이다.

한옥의 보물섬 상화원에서 홀로 보낸 몇 시간

한옥의 보물섬 상화원에서 홀로 보낸 몇 시간

한옥의 보물섬 상화원에서 홀로 보낸 몇 시간

오골계가 아닌 오계라 불러다오 논산 연산오계

한옥이 섬으로 들어갔다. 섬을 수호하던 나무는 전입신고를 마친 오래된 집을 감쌌다.

사람은 손길을 뻗어 길을 내고 연못을 만들었다. 섬에서 본 바다가 조화로워 상화원이라 이름 붙였다.

죽도에 정원이 생긴 사연이다. 풍경이 아름다워 보물섬이란 소문이 뭍으로 퍼졌다.

혼자 조용히 무더위 피할 시간이 간절하다면 보령시 죽도 상화원으로 향하자.

섬 전체가 정원이 되다

장항선 대천역에 내려 택시로 갈아타니 죽도까지 10여 분 거리다.

원래 서해에 떠 있던 섬이 간척사업으로 도로가 놓이며 육지와 연결되었다.

한때 난개발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죽도의 자연을 온전하게 지키겠다는 섬 주인의 고집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다.

주인은 섬을 보호하기 위한 의미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조화를 숭상한다는 뜻을 담아 상화원(尙和園)이라는 이름의 정원을 만들기로 했다.

죽도의 자연에 상처 내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였다. 섬에 한옥을 들여올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이질적으로만 느껴지는 둘의 만남은 오늘날 생각해보니 절묘했다.

방문객들은 예상치도 못한 한옥을 섬에서 만나 기뻤다. 사라질 위기 앞에서 생명을 연장한 한옥이었다.

상화원 어디에서든 바다는 손에 잡힐 듯하다. 길과 어깨를 맞댄 울창한 숲은 몸을 숨기기에 충분하다.

인파가 몰리는 여행지가 부담스럽다면 상화원은 잠깐 나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들 근사한 은신처가 된다.

상화원 전체를 도는 데 1시간 30여 분이면 족하다.

섬까지 와서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조급함은 잠시 접어두자. 상화원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에 잘생긴 한옥 한 채가 반긴다.

의곡당이다. 경기도 화성 관아에서 정자로 이용하려고 지었던 한옥이다. 고려 후기 또는 조선 초기에 세웠다고 추정한다.

상화원으로 옮겨오기 전에는 천막을 쳐서 다방으로 썼다. 보존을 위해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이미 철거되었을 가옥이다.

의곡당은 현재 방문객센터로 쓰인다. 관람하는 이들에게 간단한 음료와 떡을 제공한다.

상화원 안에는 식당이나 매점이 없으니 참고하자. 마실 물을 챙기지 못했다면 회랑에 갖다놓은 생수자율판매대를 이용하면 된다.

상화원 관람은 입구를 등지고 오른쪽에서부터 시작된다.

1km가 넘는 회랑을 따라 걸으면 된다.

회랑으로 향하기 전 초록 잎이 무성한 팽나무에게 눈길 한 번 주자.

누가 적어두었는지 ‘팽나무 약 200살’이라 쓴 나무판자가 익살스럽다. 넉넉하게 드리운 나무 그늘이 고마운 계절이다.

‘산책로 입구’라 쓰인 푯말이 출발점이다. 회랑 바닥에 설치한 하얀색 줄은 방문객들에게 이정표 구실을 한다.

50m마다 설치한 거리 표시가 얼마나 걸어왔는지 알려준다. 덕분에 길을 찾는 수고는 덜하고 마음에 담는 풍경의 크기는 배가 된다.

회랑은 죽도 원주민이 오랜 시간 지나던 길을 그대로 따라 만들었다. 섬의 등고선과 닮은 높낮이에 지루할 새가 없다.

지붕을 얹어 궂은 날씨에도 산책하는 데 어렵지 않다. 계단이 많아 유모차나 휠체어로 가기엔 불편하다. 길 중간에 의자와 탁자를 둔 쉼터가 충분하다.

길에서 조금 벗어나 숲에서 보는 회랑 지붕의 곡선이 유려하다. 오르고 내리고 꺾이는 모습이 서해의 파도 같기도 하고 한옥의 지붕을 모방한 듯도 하다.

길을 놓는데 방해된다는 이유로 나무를 베지 않았다. 바닥과 천장에 구멍을 뚫어 자연을 지켰다.

나무를 피해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오히려 흥미롭다.

오골계가 아닌 오계라 불러다오 논산 연산오계

오골계가 아닌 오계라 불러다오 논산 연산오계

오골계가 아닌 오계라 불러다오 논산 연산오계

식물원에서 즐기는 특별한 겨울캠핑

대전에서 논산으로 가는 4번 국도를 따라가면 개태사, 돈암서원, 황산벌, 관촉사 등 제법 굵직한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이 산재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표지판이 하나 있다.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지정된 ‘연산 화악리의 오계’ 표지판이다.

오골계와는 차원이 다른 독특함과 천연기념물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보양식으로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뼛속까지 검은 그대, 오계(烏鷄)를 만나보자.

왕건의 명으로 창건된 개태사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중 하나인 연산 화악리의 오계를 만나볼 수 있는 지산농원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가운데 사람의 손에 사육, 관리되는 축양동물이 있는데, 올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흑우를 포함해 모두 6종이다.

연산 화악리의 오계도 진도의 진도개(제53호), 제주의 제주마(제347호), 경산의 삽살개(제368호), 경주개 동경이(제540호)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축양동물이다.

연산 화악리의 오계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재래 닭으로 인정받아 1980년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지정되었다.

닭은 원래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입 경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현재의 모습으로 토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계가 문헌상에 등장하는 것은 고려 말 문신인 제정 이달충의 문집 《제정집》인데, “요승 신돈이 오계와 백마를 먹고 정력을 보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숙종이 오계를 먹고 건강을 회복한 뒤 오계가 충청 지역의 진상품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가장 가깝게는 연산 지역의 통정대부 이형흠이 철종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형흠은 오계의 지정 사육인인 지산농원 이승숙 대표의 5대 조부다.

오계는 흔히 알려진 오골계와는 차이가 분명한데도 오골계와 혼동하기 십상이다.

오골계는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털은 흰 반면 뼈가 검어 오골계라 불린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동아일보》에 오계를 소개하면서 오골계라 불러 혼선을 빚은 게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래 닭은 오골계가 아닌 오계가 맞다. 유홍준 선생이 문화재청장으로 있을 때 비로소 오골계에서 오계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연산 화악리의 오계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오계는 외형뿐 아니라 뼈까지 검다.

《동의보감》 <금수편>에는 “닭의 눈이 검으면 뼈도 반드시 검은데 이것이 진짜 오계”라는 내용이 나온다.

오계는 털뿐 아니라 발, 볏, 눈동자와 눈자위, 피부와 뼈까지 까맣다.

가만히 다가가서 보면 전체가 검은 가운데서도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데 그 빛깔이 참으로 곱고 오묘하다.

오계는 야생 조류에 가까울 정도로 성질이 예민하고 까다롭다.

가둬놓고 사육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죽기도 해 사육하기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일반 닭보다 성장 속도가 5배 정도 느릴 뿐 아니라 하루에 하나씩 알을 낳는 양계에 비해 오계는 4~5일에 한 개씩 낳는다.

몸집이 작고 활동성이 좋지만 속된 말로 “체구도 작은 놈이 하도 싸돌아다녀 살이 안 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오계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1970년대 들어 양계가 도입되면서 오계는 서서히 도태되기 시작했다.

오계는 1980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천연기념물 지정 문서에 “한국의 희귀 축양동물인 오골계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명시되어 있을 만큼 1970년대를 거치면서 멸종 위기의 시간을 걸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만 하더라도 몇 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오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2대에 걸쳐 30년 넘게 사육, 관리되고 있다. 사육이 까다롭고 지원이 없다 보니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지산농원 이승숙 대표는 1999년 아버지 병간호를 하러 내려왔다가 이곳에 발을 붙였다.

식물원에서 즐기는 특별한 겨울캠핑

식물원에서 즐기는 특별한 겨울캠핑

식물원에서 즐기는 특별한 겨울캠핑

전통시장의 가치를 바꾼 갓플레이스

국내에 오토캠핑 열풍이 분지 4~5년. 오토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겨울 캠핑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거실텐트에 난로를 켜면 텐트 안은 금세 훈훈한 열기로 가득찬다.

텐트치기를 마무리하고 장비 정리를 끝낸 후 난롯가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여느 호텔 부럽지 않다.

화롯대에 장작을 피우고 고구마를 구워 먹다보면 어느새 겨울밤이 깊어간다.

공주 이안숲속식물원은 겨울캠핑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본래는 식물원으로 조성됐지만 캠퍼들에게도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이국적인 풍차와 목조펜션, 식물원이 어울려 여느 캠핑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안숲속식물원은 갑사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이안숲속 식물원’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커다란 장승이 방문객을 반긴다.

그 옆으로 아담한 연못과 분수대가 있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얼어붙었다.

연못을 지나면 자연학습체험장이 나오는데, 체험장을 지나면서 캠핑장이 펼쳐진다.

캠핑장은 식물원을 따라 계단식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한 곳당 텐트 10~30동 정도를 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총 26만평인 이안숲속식물원에서 캠핑장 부지는 무려 10만평이나 된다.

워낙 넓은데다 겨울에는 캠핑을 오는 이가 봄~가을 보다 적기 때문에 한층 여유 있는 사이트 구성을 할 수 있다.

부대시설은 충분하지 않지만, 이용하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갖추고 있는 편이다.

화장실은 수목원 화장실과 함께 사용하며 온수 샤워는 할 수 없다.

취사장은 사이트별로 작은 개수대가 여럿 있고 전기는 릴선을 이용해 끌어올 수 있다.

캠핑장 가장 높은 곳에 텐트를 치면 전망은 좋지만 화장실이나, 취사장 이용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차로 캠핑장 전체를 둘러본 후 자신에게 알맞은 사이트를 고르는 것이 좋다.

캠퍼들에게 이안숲속식물원을 찾는 이유는 한적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세계야생화전시관, 열대식물관, 인공동굴관 등 식물원 내 볼거리도 많기 때문이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등 나무 별로 꾸며진 산책로도 운치를 더한다.

연꽃길, 소나무이야기정원, 이브의 언덕, 밤나무 농장, 선인장 산책길 등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도 많다.

특히 ‘세계야생화식물원’은 석부작, 목부작, 분경 등 2002년 ‘안면도 국제꽃 박람회’ 때 전시되어 인기를 모았던 국내외 야생화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을 세워 만든 국내 최초의 인공동굴을 볼 수 있는 ‘인공동굴관’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바나나 등 각종 열대식물 500여점을 전시해 놓은 ‘열대식물 전시관’은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열대식물 전시관에서는 잉꼬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손바닥 위에 모이를 올려두면 잉꼬가 날아와 손바닥에 앉아 모이를 쪼아 먹는다.

겨울캠핑은 다른 계절의 캠핑과는 달리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텐트는 실내에 주방과 난로를 설치해야 하다 보니 넓은 거실텐트가 꼭 필요하다.

침낭은 최소 내한 온도가 영하 20도는 되는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난로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화재 위험을 대비해 보호철망을 주변에 설치하는 등 아이들이 난로를 넘어뜨리거나 화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요즘에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캠핑장이 많아지면서 전기장판을 이용하는 캠퍼도 많다.

이안숲속식물원은 산림박물관, 갑사, 국립공주박물관등 다른 여행지와 가깝다.

캠핑장을 나와 산림박물관~갑사~국립공주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여행코스를 짜면 알찬 가족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산림박물관은 금강자연휴양림 내에 있다.

휴양림은 약 62ha의 면적에 야생화원과 열대온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589종의 다양한 수목이 자라고 있다.

산림박물관은 중부권 최초의 산림박물관으로 잣나무와 소나무 등 국산목재와 보령 오석 등 16종의 석재로 벽면을 꾸민 점이 이채롭다.

안으로 들어서면 우리나라에서 둘레가 가장 큰 나무로 알려진 석동리 소재 은행나무와 선학리 당산나무를 실제에 가깝게 만든 모형물이 전시돼 있어 시선을 끈다.

전통시장의 가치를 바꾼 갓플레이스

전통시장의 가치를 바꾼 갓플레이스

전통시장의 가치를 바꾼 갓플레이스

개성 만점 대형카페에서 또 다른 DMZ 여행

클릭 한 번이면 어떤 물건이든 문 앞에 배달되는 세상.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될수록 전통시장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통시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용기 프로젝트’를 통해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한 신영시장은 친환경 이슈에 민감한 그린 컨슈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시장 한복판에 등장한 스타벅스나 와인바는 힙한 감성을 찾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만족시켰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곳, 서울 광장시장과 경동시장에서 전통시장의 미래를 찾았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광장시장에서 요즘 가장 존재감이 뚜렷한 곳은 문을 연 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은 ‘365일장’이다.

이곳은 로컬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식료품점이자 광장시장 자체를 상징하는 브랜드 공간이다.

‘365일장’의 주력 상품은 먹거리다. 광장시장의 여러 음식을 재해석한 밀키트를 비롯해 주류, 음료 등 종류도 다양하다.

로컬 맥주나 와인, 전통주 큐레이션 코너의 비중이 높은 것을 보면 그중에서도 주류 쪽에 특화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365일장’이 미스터리 브루어리와 협업해 만든 ‘광장시장 1905’ 맥주도 눈에 띈다.

마스킹 테이프, 그립톡 등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색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매장 한편에는 ‘코힙’(KOHIP, 한국의 전통에서 모티브를 얻어 트렌디한 제품을 만드는 편집숍) 제품만 소개하는 브랜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알록달록한 고무신이나 노리개 키링, 고려청자 무늬가 새겨진 에어팟 케이스 등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템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65일장’을 만든 사람은 박가네 빈대떡을 이끄는 추상미 대표다.

‘박가네 빈대떡’을 광장시장 대표 맛집으로 성장시킨 데 이어 광장시장의 미래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365일장’을 기획했다.

매장에서 만난 추 대표는 “‘박가네 빈대떡’이 광장시장의 역사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처럼 ‘365일장’도 전국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태는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건물 4층에는 와인바 ‘히든아워’도 있다.

좁은 계단을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면 비일상으로 숨어드는 비밀의 시간이 열린다.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차분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라 잠시나마 온전한 쉼을 얻기에 충분하다.

계단 아래엔 ‘시크릿 히든룸’이 있다. 심해를 연상케 하는 파란 조명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계단 밑 자투리 공간이지만, 기념일에 지인들과 소규모로 프라이빗 파티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날씨가 좋으면 탁 트인 루프탑에서 데이트를 즐겨도 좋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울 일몰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365일장’ 주변에도 가볼 만한 맛집이 많다.

프리미엄 붕어빵으로 유명한 ‘총각네 붕어빵’, 저렴한 가격과 기본에 충실한 맛으로 전국구 팬을 양산 중인 ‘광장시장 찹쌀 꽈배기’,

뷰 맛집으로 통하는 ‘퍼블릭 가든’은 빈대떡, 김밥, 육회로 손꼽히는 광장시장 맛집 지도를 바꿔놓을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모퉁이 카페 ‘어니언’의 인지도는 독보적이다.

문이나 외벽이 따로 없는 것도 신기한데, 이곳에 포장마차처럼 플라스틱 의자를 깔아놓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다.

대표메뉴는 바삭한 도우 위에 수제 딸기잼을 듬뿍 올린 페이스트리피자.

어린 시절 즐겨 먹던 과자가 떠오르는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맛이다.

한 조각만으로는 아쉬운지, 단골손님들이 한 판씩 포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약재로 유명한 경동시장도 스타벅스 ‘경동1960점’을 앞세워 최근 MZ세대 성지 대열에 합류했다.

‘경동1960점’은 1960년대 지어진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카페로, 객석과 스크린이 있던 기존의 목조 극장 구조를 일부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옛것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뉴트로 트렌드의 표본인 셈.

매장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 인프라 개선에 활용하는 커뮤니티 스토어라 지역 상생 측면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LG전자의 팝업스토어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 역시 경동시장을 대표하는 문화공간 중 하나다.

골드스타 시절에 출시된 추억의 가전제품은 물론, 폐가전을 재활용해 만든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의 핵심 콘텐츠는 다름 아닌 ‘새로고침’. 마음 고침, 스타일 고침, 개성 고침, 기분 고침, 고민 탈출,

새로 고침 등 여섯 개의 코너를 통해 고객들의 스타일부터 마음까지 전부 고쳐준다는 콘셉트다.

예약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지만, 체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 회원가입이 필수다.

회원가입 후 고민을 입력하면 내게 맞는 코너를 추천받을 수 있다.

개성 만점 대형카페에서 또 다른 DMZ 여행

개성 만점 대형카페에서 또 다른 DMZ 여행

개성 만점 대형카페에서 또 다른 DMZ 여행

들어는 봤나? 먹어는 봤나? 따라나서는 연천 별미 탐방!

카페 문화의 시대를 넘어, 바야흐로 ‘대형’ 카페의 시대다.

DMZ 접경 지역도 피할 수 없는 이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는 대형카페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파주 파평면 율곡리의 마롱리 면사무소 카페, 운천리의 카페 8794, 문지리의 문지리 535까지,

DMZ 접경 지역만의 이야기 위에 세워진 대형카페의 의미는 새롭게 다가온다.

이곳만의 맛있는 커피와 음료, 베이커리와 브런치 메뉴들은 덤이다.

파주의 임진강과 인접한 마을 안에 들어선 대형카페를 둘러보며 또 다른 DMZ 여행을 즐겨보자.

옛 면사무소 터에 새롭게 자리 잡은 마롱리면 사무소 카페

마롱리면 사무소 카페는 행정구역상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에 자리한다.

카페 이름만으로 실제 지명인 듯 느껴져 인터넷을 검색해도 ‘마롱리’라는 마을은 찾을 수 없다.

마롱의 본뜻은 프랑스어 marron을 사용한 먹는 ‘밤’을 의미한다. 뜬금없이 등장한 밤이 아니다.

율곡리는 예부터 밤나무가 많은 지역이라는 뜻에서 불리게 된 이름이다.

카페 주인은 이곳에 카페를 생각하다가 율곡리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에서 밤을 떠올렸다.

그리고 프랑스어로 불린 마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거기에 덧붙여, 지금의 카페 자리가 옛 파평면 사무소 터라는 공간적 특성도 곁들였다.

그래서 새롭게 탄생한 마롱리면 사무소 카페가 되었고, 주인은 스스로 면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롱리면 사무소 카페가 모습을 갖추기 전, 제 몫을 끝낸 파평면 사무소는 계속 방치되어 있었다.

터뿐만 아니라 건물들 역시 아무 쓰임 없이 남겨졌었다.

마치 마롱리면 사무소 카페를 기다린 듯, 폐허였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인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의 주인은 파평면 사무소, 대서소, 보건소, 창고와 축사의 뼈대 위에 남길 것은 남기고 채울 것은 새로 채웠다.

너른 주차장에 자리한 대서소는 글씨를 대신 써주던 대서 업무를 영업으로 하는 건물,

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건물은 카페 본관으로 옛 파평면 사무소 건물이다.

내부에는 베이커리 판매대와 음료 주문대가 자리한다.

본관을 지나 출입구 반대편 문으로 나서면 외부에서 볼 때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넓은 정원이 나온다.

건물 바로 앞 인공 못이 있는 자리는 면장실이 있던 자리로 카페의 중심이다.

그 옆으로 보건소였던 건물, 축사였던 건물, 창고였던 건물이 붉은 지붕 새로이 얹은 매력 만점의 카페 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낮은 언덕 아래 공터는 넓은 잔디 정원으로 꾸며지고, 언덕 위에서도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 공간과 팔각정까지 갖췄다.

하늘을 지붕 삼아, 여러 채의 건물들이 떨어져 있는 색다른 풍경 속에서 더욱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DMZ에 찾아온 MZ세대 부부의 브랜드, 카페 8794

카페 8794가 자리한 마을의 행정구역명은 운천리다.

구름 운(雲) 자와 샘 천(泉)자를 쓰는 지명은 마을 산골짜기로 구름이 돌며 여러 곳에 샘이 솟아나 불리게 된 이름이라는 설과 마을에 큰

우물이 있어 구루물이라 불리다 운천리라 불렸다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구름과 샘이 있는 마을이라는 이름 덕분에 하늘이 훤히 바라보이는 풍경의 카페 8794가 더욱 잘 어울리는 듯 느껴진다.

이곳의 주인은 87년생과 94년생 젊은 부부다.

용인과 이곳 운천리에 자신들의 탄생 연도를 따서 이름 붙인 카페를 운영한다.

카페는 8794 Company라는 자신들의 회사의 오프라인 매장이라 할 수 있다.

커피와 바리스타 교육, 인테리어 컨설팅, 캔들과 애니멀까지 다방면의 분야를 통합 운영한다.

그래서인지 카페 8794의 내부는 무척이나 다채롭고 풍요로운 소품들로 가득 차 있다.

운천리 카페는 기다란 창고형 카페다. 기다란 외관 모습처럼 내부 중앙에는 길쭉한 테이블이 놓여있다.

사진을 찍으면 꼭짓점이 생길 정도. 들어서는 입구부터 매장 벽면 곳곳에는 고가구, 코카콜라병, 공사 도구, 오토바이,

거울 등 다양한 종류의 소품이 한가득하다. 하늘 아래 주변 풍경이 훤히 내다보이는 커다란 창은 안과 밖의 경계를 넘어선 여유를 전한다.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모두 훌륭한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손으로 만지는 것은 불가하니,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서로서로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계절 푸릇한 식물원 카페, 문 지리 535

문 지리 535는 도로 주소 명을 그대로 카페 이름으로 사용한 식물원 콘셉트 카페다.

전국에 식물원 카페는 이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문 지리 535가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한 것은 식물원 카페 이상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DMZ 뷰.

들어는 봤나? 먹어는 봤나? 따라나서는 연천 별미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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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나? 먹어는 봤나? 따라나서는 연천 별미 탐방!

대한민국 최고가 여기 다 모여 있다 오감만족 용인여행

경기도 최북단 연천. 남쪽의 비옥한 땅과 북쪽의 깨끗한 물에 안긴 이곳은 청정 자연이 품은 건강한 먹거리들로 가득하다.

임진강과 한탄강에서는 싱싱한 민물고기가 일렁이고 땅에서는 건강식 대표주자 콩과 율무가 자란다.

여기에 지리적 특성상 자리한 군부대 군인들 마음까지 사로잡은 매콤달콤 비빔국수를 더해본다.

천천히 봄이 오는 연천으로 건강과 입맛 모두 찾으러 떠나보자.

연천의 맛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민물고기 요리이다.

한탄강과 임진강이 모두 연천 소속이기 때문이다.

한탄강이 래프팅을 비롯한 레포츠의 강이라면 임진강은 루어낚시와 견지, 대낚시가 가능해 전국 강태공들의 핫스폿이다.

맑은 물줄기는 피라미와 갈겨니, 메기와 꺽지, 모래무지 등 다양한 어종을 품고 있다.

금어기(6월 1일~7월 30일)가 끝난 이후인 8~9월은 임진강과 한탄강

그리고 차탄천으로 쏘가리와 참게, 붕어 등을 낚으러 전국의 강태공들이 모여든다고.

낚시꾼들이 몰리는 곳에 어찌 매운탕집이 빠질 수 있겠는가.

임진강은 물론 한탄강 주변에는 맑은 물에 사는 싱싱한 민물고기를 선보이는 전문점들이 제법 많다.

그중, 40여 년 경력을 자랑하는 민물고기 전문점은 임진강, 한탄강 대표주자로 꼽힌다.

어부 출신 주인장들이 직접 잡아 올린 참게, 쏘가리 등 민물에서 나는 싱싱한 먹거리로 연천의 ‘맛’을 선사한다.

임진강 깨끗한 물에서 자란 참게에 마늘을 듬뿍 더해 칼칼한 고추장을 풀어 끓여 낸 참게 매운탕,

전국 미식가들 입맛을 사로잡은 쏘가리 회와 매운탕을 필두로 메기와 빠가사리 그리고 잡고기 매운탕이 뒤를 잇는다.

잡고기라고 우습게 볼 수도 없다. 피라미뿐 아니라 모래무지, 꺽지, 참마자 등 귀한 몸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매운탕에 기본으로 포함된 참게가 깊은 맛을 더한다.

“흙냄새요? 우리 아저씨가 임진강에서 잡아온 살아있는 민물고기로 매운탕 끓여서 냄새 안 나요.

참게만 제철 지나면 급랭 한 것 쓰고 물고기는 사철 싱싱한 걸로 써요.”

주인장의 설명에 민물고기 특유의 냄새를 걱정하면서 민물매운탕을 한 술 떠보니 얼큰한 국물이 가슴을 타고 내려간다.

일요일 이른 점심시간이건만 이미 산악회 단체 손님으로 가득 찬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매운탕이 조금 과하다 싶을 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뚝배기 어제비(1만 원)가 있다. 잡고기와 메기,

장어와 장어뼈 등을 넣고 푹 고아 만든 보양식이다.

매운탕보다 부드럽고 맵지 않아 찾는 이들이 제법 많다.

금강 줄기에서 맛보았던 어죽과 비슷한 맛이다. 차이가 있다면 어죽에는 쌀알이나 국수가 어제비에는 수제비가 들어간다.

연천은 민통선 지역에서 알아주는 콩 산지로 꼽힌다.

제한된 구역인 만큼 깨끗한 자연환경에 일조시간이 길고 일교차가 콩의 생육과 맞아 효능은 물론 그 맛도 뛰어나다고.

콩이 풍부하니 그를 활용한 요리도 발달했을 터. 그중 대표적인 콩 요리로 꼽히는 두부를 활용한 음식점이 제법 있다.

이들 두부 전문점의 특징은 두부를 직접 만든다는 점이다.

연천콩을 불려 만든 따끈한 순두부와 모 두부는 고소한 맛이 남다르다.

취향에 따라 전골이나 조림으로도 맛볼 수 있는데 무엇을 선택하건 모 두부를 빼면 섭섭하다.

전곡읍과 군남면의 두부 집들이 유명해 모 두부 외 두부전골,

콩되비지탕 선. 멸치를 넣어 칼칼하게 조려내는 두부조림을 취향대로 맛볼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가 여기 다 모여 있다 오감만족 용인여행

대한민국 최고가 여기 다 모여 있다 오감만족 용인여행

대한민국 최고가 여기 다 모여 있다 오감만족 용인여행

음악 여행이 되다 파주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

수도권 남부에 자리한 용인은 서울과 경기 일대에 사는 이들에게는 특히 그렇지만 전국 어디에서나 한번쯤은 여행 가봤음직한 고장이다.

옛날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한 한국 대표 민속마을인 한국민속촌이 용인에 있고,

놀이동산으로 유명한 에버랜드도 용인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여행은 시각장애인 그리고 함께 생활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동행한다.

용인의 많은 여행지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곳들을 골라보았다.

한국민속촌은 우리 전통 가옥과 민속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공연도 늘 있기에 제일 먼저 선정됐다.

그 다음은 우리나라 사립식물원 중 가장 훌륭하다고 이름 높은 한택식물원을 방문한다.

싱그러운 풀내음과 함께 손을 대면 감촉과 느낌이 전해지는 나무들이 많고, 무엇보다 다양한 식물들이 주는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민속과 자연을 돌아보았으니 체험거리 또한 빠질 수 없다.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공중에 떠 올라보는 이색 체험, 실내 스카이다이빙이 용인에 있다.

요즘은 어딜 가든 체험 테마들이 많지만 스카이다이빙을 해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마지막으로 선정된 곳은 용인에 있는 삼성화재 교통박물관이다.

박물관이라 하면 눈으로 보기만 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교통박물관은 여러 특색 있는 차들을 직접 만져보고 타보기도 할 수 있어 이번 여행의 탐방지로 적합하다.

특별히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를 고른 것은 아닌데 골라놓고 보니 각 분야에서 최고라 할만한 곳들이 선택되었다.

한국민속촌은 우리나라 전통 민속을 볼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넓고 다채로운 곳이며,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자동차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박물관이라 일컬어진다.

한택식물원 역시 식물 자원의 보존과 연구에 있어 가장 활발히 역할을 해온 국내 최대의 사립식물원이며,

플라이스테이션은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시설이다.

한국민속촌은 1974년 건립돼 이제 반 백 년이 다 된 우리나라 최대의 민속 전시장 겸 체험장이다.

경부고속도로 신갈IC 지척에 있어 접근성도 아주 좋아 수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탐방지이며 외국인들에게 우리

민속과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연간 100만 명을 훌쩍 넘기는 탐방객 중 30% 정도가 외국인이라고 하니 그 위상을 짐작할만하다.

한국민속촌은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도록 기획된 곳이다.

조선시대 각 지역별, 계층별 주택을 실제 모습대로 재현해놓았고,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유기공방, 악기공방, 대나무공방 등 여러 공방에서는 실제 전통 생활문화 용품들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전통 문화를 총 망라한 곳이니만큼 예술도 빠질 수 없다.

설날과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 등 특별한 날에는 세시풍속과 관련된 행사들을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으며,

평시에도 항상 극과 노래가 어우러진 민속공연이 펼쳐져 탐방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놀이기구들이 모여 있는 구역도 있으며 국밥, 잔치국수,

파전 등을 파는 먹거리 장터도 있어 탐방시간을 짧게 잡기 어려운 곳이다.

한국민속촌은 시각장애인에게도 좋은 여행을 선사할만한 곳이다.

시각 외에 다른 감각들을 이용하는 여행에도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전통 가옥과 다양한 공방의 제작품들, 각종 생활에 필요한 용구들을 직접 만지고 느껴 볼 수 있으며,

마당극 형태의 전통 공연은 자연스럽게 공연에 참여하여 익살스런 대사와 악기 연주,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이곳은 지난 2015년 열린관광지로 조성되었기에 옛 모습 그대로 흙길로 되어 있지만 휠체어로 탐방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음악 여행이 되다 파주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

음악 여행이 되다 파주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

음악 여행이 되다 파주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

우리나라 7번째 국가지질공원 경기 연천군의 지질 명소 탐방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보듬고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친구가 돼준다.

실과 바늘처럼 여행에 음악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파주로 떠나는 여행은 조금 다르다. 여행에서 조연에 머물던 음악이 당당히 주인공이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이하 카메라타)와 콩치노콩크리트는 음악 감상 전용 공간이다.

디지털 음원이 넘쳐나는 요즘에도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공간에서 느끼는 감동은 디지털 음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음악 감상은 한때 여행, 독서와 함께 국민적 사랑을 받은 취미 활동이다.

대학가 다방은 물론 동네 분식집에도 DJ가 있었으니, 우리 국민의 음악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용돈 받은 날이면 친구들과 LP반을 사러 온종일 신촌과 종로 일대를 누볐다.

카메라타는 헤이리예술마을 7번 게이트 앞에 자리한다. 2004년 이곳에 둥지를 틀었으니, 벌써 20년이 돼간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음악 애호가들에게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온 건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카메라타로 떠나는 음악 여행은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 구석에 있는 작지만 묵직한 철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새로 산 음반에 첫 바늘 올릴 때처럼 ‘지지직’ 기분 좋은 긴장감이 밀려온다.

실내는 공연장처럼 꾸몄다. 의자는 모두 정면을 향해 가지런히 놓였고, 전면에 있는 그랜드피아노 뒤로 빈티지 스피커가 늘어섰다.

독일 클랑필름 스피커가 중심을 잡고, 미국 웨스턴일렉트릭에서 제작한 극장용 스피커가 양옆에 포진했다.

두 스피커 모두 1920~1930년대 제작했으니 나이가 100살에 가깝다.

천창으로 스미는 따스한 봄 햇살이 실내를 채운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과 잘 어울린다.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음악에 집중하면 된다. 아니 가끔 책을 읽거나, 눈을 감고 명상해도 좋다.

향 좋은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음악 평론가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난 클래식을 모르는데’ 같은 걱정은 접어두자.

중·장년층이라면 황인용이라는 이름 세 글자로도 이 공간에 머물 이유가 충분하다.

색채가 강렬한 초상화로 유명한 고낙범 작가와 독특한 콜라주 기법을 선보이는

김상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호사는 덤이다. 카메라타(camerata)는 ‘예술인의 모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문학동네와 협업하는 ‘이달의 책’에 소개된 책은 3층 아담한 서재에서 읽을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일요일 오후 3시에는 낭독과 음악 감상으로 꾸미는 ‘카메라타의 서재’를 진행한다.

더 많은 공연과 행사 소식은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목요일 휴무), 입장료는 어른 1만 2000원, 청소년 1만 원(음료 포함, 추가 시 6000원)이다.

콩치노콩크리트는 카메라타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에 있다. 일단 규모가 압도적이다.

4층 건물 1층 필로티는 야외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2·3층을 음악 감상실로 꾸몄다.

천장을 개방한 음악 감상실은 830여 ㎡, 높이 9m에 이른다. 좌석은 모두 스피커를 설치한 전면을 향하도록 배치했다.

2층을 오페라극장 돌출 객석처럼 꾸민 점이 인상적이고, 통창이 있는 1·2층 측면 좌석은 임진강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음악을 감상하는 명당이다.

콩치노콩크리트의 주인공은 웨스턴일렉트릭의 극장용 스피커와 클랑필름의 유러노 주니어 스피커다.

1920~1930년대 미국과 독일의 대형 극장에 사용하던 이들 스피커가 모든 공간을 음악으로 촘촘히 채운다.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음반 1만여 장도 이곳의 자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