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샘고을시장 재래시장 100년 전통을 잇다
정읍 샘고을시장 재래시장 100년 전통을 잇다
정읍에는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제일가는 시장이 있다.
국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시장이다. 1914년에 처음 문을 열어 그 역사만도 100년을 자랑한다.
100년의 역사를 증언하듯 오래된 대장간과 순대국밥집, 뻥튀기 아저씨는 예나 지금이나 건재하다.
대를 이어 장사하는 집도 있고 새로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집도 있지만
100년 된 시장은 그렇게 매일매일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생기가 넘친다. 그야말로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샘고을시장의 이름은 원래 정읍 제1시장이었다.
정읍에서 제일 크다고 해서 일제강점기 관료가 행정 편의를 위해 그렇게 이름 지었다.
이름에 뜻을 더하고자 시민 공모로 새로 지은 이름이 샘고을시장이다.
시장이 있던 자리에 샘이 많아 ‘샘이 있는 고을’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는 매 2일과 7일에 열리는 오일장이었다.
그러다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지금은 매일매일 활기를 띠는 상설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굳이 날짜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장이 된 것이다. 2, 7일에 가축시장이 추가되는 점만 빼면 매일이 장날이다.
점포가 280여 개나 되고 그 안에서 장사하는 상인의 수만 500여 명이 넘는다.
시장 주변에 무시로 펼쳐지는 할머니들의 난전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된다.
명절 전에 찾은 시장은 더더욱 활기가 넘친다.
명절 장거리를 보러 온 주변 마을 사람들과 외지인들로 붐빈다. 꽤 멀리서도 찾아올 만큼 샘고을시장엔 살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그득하다.
시장 안에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장이 아니라, 없을 것 같은 것도 있는 장이다.
농수산물을 비롯해 축산물과 가공식품이 즐비하고, 오래된 음식점과 방앗간, 떡집, 철물점, 생필품점 들도 저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수산물을 파는 골목은 사고파는 사람들의 흥정과 옥신각신, 웃음소리와 성난 듯 높은 소리로 장이 들썩들썩한다.
“한 움큼 더 주이소. 천 원만 깎아주든가~”
“아따, 대목에 인심을 솔찬히 썼구만. 더는 안 된다이~”
장 보러 나온 아주머니와 상인이 옥신각신 흥정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재래시장의 오래된 볼거리다.
시장에 가면 사람들의 활기와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장은 무엇을 사거나 팔러 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서로가 부대끼는 곳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끼리 혹은 모르는 사람과도 만나 무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서로 정을 나누는 장소다.
먼 세상 새로운 소식을 듣기도 하고, 주변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이야기를 한 소쿠리씩, 한 포대씩 풀어놓는 곳이다.
서로 마주보며 웃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그렇게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정들어가는 만남의 장소다.
그래서 장 볼 것이 많지 않아도 시장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샘고을시장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방앗간 옆 미용실’이다.
방앗간 골목에는 미용실 10여 곳이 한 집 건너 한 집씩 자리했다.
방앗간에 떡쌀이나 고추 등을 맡겨놓고 그것들이 빻아지는 동안 아주머니, 할머니 들이 꼬불꼬불 파마를 하는 것이다.
시장 나온 김에 장도 보고 머리도 하고, 기다리는 시간 지루하지 않게 미용실에서 오랜만에 만난 이웃 동네 아지매들과 한판 수다도 떤다.
남자들이 국밥집에서 소주잔 기울이며 설왕설래하는 동안 여자들은 미용실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한참 수다를 떨고 나면 꼬불꼬불 오래갈 파마가 완성되고, 방앗간에 맡겨놓은 떡쌀도 뽀얀 얼굴을 하고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