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습지에 가시연꽃이 피었습니다 강릉 가시연습지
가시연습지에 가시연꽃이 피었습니다 강릉 가시연습지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주로 즐겨 찾던 복권방. 요즘 복권방의 주요 고객은 대학생, 청년들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위기, 역사상 전례 없는 물가상승과 취업 전쟁.
먹고 살기 어려웠던 보릿고개가 시대에 맞춰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지금의 청년들에게 찾아온 듯하다.
경쟁과 불평등으로 가득한 요즘 실낱같은 희망도 발견하지 못한 청년들은 툭 하고 떨어질지 모를 행운을 찾아 도시를 헤맨다.
이런 청년들의 마음이 꽃으로 피어난다면, 가시가 잔뜩 돋은 채로 화려하지만 외롭게 피어있는 가시연꽃이 아닐까.
관동팔경의 수려함을 대표하는 강릉 경포호. 본래는 둘레 12km에 달하는 큰 호수였다고
하나 조금씩 퇴적물이 쌓이면서 위축되더니 현재 4km 남짓으로 축소되었다.
호수의 크기는 삼분의일로 작아졌어도 아침마다 동해 바다로 떠오르는
일출을 아름답게 담아내며 황금빛 장관을 보여주는 강원도 대표 명소이다.
경포호의 무한 매력
경포호 주변을 두르고 있는 소나무 숲과 벚나무 길은 오래전부터 강원도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다.
매년 5월 경포호 둘레길은 자유롭게 걷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고.
경포호를 조금 더 편하게 돌아 볼 수 있는 전기자전거도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경포호 바로 앞 에디슨과학박물관과 손성목영화박물관 역시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경포호에서 최고 경치로 꼽는 것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이다.
고려 충숙왕 때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누각에 바로 서면 경이로운 호수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포대를 등지고 ’강릉삼일독립만세기념탑‘ 방향으로 2분만 걸어가면 사뭇 다른 장면이 연출된다.
물이 흐르고, 고이는 것을 반복하며 만들어 낸 살아있는 땅, 습지이다.
경포호에 붙어 있는 가시연습지는 대략 4,000년 전에 석호인 경포호와 함께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이후 농경지로 개간하여 사용하다가 환경부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지금의 모습을 회복하게 되었다.
복원사업을 진행할 때만 해도 습지의 본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사람의 노력으로 다시 제모습을 찾은
습지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귀한 생명들이 날아와 자리했다.
가시연, 큰고니, 수달, 삵 등 30여 종의 멸종위기종이 기다렸다는 듯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가시연습지는 홍수 시 유수지의 기능을 통해 재해방지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대에게 선사하는 행운 ‘가시연’
그렇다면 어쩌다 경포습지가 아닌 ‘가시연습지’가 되었을까. 가시연은 수련과에 속하는 1년생 수초로 잎의 지름이 최대 2m까지
자랄 수 있는 잠재력이 엄청난 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발견이 쉽지 않아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경포습지 복원사업이 시행되기 전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가시연이 수심, 온도, 햇빛이 적합해지자 경포습지에서 자연적으로 깨어났다.
말 그대로 땅속에 숨어있던 휴먼종자가 환경이 최적화되자 자연발아되어 현재는 습지 전역으로 번진 것이다.
자연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우리는 ‘복원’이라고 정의한다.
가시연의 부활은 진정한 환경복원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징표 그 자체였다.
기후, 바람, 온도 등 모든 것이 정확히 들어맞아 반세기 동안 잠들어 있던 가시연을 다시 눈뜨게 만든 것이다.
어느 날 화려하게 피어난 가시연은 그 꽃말처럼 노력해 온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행운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