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과 함께하는 음악버스

김광석과 함께하는 음악버스

김광석과 함께하는 음악버스

인천 앞바다 섬 풍경이 한눈에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대구에 김광석을 만나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김광석의 음악과 삶을 시티투어에 접목한

‘더플레이버스(The Play Bus): 김광석’이 주인공. 언제 들어도 아련한 노랫말과 가슴 한구석에 위로를 건네주는 노래가 함께하는 신개념 여행이다.

더플레이버스는 미국 뉴욕의 시티투어 ‘더 라이드(The Ride)’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더 라이드는 버스 안에서 흥겨운 공연을 선보인다. 길거리에는 갑자기 뛰쳐나온 발레리나가 발레를 선보이고 댄서가 브레이크댄스를 춘다.

시종일관 흥이 넘친다. 반면 더플레이버스는 가수 김광석의 노래가 그러하듯 잔잔하다.

그의 음악과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애잔함이 더해진다.

김광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의 이름 석 자는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다.

나는 지금 김광석을 만나러 대구로 간다.

김광석을 만나기 위해 더플레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한 대가 다가오고 “안녕하실테죠? 제가 김광석입니다”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이어 김광석의 큼지막한 얼굴이 미소 짓는다. 문득 반가움 뒤로 ‘보고 싶다’, ‘듣고 싶다’는 그리움이 번진다.

더플레이버스에 오른다. 곳곳에 김광석의 존재가 묻어 있다. 버스 뒤편 음악감상실이 눈에 띈다.

더플레이버스가 출발하자 디제이가 김광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노래를 들려준다. 그의 뒤로 김광석의 영상이 흐른다. 의자 깊숙이 몸을 묻고 노래에 귀 기울인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 있네”

첫 곡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광석은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나에게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어디일까. 김광석이 보고 싶어 찾아온 여행이니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일 게다.

이어 디제이는 “여러분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

알록달록한 무지개인가요, 초콜릿 같은 달달함인가요, 아니면 코발트블루의 아련함인가요”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들려준다.

하모니카 선율에 실려 흐르는 간절한 사랑 노래가 오래도록 가슴을 적신다.

김광석의 감성과 노랫말에 젖어들 즈음 창밖에는 서서히 어둠이 내린다.

이때 서른을 넘긴 이나 서른을 앞둔 이가 한번은 들어봤을 노래가 흐른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 내뿜는 담배 연기처럼 /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 점점 더 멀어져간다 /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 (중략) /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 (중략)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서른 즈음에’는 언제 들어도 마음이 애잔하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살아갈 날의 기대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내가 김광석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사에 담긴 그때 그 시절의 아련함이 있어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가슴으로 부를 수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더플레이버스가 이동하는 60분 동안 김광석의 이야기와 노래는 계속된다.

더플레이버스가 이동하는 60분 동안 김광석의 이야기와 노래는 계속된다. 종착지인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에 도착해서도 멈추지 않는다. 대구 지역 뮤지션들이 야외 무대에서 거리 공연을 한다.

공연을 보겠다고 내리지 않아도 된다. 버스 안 스피커를 통해 편안히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차창 밖은 무대, 버스 안은 객석인 셈이다.

아시아 문화의 만남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매력

아시아 문화의 만남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매력

아시아 문화의 만남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매력

인천 앞바다 섬 풍경이 한눈에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광주에 아시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간이 탄생했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옛 전라남도청사 뒤편에 자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아시아’와 ‘문화’라는 큰 주제로 전시, 공연, 연구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아 5개원과 주변을 산책하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방문해야 한다.

역사적 장소를 향한 경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연면적은 16만 1,237㎡로 국내 문화 공간 중 가장 넓다.

위압적인 모습의 초고층 빌딩이 떠오르겠지만 아시아문화전당은 주변 풍경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리했다.

옛 전남도청사 뒤로 땅을 파고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중앙광장에 해당하는 아시아문화광장에 서면 어린이문화원, 문화정보원, 민주평화교류원 등이 자연스럽게 관람객을 감싼다.

옛 전남도청사를 보기 위해선 시선을 위로 올려야 하는데, 역사적 장소를 향해 자연스럽게 경의를 표하는 관람의 형태가 되는 점도 독특하다.

아시아문화전당의 건물들은 땅을 파고 세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내가 매우 밝다.

건축 설계 공모에 당선된 우규승 건축가가 정한 ‘빛의 숲’이라는 콘셉트 덕분이다.

건물 옥상과 광장 쪽 외벽은 거의 창문으로 가득 찼다. 자연광이 물 흐르듯 들어가 실내를 밝힌다.

관람객은 답답함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머물거나 이동이 가능하다.

실내외의 경계를 허물어 건물 내부가 훨씬 넓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다. 넓은 창을 통해 언제든 바깥 풍경을 조망하는 것도 가능하다.

민주평화교류원에서 시작하는 아시아문화전당 투어

아시아문화전당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넓은 면적과 규모에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디를 먼저 갈지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민주평화교류원을 시작으로 어린이문화원, 문화정보원, 예술극장, 문화창조원 순서로 둘러보고 마지막에 하늘마당으로 향하면 된다.

하늘마당에서 출발하면 옥상 공원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새로운 시작점 구실을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관심 있는 건물 내부만 둘러보거나 외부 산책만 즐기는 것도 좋다.

민주평화교류원은 옛 전남도청사를 리모델링해 활용했다.

건물의 역사성과 가치를 살리기 위해 5.18민주평화기념관과 문화교류지원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5.18민주평화기념관에는 민주, 인권, 평화와 관련한 예술 콘텐츠가 채워질 것이다. 민주평화교류원은 2015년 11월 말 개관할 예정이다.

민주평화교류원에서 나오면 아시아문화광장이다. 광장 중앙에 서면 비로소 아시아문화전당 전체를 볼 수 있다.

땅을 파고 세운 건물들이지만 답답하거나 갇혀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관람객이 서 있는 위치상 주변 건물이 잘 보이지 않아 공간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어린이문화원은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이를 위해 어린이체험관, 어린이도서관, 어린이극장, 어린이창작실험실 등을 운영 중이다.

어린이문화원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자도로 내 이름 꾸미기’, ‘그림책 빛그림 감상하고 메모꽂이 만들기’,

‘투명한 그림책 만들기’ 등의 교육 프로그램과 베이비 드라마 <달> 등의 공연을 개최해왔다.

인천 앞바다 섬 풍경이 한눈에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인천 앞바다 섬 풍경이 한눈에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인천 앞바다 섬 풍경이 한눈에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아름다운 노을 북성포구

가을, 호젓한 섬길 한번 걸어보자. 통통배만 오갈 뿐 차도 다니지 않는 섬 해변길 말이다.

무의도는 드라마 촬영지와 하나개해변, 호룡곡산 등으로 명성을 떨친 지 오래지만 동생 섬인 소무의도가 입소문이 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무의도 샘꾸미포구에서 소무의도까지 구름다리가 놓이고 무의바다누리길이 조성되면서 찾는 이의 발길이 늘고 있다.

주말이면 무의도 가는 길이 꽤 편리해졌다.

예전에는 두세 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오갔지만 요즘은 인천공항철도가 주말마다 용유임시역까지 연결된다.

기차역에 내리면 무의도행 배가 출발하는 잠진도선착장까지 바다를 옆에 두고 걸어서 닿을 수 있다.

잠진도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무의도까지 5분 남짓. 배는 20~30분마다 다니고,

섬 안에서는 뱃시간에 맞춰 버스들이 수시로 오가니 굳이 승용차를 몰고 섬 안에 들어설 필요가 없다.

사실 한적한 어촌마을 풍경을 보러 떠나는데 승용차가 넘쳐나는 것만큼 볼썽사나운 것도 없다.

무의도선착장에서 미니버스를 타면 섬을 가로질러 반대편 광명항까지 덜컹거리며 달린다.

호젓한 섬을 걷는 소무의도 여행은 버스 뒷자리에 앉아 차창을 열고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제법 가파른 언덕을 넘어선 버스가 자맥질하듯 고꾸라지면 무의도의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광명항보다는 주민들에게 샘꾸미마을로 익숙한 포구가 드러나고, 포구 건너에 소무의도가 웅크리고 있다.

예전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연결하는 방법은 배편이 유일했다.

소무의도 서쪽마을과 동쪽마을은 산으로 가로막혀 산길을 걸어 넘거나 고깃배로 오가야 했다.

샘꾸미에서 소무의도 서쪽마을을 잇는 구름다리가 들어서고 섬을 일주하는 무의바다누리길이 조성되면서 섬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소무의도의 다른 이름은 ‘떼무리’다. 인도교와 연결되는 서쪽마을 선착장 이름도 떼무리선착장으로 불린다.

해안선 길이가 2.5km인 아담한 섬의 역사는 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 가족이 세 딸과 함께 들어와 섬을 개척했고, 유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면서 유씨 집성촌이 형성됐다고 한다.

인근에서는 새우 등이 많이 잡혔고, 한때는 안강망 어선이 40여 척이나 될 정도로 부유했던 섬이다.

소무의도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군 병참기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섬 안에는 풍어제를 올렸던 터가 남아 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휴양차 들렀다는 해변도 있다.

섬 주변은 간조 때면 해변길을 드러낸다. 낚시꾼이나 찾을 줄 알았던 외딴 섬이 품은 사연이 이렇듯 구구절절하다.

몽여해변에서 언덕을 하나 넘으면 명사의 해변으로 연결된다.

이 해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휴양을 즐겼다는 고즈넉한 곳이다.

소무의도 남쪽의 해녀섬길은 바다 건너 해녀섬을 조망하는 길로, 능선을 따라 늘어선 기암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명사의 해변길과 해녀섬길 아래는 간조 때 물이 빠지면 장군바위까지 해안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장군바위에는 해적들이 바위 모양을 보고 장군과 병사들로 착각해 도발하지 못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아름다운 노을 북성포구

아름다운 노을 북성포구

아름다운 노을 북성포구

자연의 품에 안긴 섬 굴업도와 덕적도의 매력

오후 한때 비가 내리고 해질 무렵 비가 그쳐야 제대로 된 북성포구의 노을을 볼 수 있다.

비가 그친 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구름 사이로 울긋불긋 노을빛이 포구로 쏟아진다. 그럴 때면 노을이 피어나는 반대쪽 하늘에 간혹 무지개도 떠오른다.

북성포구는 인천역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다. 북성포구로 가는 길은 옛 정취가 있으니 인천역에 도착하면 카메라부터 꺼내자.

인천역에 내려 역 광장 오른쪽으로 가면 인천역 화장실이 있다. 그 앞을 지나 바로 우회전해서 걷다 보면 고가도로 아래 철로가 보인다.

철로를 건너 조금 더 가면 대한제분 인천공장 입구가 나온다. 그곳에 북성포구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대한제분 인천공장 입구에서 북성포구까지는 약 400m. 그 주변 풍경이 볼 만하다.

길가에 어망이 길게 놓여 있고, 갯골에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닷물이 차고 빠진다.

갯골 건너에는 원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멀리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풍경 이곳저곳에 카메라를 겨냥하고 셔터를 누르게 된다.

검고 습한 갯벌과 흙빛 바다에서 피어나는 습한 기운이 공기마저 음습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오래되어 빛바랜 포구와 검은 갯벌, 주변을 둘러싼 삭막한 공장.

낱낱이 떼어놓고 보면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닌데,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어우러져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어느 바다가 이런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단 말인가.

북성포구는 노을이 피어날 때가 가장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홀한 풍경은 비 갠 뒤에 피어나는 노을이다.

그래서 인천에 비가 내리면 북성포구의 아름다운 노을을 기대해본다.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겠지만, 비가 그치면 역동적인 구름과 노을빛이 만들어내는 포구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비 그친 하늘에 간혹 무지개도 피어난다. 생각지도 않는 곳에서 만난 무지개로 인해 마음까지 환해진다.

비 그친 뒤 북성포구의 노을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사진작가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촬영 포인트에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장착한 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기 위해 집중한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마저 풍경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포구 중간에서 촬영을 하는데, 포구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각도에서 북성포구를 바라볼 수 있다.

고깃배가 들어와서 배를 대는 포구 선착장으로 향한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곳은 또 다른 촬영 포인트다.

고깃배가 선착장에 배를 드러내고 기우뚱하게 서 있다.

그 앞에는 고기를 잡던 그물이 쌓여 있다. 흙빛 뻘이 진득한 질감으로 다가오고 갯골에는 물길이 굽이굽이 돈다.

저공비행하는 갈매기들이 정지된 화면 같은 선착장 풍경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것까지 북성포구에 깃든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는다. 아름다운 일상이다.

해는 졌어도 여운이 남아 바다와 하늘이 아직도 붉다. 붉은 노을이 하늘을 뒤덮은 구름에 닿았다.

잔잔한 바다 위에 노을빛 하늘과 붉은 구름이 비친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붉다. 이때가 노을의 절정이다.

북성포구 안쪽에 식당 골목이 있다. 갈매기 날아다니고 공장 굴뚝에 연기가 솟아오르고 뻘에는 고깃배가 정박해 있는 포구의 풍경을 앞에 두고 밥 한끼, 술 한잔 할 수 있다.

북성포구 식당 골목에 자리를 잡고 노을이 피어날 때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북성포구는 1970년대 후반 연안부두에 어시장이 생기기 전까지 수산물공판장 등이 자리했던 대규모 어업단지였다.

지금도 북성포구 옆에 만석포구, 화수포구가 남아 있다.

북성포구 식당 골목으로 들어가서 골목길을 따라가면 만석동 제3경로당이 나오고, 조금만 더 가면 고가도로 아래 마을이 나타난다.

자연의 품에 안긴 섬 굴업도와 덕적도의 매력

자연의 품에 안긴 섬 굴업도와 덕적도의 매력

자연의 품에 안긴 섬 굴업도와 덕적도의 매력

명소 옆 숨어 있는 부산의 맛집을 찾아라

굴업도는 인천 앞바다의 보석 같은 섬이다.

옹진군 덕적도에서 배를 갈아타고 1시간여 달리면 굴업도가 단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섬은 호젓한 해변, 사구, 해식 지형, 능선을 잇는 산책로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선착장과 마을을 잇는 옛 오솔길 등 숲길은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숲에서 사슴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휴가철이면 사람들이 빼곡하게 찾아드는 덕적도와 견주면 굴업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외딴 섬이다.

평일이면 문갑도, 울도 등을 순회하는 여객선 한 척이 오갈 뿐이다.

사랑방처럼 마련된 여객선 선실에 누워 섬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다보면 완행 여객선은 굴업도에 닿는다.

화산섬인 굴업도는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실제로 섬은 곳곳이 굴곡진 언덕과 능선들로 이어져 있으며 고스란히 산책로로 연결된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은 굴업도해변과 맞닿아 있다.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해 예닐곱 가구 대부분 민박이 주업이다.

마을 초입에는 작은 천주교 분소가 있고, 골목길에 미역이나 해산물 말리는 모습이 정겨운 고즈넉한 풍경이다.

섬은 걸어서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규모다. 일단 민박집에 짐을 푼 뒤 크게 두 가지 코스로 나뉘는 섬 탐방에 나선다.

첫 번째 여정은 목기미 해변을 지나 코끼리 바위, 연평산으로 향하는 코스다.

목기미 해변은 긴 모래해변이 섬 양쪽의 바다를 가른 형국이다.

해변 끝자락은 모래의 오랜 퇴적으로 인하 해안 사구가 형성돼 있으며 사구 일대는 검은머리물떼새의 산란지도 있다.

사구를 우회하면 굴업도 내의 가장 특이한 지형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코끼리 바위다. 파도와 소금바람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바위는 예전에는 ‘홍예문’으로 불렸는데

가운데 구멍이 점점 커지며 코끼리의 형상을 꼭 빼닮아 코끼리 바위로 정착됐다.

코끼리 바위 옆으로는 채 50m가 안 되는 아담한 해변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연평산, 붉은 모래 해변까지 30여 분간 산책길이 이어진다.

굴업도 탐방의 또 다른 코스는 굴업도해변, 토끼섬, 개머리 능선을 아우르는 일정이다.

굴업도해변 끝자락에 위치한 토끼섬은 바닷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는 섬으로 섬 절벽이 파도에 깎여나간 해식지형이 경이롭다.

토끼섬까지 향하는 해변 절벽의 구멍 뚫린 바위들도 기괴하게 다가선다. 토끼섬은 물때가 맞아야 드나들 수 있어 사전에 출입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굴업도해변 반대편으로는 개머리능선으로 향하는 길이 이어진다.

개머리 능선에 오르면 넓은 구릉지대와 구릉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장관을 이룬다.

꼭 제주의 오름을 걷는 기분이다. 능선 아래로는 물새들의 서식지와 깎아지른 해안절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개머리 능선 일대는 최근 사유화로 인해 입장이 일부 제한되고 있다.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드나드는 배는 짝, 홀수일에 따라 경유지가 바뀌며 소요 시간이 늘어나기도 하니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섬에 닿는 배편이 여유롭지 않지만 일단 굴업도 안에 발을 들여놓으면 조용한 해변과, 기이한 바위들, 호젓한 산책로는 보석 같은 선물들이다.

민박집에서 직접 재배하는 야채와, 새벽이면 바다에서 건져온 해산물 반찬으로 꾸려진 식사 역시 굴업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굴업도에 비하면 면소재지가 있는 형제섬 덕적도는 교통도, 다가서는 것도 편리하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이 닿고, 섬 내에는 버스도 운행된다. 널찍한 해변 뿐 아니라 산책로들도 깔끔하게 조성돼 있다.

예전 서해 뱃길의 요충지였던 덕적도는 파시로 유명했었고 황해도, 충청도, 전라도 사람 등 외지인들이 정착해 살던 풍족한 섬이었다.

명소 옆 숨어 있는 부산의 맛집을 찾아라

명소 옆 숨어 있는 부산의 맛집을 찾아라

명소 옆 숨어 있는 부산의 맛집을 찾아라

추억을 담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산책

내륙으로 이어지는 부산의 관문, 부산역은 날마다 사람들로 분주하다.

그 가운데 독특한 식감으로 한번 맛을 본 사람은 또 찾는다는 신발원이 있다.

자갈치시장에는 반세기 동안 부산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양곱창 굽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부평동에서 60년째 광어육수로 끓인 추어탕은 추어탕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놓았다.

후식은 아름아름 입소문을 타고 있는 광안리해변 근처 부산커피갤러리 에서 골드카푸치노 한잔은 어떨까?

부산에서 중국의 진미를 맛보다. 신발원

부산역에서 지하도를 건너면 중국 거리에서나 봄 직한 패루가 서 있다.

그 안쪽 골목이 부산 차이나타운이다. 이곳에서 60년 넘게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신발원이다.

점심시간에는 문전성시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게 안은 발 디딜 틈이 없다. 가게규모는 테이블이 4~5개 정도로 좁은 편이다.

‘양’은 소의 위를 가리킨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어지럼증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기운 빠지는 여름에 제격인 음식이다.

부산 자갈치역 6번과 8번 출구사이 골목길에는 50년 이상 부산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양곱창 가게가 모여 있다.

평일에는 일본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주말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주 고객이다.

백화양곱창 한 곳에서 하루에 소 십여 마리 분 양곱창이 연탄불에서 환골탈태한다.

주문과 동시에 연탄불이 올라오고 쫄깃한 양과 지방질이 많아 고소한 대창과 소창 그리고 독특한 식감의 염통이 함께 나온다.

가격은 300g에 2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식당 분위기는 실비집 형태로 친서민적이다.

아주머니가 바텐더처럼 가운데 앉아서 연탄불에 직접 구워준다. 마늘소스 간장양념이 살짝 베인 소금구이는 특제소스에 찍어 먹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양념을 최소화한 상추겉절이와 시원한 동치미가 기름기 많은 양곱창과 잘 어울린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볶음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매콤달콤한 양념에 쫄깃한 양곱창이 어우러져 식욕은 하늘을 찌른다.

볶음밥은 살짝 눌어야 제 맛. 꼬들꼬들하게 눌은 밥을 마른 김에 싸먹는데 이 또한 별미이다.

1959년에 문을 연 구포집. 추어탕과 복국을 대표 메뉴로 3대째 맛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간판도 없는 판잣집시절까지 더하면 60년이 넘었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넥타이부대가 줄지어 입·퇴장을 반복하고, 이후시간대에는 머리 희끗희끗한 장년층들이 주류를 이룬다.

추어(미꾸라지)는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에 기름기가 많고 살이 올라 영양도 좋고 가장 맛있다.

추어탕은 전국적으로 들깨가루가 잔뜩 들어간 전라도식 추어탕이 대세다. 하지만 유독 경상도에서만큼은 예외다.

경상도식 추어탕은 풋배추, 토란대, 부추 등을 넣고 맑게 끓여낸다.

기호에 따라 깻잎보다 훨씬 맛이 강한 방아잎과 알싸한 맛과 향의 산초가루를 넣어먹는다.

그런데 구포집 추어탕은 맛의 비결이 다른데 있다. 광어회를 뜨고 남은 뼈로 육수로 끓여 추어탕을 낸다.

또 직접 담근 된장을 옅게 풀어 간을 맞춘다. 그래서 맛이 훨씬 진하고 깊다.

푸짐하게 나오는 복국 역시 직장인들의 속풀이 전용식단으로 인기다.

시큼한 식초 한 방울이 국물에 번지면 답답했던 속, 뒤엉켰던 속은 평정심을 되찾는다.

메뉴 특성상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여름보다 가을, 겨울에 손님이 많다. 겨울에는 생대구탕이 별미다.

관공서, 은행, 회사에서 단체모임을 많이 한다고. 연중무휴이며 명절 당일 하루 쉰다.

자갈치역 3번 출구에서 보수사거리 방향으로 600여m 거리에 있다.

가까운 곳에 보수동헌책방골목과 부평깡통시장, 부평족발골목 등이 있다.

추억을 담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산책

추억을 담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산책

추억을 담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산책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와 함께 즐기는 화려한 부산의 밤

부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자갈치와 해운대.

부산과 동시에 떠오르는 이들은 부산을 대표하는 쌍두마차가 아닐까.

먼저 자갈치시장부터 살펴보자. 자갈치시장 지척에 자리한 BIFF(부산국제영화제)광장 그리고 국제시장과 부평시장(깡통시장)은 묶어서 여행하기 좋다.

여기서는 이들을 ‘자갈치권’이라 부르기로 한다. 남포동과 중앙동까지 포함한다.

해운대는 동백섬(APEC누리마루)과 문탠로드를 묶어서 살필 수 있다. ‘해운대권’이다.

이 둘을 잇자면 대중교통으로 1시간이 넘게 필요하다. 동선을 짤 때 참고하는 편이 좋다.

이번 여행의 주무대는 ‘자갈치권’이다. 최종 목적지는 보수동 책방골목.

이름만으로도 추억이 전해진다. 보수동 책방골목에 가려면 자갈치역이나 중앙동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왕 보수동으로 향하는 김에 자갈치역에 내려 ‘자갈치권’ 볼거리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자갈치 시장을 보고 BIFF광장에서 부평동 족발골목을 지나 국제시장과 부평시장

(깡통시장)을 양쪽에 품고 북쪽으로 향하면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자, 자갈치역에서 지금부터 출발!

부산 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 4·6·8번으로 나오면 해안을 따라 자갈치 시장이 펼쳐진다.

자갈치라. 덜컥 부산 아지매들의 매콤한 ‘꼼장어’부터 떠오른다. 지금이야 별미로 자리잡은 꼼장어에 스민 애환도 따라온다.

사철 먹을 수 있지만 그 맛이 고소한 봄에서 여름까지를 최고로 친다.

꼼장어의 본명은 먹장어와 목꾀장어다. 부산과 영남지역에서 ‘꼼장어’라 부르던 것이 전국구로 넓혀져 본명보다 더 유명해졌다.

자갈치 시장 한 켠 바다를 따라 꼼장어집들이 몰려있다.

밤바다와 꼼장어를 안주삼아 맛보는 한잔은 부산여행의 백미다.

싱싱한 오징어며 고등어 좌판과 맞은편에 이어진 생선구이집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짠내에 버무려진 꼼장어 구이 냄새가 제법 매콤하다.

자갈치 시장을 구경하고 BIFF광장으로 향한다.

영화인들의 바디페인팅보다 먼저 반기는 건 이승기의 씨앗 호떡.

부산 별미로 꼽히는 어묵과 보기에도 입안이 얼얼한 떡볶이 등 간식거리들도 가득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현장답게 극장들이 제법 많다. 자갈치 시장을 등 뒤에 대고 국제시장으로 향하는 길.

국제지하상가 시작 전 큰 사거리 왼쪽으로 부평동족발골목이 펼쳐진다. 부산 별미 ‘냉채족발’ 여기서 맛보면 되겠다.

다시 국제지하상가 시작 전 사거리로 돌아오자. 바다를 등에 대고 북쪽으로 직진한다.

왼쪽으로 부평시장, 오른편으로 국제시장이다. 자갈치 시장을 중심으로 뻗은 좌청룡 우백호 같다.

부평시장에서 유부보따리며 호박죽으로 속을 채우고 국제시장에서는 쇼핑을 즐겨보자.

국제시장 끝자락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큰길을 건너면 왼쪽으로 보수동 책방골목이 시작된다.

보수동 책방골목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구불구불 좁은 골목이 펼쳐진다. 방금 전까지 속해있던 시끌벅적한 시장골목과는 다른 냄새다.

골목을 따라 양옆으로 빼곡하게 쌓인 책들이 정겹다. 언젠가 누군가의 가슴 한켠을 차지했을 손때 묻은 책들에 그들의 학창시절이 더해진다.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와 함께 즐기는 화려한 부산의 밤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와 함께 즐기는 화려한 부산의 밤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와 함께 즐기는 화려한 부산의 밤

사막 해변 절벽 길까지 지질 트레킹 천국 대청도

광안리와 해운대는 부산을 넘어 전국구 명소로 자리 잡은 해변이다.

1년 365일, 특히 여름이면 수많은 젊은 청춘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여름과 바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 조합인가! 거기에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밤바다의 야경까지 더해지면 그 어떤 핫플도 부럽지 않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개막식 행사를 보면서 드론으로 대형 오륜기를 표현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IT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느낀 것이다.

그런데 평창올림픽에서 보던 것과 같은 드론 쇼를 이제 부산 광안리 앞바다에서 두 눈으로 직접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매주 토요일 밤이 되면 광안리 해변에서는 광안리 M 드론 라이트 쇼(이하 광안리 드론 쇼)가 펼쳐진다.

드론을 이용해 전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상설 드론 쇼다. 참여하는 드론 수만 해도 적게는 수백 대, 많게는 1,500대에 달한다.

하루 10분씩, 단 2회만 선보이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해변은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명당을 선점하려는 사람들의 자리 경쟁도 생각보다 치열하다.

모래사장에서 이륙한 드론들이 음악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 관람객들의 감탄사와 함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광안리 드론 쇼는 시즌 이슈에 맞춰 매회 새로운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날 주제는 ‘무한한 움직임, 스마트 도시’. 드론의 멋진 군무를 보고 있노라면 안 그래도 짧은 10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광안리드론쇼는 내년 연말까지 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1년에 단 하루만 볼 수 있던 불꽃축제 대신 매주 꾸준히 볼 수 있는 야간 공연이 생긴 셈이다.

불꽃축제에 비해 대기오염이나 소음, 화재로부터 안전해 새로운 대안 콘텐츠로도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도 드론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운대 동백섬을 중심으로 마린시티 주변을 여행하다 보면 바다 위에 요트가 떠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관광객을 위한 투어용 요트다.

요트투어라고 하면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대 스무 명이 함께 탑승하는 퍼블릭 투어는 가격이 합리적인 편이다.

한 시간짜리 코스를 즐기는데 1인당 20,000원~40,000원이면 충분하다.

해운대 주변의 요트투어 업체는 여러 곳이 있다.

그중 더베이101 인근에서 출항하는 ‘요트탈래’는 광안리 드론 쇼를 주관하는 업체와 마찬가지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관광 인증 벤처기업이다.

평가를 통해 요트업체 최초로 인증 마크를 획득한 만큼 더욱 안전하게 수상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동백섬을 떠난 요트는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갔다가 다시 마린시티로 되돌아온다.

밤에 출항하는 요트를 타면 해운대 야경을 물 위에서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선상에서 낚시(주간), 폭죽놀이(야간),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져 지루할 틈이 없다.

동백섬 더베이101은 부산에서 첫손에 꼽히는 야경 포인트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마린시티의 거대한 빌딩 숲이 홍콩 부럽지 않은 황홀한 야경을 만들어낸다.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마린시티 거리를 직접 걸어보는 것도 부산의 밤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인천 차이나타운과 송월동 동화마을 탐방

인천 차이나타운과 송월동 동화마을 탐방

인천 차이나타운과 송월동 동화마을 탐방

사막 해변 절벽 길까지 지질 트레킹 천국 대청도

유네스코는 4월 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한다.

그리고 2015년에는 세계에서 열다섯 번째,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인천이 이름을 올렸다.

‘세계 책의 수도’ 인천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한국근대문학관이다.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에 자리한 한국근대문학관은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모든 것을 느끼고 체험하는 국내 최초의 공공종합문학관이다.

문학관은 외관에서부터 옛 분위기가 풍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투박한 물류창고를 그대로 활용한 까닭이다.

안에는 서까래 등의 목재가 고스란히 남아 세월의 맛을 느끼게 한다. 건물 자체가 근대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해온 산증인인 셈이다.

전시관에서는 1890년대 계몽기부터 1940년대 후반까지 근대문학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전국 60여 곳의 문학관 중 특정 문인과 유파를 떠나 한국의 근대문학을 총망라한 문학관은 이곳이 유일하다.

소장 자료만도 무려 3만여 점. 무엇보다 김소월, 한용운, 최남선, 현진건, 염상섭 등 기라성 같은 문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감동적이다.

특히 초기작, 육필원고 등 빛바랜 희귀본을 감상하는 재미가 좋다. 그중에서도 눈길 가는 전시물은 미당 서정주의 첫 번째 시집 <화사집> 초판,

한국 근대소설사에 리얼리즘 시대를 연 염상섭의 <만세전>, 육당 최남선이 펴낸 기행체 창가 <경부철도노래> 등이다.

아울러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체험을 통해 문학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복각본을 손으로 직접 넘겨보며 문학의 향취를 느끼고,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슬라이드로 감상하며 그 시절로 잠시 여행을 떠난다.

또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도 들어볼 수 있는데, 한 곡 한 곡 가사 구절마다 아련한 정서가 묻어나 여운이 오래 남는다.

문학관을 나서기 전 작가의 모습이 담긴 스탬프도 놓치면 아쉽다. 캐리커처로 표현된 염상섭, 최남선, 현진건 등의 모습을 확인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한국 근대문학사에는 인천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이 제법 많다. 이는 한국근대문학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중 작가 오정희의 소설 <중국인 거리>가 자꾸 눈에 밟혔다.

<중국인 거리>는 6.25 피난 도중 인천으로 와 중국인 거리에 살게 된 한 소녀의 시선을 그린다.

여기서 ‘중국인 거리’는 지금의 차이나타운이다. 소설 속 중국인 거리는 ‘겨우내 북풍이 실어 나르는 탄가루로 그늘진’,

‘목조 이층집들이 늘어선 초라하고 지저분한 거리’ 등으로 암울하게 묘사된다. 울긋불긋 화려한 지금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 시절 중국인 거리를 떠올리며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잿빛 거리는 오간 데 없고 붉은 간판과 홍등을 내건 상점들이 시야를 꽉 채운다.

그중에는 소설 속 소녀가 봤던 ‘옷이나 신발에 다는 장식용 구슬, 폭죽놀이에 쓰이는 화약, 근으로 달아주는 중국차 따위를 파는’ 가게도 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으로 발길을 옮겼다.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은 말 그대로 청국과 일본의 주거지역이 경계를 이루던 지점이다.

<중국인 거리>에서는 소녀가 자유공원에 가기 위해 힘들게 오르던 곳으로 그려졌다.

계단 앞에 서자 소녀의 말처럼 ‘하늘 끝까지라도 이어질 것 같은 층계’가 펼쳐진다. 이 계단의 좌우로 청국과 일본 조계가 갈린다.

그래서 계단 양쪽의 석등 모양이 다르고, 건물 생김새도 완전히 다르다.

계단 상부에는 중국 청도에서 기증한 공자상이 심판처럼 서 있는데, 이마저도 정중앙이 아니라 청국조계지 쪽에 배치돼 있다는 사실이 재밌다.

사막 해변 절벽 길까지 지질 트레킹 천국 대청도

사막 해변 절벽 길까지 지질 트레킹 천국 대청도

사막 해변 절벽 길까지 지질 트레킹 천국 대청도

인천 근현대사 중심지 시민의 공간이 되다

인천항여객터미널에서 배로 3시간 20분, 대청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다.

서해5도, DMZ, 어업전진기지 등으로 불릴 때면 너무 멀고 어렵게 느껴진다.

배 타고 한숨 자면 도착하는 섬, 온종일 트레킹 하기에 딱 좋은 자연, 신비로운 지질 명소가 반기는 매력적인 섬이다.

멀고 가까운 것은 마음먹기 나름. 고민할 필요도 없다.

대청도에 발을 디딘 순간, 일상의 번잡함도, 스트레스도 어느덧 잊고 매혹적인 자연에 푹 빠진 당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잠깐이었다. 달콤한 잠에 빠져든 것은. 첫 배를 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느라 고단했던 탓일까.

소청도,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로 향하는 코리아 프라이드호가 인천항여객터미널을 빠져나가자마자 잠이 들었다.

중간에 한두 번 뒤척이기는 했지만 잔잔한 파도 덕분에 뱃멀미도 없이 꿀잠을 자버렸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소청도. 짐을 챙기니 대청도에 내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단체 관광객, 낚시꾼이 대부분이고 개별 여행객은 많지 않다. 다행히 예약해 놓은 숙소에서 마중을 나와주었다.

대청도에서 숙소를 잡으면 대부분 항구 픽업은 기본 서비스다.

택시는 한 대뿐이라서 이용이 쉽지 않다.

대신 2시간마다 버스가 섬 전체를 순환하면서 운행하니 시간만 잘 맞추면 버스만으로도 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트레킹 여행이라면 이마저도 필요 없이 대부분 코스를 도보로 다닐 만하다.

여객선이 선진포선착장으로 들어서면 빨간 등대와 흰색으로 한 글자씩 적은 ‘대청도’ 사인이 반긴다.

인천항에서 8시 30분 배를 타면 11시 50분경에 도착하니 점심은 선착장 주변에서 해결하고 곧장 관광을 시작하는 게 좋다.

배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내리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여객선 내 매점에서 컵라면, 어묵, 음료, 과자 등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대청도는 트레킹으로 둘러보기에 딱 맞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적당한 거리에 주요 볼거리가 적당히 흩어져 있다.

1박 2일 여행이라면 옥죽동 해안사구,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 서풍받이 정도가 적당하다.

걸음이 빠르다면 여기에 모래울해변이나 매바위 전망대를 추가하면 된다.

농여해변, 옥죽동 해안사구, 미아해변 쌍물결무늬, 서풍받이 등 대청도의 주요 관광명소는 백령·대청 지질공원의 지질 명소와 거의 겹친다.

백령도와 대·소청도는 10억 년 전에 형성된 지층과 연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살아있는 지질 박물관이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지질 명소를 동선에 넣어 지질 트레킹을 즐기는 것도 대청도를 여행하는 멋진 방법이다.

날이 맑다면 농여해변을 맨 마지막 코스로 넣어 저녁놀까지 감상하면 좋다.

시작은 옥죽동 해안사구다. 다른 이유는 없이 숙소에서 가까워서다.

걸어서도 갈 수 있으니 다음 버스가 올 시간을 계산해 해안사구와 농여해변을 보기로 한다.

옥죽동 해안사구 입구에는 ‘옥죽동 모래사막’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한국의 사하라사막’이라는 별명이 붙은 옥죽동 해안사구는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와 비슷하게 강한 바람에 바닷가 모래가 날려와 쌓여 형성되었다.

특히 겨울철에 북서풍이 매섭게 불어오는데 그 바람에 실려 이동한 모래가 쌓이고 쌓여 산자락의 반 이상 덮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대청도에는 ‘옥죽동 모래 서말은 먹어야 시집간다’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온다.

모래를 방지하고자 1980년대 후반부터 해안가에 소나무를 심었다. 방사림 덕분에 모래가 날리는 일이 줄었고 해안사구의 면적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들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