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이 운명을 바꾼 상주의 막걸리 경북 상주 은자골탁배기
물맛이 운명을 바꾼 상주의 막걸리 경북 상주 은자골탁배기
경북 상주의 은자골탁배기는 3대째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탁주로, 뛰어난 물맛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이름처럼 구수한 맛을 지닌 이 막걸리는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술입니다.
은자골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영험한 전설이 깃든 곳으로, 이곳의 '술 익는 마을'에서 탁주가 빚어집니다. 탁배기는 경상도 사투리로 가주나 농주로 불리며, 오랜 시간 서민들의 대표 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은자골탁배기의 역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기에는 고 이동영 씨가 막걸리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제조를 시작했으며, 주변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양조장이 번성했습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양조장을 드나들며 기술을 익혔고, 21세에 본격적으로 술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막걸리 맛이 전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
이 막걸리의 인기는 여러 에피소드로 증명됩니다. 이웃 주민들이 양조장 앞에서 술을 마시다 취해 리어카를 타고 가거나, 쌀을 가져와 술로 바꾸는 일도 흔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민군이 막걸리 맛에 반해 양조장을 방문해 행패를 부린 적도 있었습니다.
고 이동영 씨는 막걸리를 삶의 일부로 여겼습니다. 그는 매일 공복에 한두 잔씩 마시며 건강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의 손자인 이재희 씨도 어린 시절 이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1980년대부터 양조장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소주와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막걸리 수요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1994년에 고 이동영 씨가 세상을 떠난 후, 며느리인 임주원 씨가 양조장을 이어받았습니다.
물맛이 가져온 변화
은자골탁배기의 전환점은 경북대 미생물학 교수와의 만남이었습니다. 더운 날, 임주원 씨가 건넨 물을 마신 교수가 이 물이 막걸리 제조에 이상적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이 대화가 계기가 되어 임주원 씨는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가졌습니다.
그녀는 효모와 발효 과정을 공부하며 양조장을 재개했습니다. 기존 막걸리의 단점인 뒤끝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2년여를 노력한 끝에, 저온 숙성으로 독특한 맛의 은자골탁배기를 완성했습니다. 이 막걸리는 텁텁함이 적고 청량한 느낌이 강해, 마신 후에도 가벼운 맛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