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고원길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고갯길
진안고원길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고갯길
‘북에는 개마고원, 남에는 진안고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진안은 땅이 높다. 그 땅 진안의 고원 마을과 잊힌 고갯길을 다시 이어 만든 것이 진안고원길이다. 평균고도 300m, 고원 마을 100개, 고원 고개 50개, 총길이 200㎞로 구성되어 있다.
진안고원길 1구간은 ‘고개 너머 백운길’로 불린다. 이 구간에서는 4개의 고개를 넘으면서 백운면의 여러 마을을 만나고, 섬진강 최상류의 강변길을 따라 백운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영모정에서 시작해 미룡정, 닥실고개, 신전, 배고개, 고원쉼터, 상백암, 은안, 흙두고개, 원반송, 석전, 무등, 경우정, 모른고지, 원덕현에 이르는 총 10.2㎞ 구간이다.
1구간 시작점은 신의련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지은 영모정이다. 돌너와를 얹은 독특한 지붕이 눈길을 끄고, 정자 앞 계곡은 깊고 물빛이 신비롭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숲의 자태가 빼어나다. 영모정에서 몇 발짝 떨어진 미룡정은 두 번째 도착점으로, 다리를 건너 정자에서 굽어보는 계곡이 시원하다.
미룡정을 지나면 땡볕이 쏟아지는 농로가 이어지며, 닥실고개를 넘는 내내 좌우로 넓은 산밭이 펼쳐져 대관령을 연상시킨다. 지금은 고구마가 한창이고 가을엔 배추밭으로 변신한다. 닥실고개를 넘으면 첫 마을인 신전마을로, 소가 가로누운 형상이라 ‘와우혈’이라 불린다. 마을회관을 지나 그늘 좋은 수령 300년 넘은 느티나무 아래에서 쉬기 좋다.
걸음도 가볍게 배고개로 향한다.
고개를 넘으니 농부쉼터라고 적힌 아담한 원두막이 나온다. 원래 밭주인이 쉴 요량으로 만든 곳이지만, 고원길을 만들면서 ‘고원쉼터’로 재탄생했다. 얼음물을 꺼내 목을 축이고 쉼터를 떠나면 이어지는 마을은 상백암이다. 마을 앞 냇가에 하얀 차돌이 많아 붙은 이름으로, 상백암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충분하다. 상류로 더 올라가면 피서철에 인기 있는 백운동계곡이 있다.
상백암을 지나면 또 하나의 닥실고개가 나오고, 고개 넘어 은안마을은 은번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은안마을과 원반송마을 사이에 놓인 흙두고개는 차량은 물론 경운기도 지나갈 수 없는 좁은 오솔길로, 온전히 두 발로 걸어서 넘는다. 고개를 넘어서면 아담한 방죽이 나오고, 방죽 아래 토끼 입간판이 반긴다. 논길을 지나면 원반송마을로, 400여 년 된 반송나무가 있었으나 지금은 강변에 느티나무를 비롯한 울창한 숲이 있다.
정자 아래로 보이는 강은 폭이 좁아 계곡처럼 보이지만 섬진강 상류다.
강변에 나란히 자리 잡은 학남정과 개안정은 도시락을 먹기에 그만인 곳이다. 이 물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이 나온다. 물이 제법 깊고 양쪽으로 나무가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피서철에 물놀이 오는 이들이 많다. 점심을 먹고 다시 길에 오르면 고원길 이정표를 따라 농로를 걷다 석전마을과 무등마을이 차례로 나온다.
강변을 끼고 이어진 길이라 기분은 상쾌하며, 원반송마을부터는 들이 넓게 펼쳐지고 그 뒤로 마이산이 눈에 들어온다. 무등마을을 지나 도로를 건너 야트막한 언덕길을 돌아가면 1구간 종점인 원덕현마을에 이른다. 이곳은 1구간 끝 지점이자 내동산(백마산) 옆구리를 반 바퀴 돌아가는 2구간 시작점이다.
1구간은 총 10.2㎞로 3시간 30분, 도시락 먹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포함해도 4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4개의 고개와 7개 마을을 찾아가는 이 길은 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농로로, 아이들과 함께 걸어도 좋을 정도로 편안하다. 첫 번째 닥실고개가 해발 435m, 배고개가 400m, 나머지 두 고개는 395m다. 마을마다 정자 형태의 쉼터와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지만, 매점이나 식당이 없어 물과 간식, 도시락은 직접 준비해야 한다. 안내 표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